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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장 비판한 주민에게 '몰카' 들이댄 경찰

화천경찰서, 출근 시간에 화천군청 앞 음주단속 하기도

등록|2013.10.05 11:21 수정|2013.10.05 11:48
강원도 화천군에서 지난 7월 10일 화천경찰서장으로 취임한 전용찬 서장의 최근 행동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사회단체 내에서, 전용찬 경찰서장이 "각급 행사에서 자기 자리 챙기기에 바쁜 '무소불위' 서장"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찰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사찰'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 서장은 취임 이후 여러 가지 구설수에 올랐다. 화천군에서는 지난 7월 13일 세계평화합동위령제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전 서장도 참석했다. 그런데 지역 내 한 사회단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화천경찰서는 이날의 행사가 끝난 뒤 '군청이 경찰서장을 행사장 맨 앞줄 가장자리에 앉힌 것'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지역에서는 지역 행사도 아닌 전국 행사에 참석한 화천경찰서장이 너무 '좌석 배치'에 연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날에 열린 행사는 조계종이 주최한 것으로, 지역 내 기관장들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참전국 대사를 비롯해 참전 용사, 정부 관계자, 불교계 인사 등 7천여 명이 참석했다.

전 서장은 또 지역 행사에 참석해서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건배 제의를 하는 등 무례를 범한 적이 여러 차례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전 서장과 함께 행사에 참석했던 한 사회단체장은 "지역의 어르신들과 다른 기관장들이 함께 자리를 했는데도 경찰서장이 말을 거침없이 하는 경향이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화천군청 직원들은 "화천경찰서가 군청 직원들을 수시로 소환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경찰이 군청의 행정 사무와 관련해 군청 직원들을 불필요하게 소환해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군청 직원들은 "경찰이 감사기관도 아니면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청 정문 앞 음주단속은 전례가 없는 일"

최근에 발생한 문제는, 지역 주민들과 군청 직원들 사이에서 이런 지적과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화천경찰서가 지난달 5일 아침, 화천군청 정문 앞에서 청사로 출근하는 군청 직원들과 민원인들을 상대로 음주단속을 벌인 데서 비롯됐다. 이런 식의 음주단속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당시 음주단속을 당한 사람들은 심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날 마침 자원봉사자 안보교육에 참여하기 위해 군청으로 집결하던 지역의 사회단체 회원들도 이 장면을 목격하고, "저건 음주단속 목적이 아닌 군청 길들이기"라며 경찰을 비판했다. 차들이 많이 다니는 대로가 아닌 군청 청사 정문 앞에서 군청 직원과 민원인들을 대상으로 음주단속을 실시하는 것은 "군청을 대상으로 한 표적 단속"이라는 비판이었다.

문제가 제기된 것은 화천군 사회단체인 새마을지회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흥선씨가 '카카오 스토리'에 "(군청 앞 음주단속을 두고) 세상에 이런 미친 짓이 어디 있냐"는 글을 올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글이 올라가고 나자, 화천경찰서는 이씨에게 글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화천경찰서는 그 일이 있고 난 후, 지난 10월 1일에는 '화천체육관 준공'을 기념하는 행사장에서 이씨 일행을 핸드폰으로 몰래 촬영하다 발각돼 또 물의를 빚었다. 이날 이씨 일행을 촬영한 사람은 화천경찰서장의 운전원이었다. 의경 신분인 그는 사복 차림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 그는 처음엔 촬영을 부인하다, 핸드폰 검색 후 사실을 인정했다.

이날 화천경찰서는 의경이 이씨 일행을 촬영한 것은 "이씨 일행이 서장을 욕하고 비하하는 말을 하는데 이름을 알 수 없어 촬영을 했던 것"이라며, "애초 이씨 일행을 감시할 의도가 있었다면, 소형 카메라나 녹음기 등을 동원하지 휴대폰을 사용했겠냐"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로부터 감시 아닌 감시를 받고 있는 이흥선씨의 주장은 이와 달랐다.

이씨는 "경찰이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며, "당시 자신은 서장을 험담하는 말이나 행동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요즘이 어떤 세상이냐? 대통령도 욕할 수 있고, 마음대로 불만을 말할 수 있는 시대 아니냐? 그런데 경찰서장을 욕한다고 판단해 녹음을 하려 했고 사진을 찍었다니 개가 웃을 일이다"라며 황당해 했다.

한편, 화천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4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화천경찰서가 화천군청 앞에서 음주단속을 실시한 것은 "이전부터 일부 공무원들이 술을 먹고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어 실시한 것으로, 군청 앞에서 단속을 실시하기 전에 먼저 경찰서 앞에서 단속을 실시했고, 군청에도 미리 단속을 예고했다"며, "군청 길들이기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 관계자는 또 지금까지 지역 내 사회단체와 군청 직원들이 제기한 문제와 불만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거나 "그런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서장이 지역 주민들이 있는 자리에서 무례를 범한 일이 없으며, 경찰이 군청 직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인 사실도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화천군지부는 이런 일련의 일들과 관련해 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최근 화천경찰서의 (공무원 행정 사무를 대상으로 한) 수사 행태는 자치단체 모든 공무원과 주민을 예비범죄자로 간주해 아니면 말고,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이런 비정상적인 수사가 경찰서장의 개인적인 영달을 위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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