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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한가요?" ... 행복하지 않은 당신에게

'청년복지다방'에서 묻고 답하다

등록|2013.10.06 15:58 수정|2013.10.06 16:18
"여러분은 행복하신가요?"

'2013 청문복답'(청년이 묻고 복지국가가 답한다) <청년복지다방> 행사의 강연 중 한 강연자가 청중에게 던진 질문이다. 누구도 쉽게 답하지 못했다.

▲ 청년복지다방 홍보 입간판. '커피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이번 행사의 컨셉이다. ⓒ 고함20


지난 9월 28일, 서강대학교에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산하 단체인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가 주최한 청년복지다방(이하 청복다) 행사가 있었다. 청복다는 청년들의 당면과제인 대학등록금, 주거 문제, 실업 등에 대해 같이 커피 한 잔하며 이야기해보자는 취지의 행사이다. 청년 문제의 답을 복지국가에서 찾아보자는 것이다. 당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청복다 행사는 90여 명의 청년이 참가해 진행되었다.

1부는 문유진 청년정책연구팀장과 정초원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선임운영위원,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의 강연으로 진행됐다. 2부는 이상이 대표와 이태형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의 문답이 당일 행사에 참여한 청년들의 사연과 질문으로 채워졌다. 이상이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출연자들은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소속의 청년들로 이번 행사의 기획부터 진행까지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주도했다.

문유진 팀장은 '청년에게 복지국가가 필요한 이유'라는 제목의 강연을 진행했다. 문 팀장은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행복추구권'에 대해 설명하고 "여러분은 행복하신가요?"라는 질문으로 강연을 열었다.

이어 문 팀장은 현재 청년이 처한 현실을 소개하고 그 해법으로 복지국가를 내세웠다. 청년들의 평균 생활비와 주거환경에 대한 자료를 제시하고 스웨덴, 덴마크 등 복지국가의 사례를 들며 실패의 부담을 국가가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작년 대선에서 청년들의 요구로 반값등록금이 공약으로 선정됐던 일을 예로 들며 청년이 계속 복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초원 위원은 '복지국가를 만드는 조세재정'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진행했다. 정 위원은 먼저 청년도 아르바이트를 통한 소득세와 소비를 통한 부가가치세를 납세하는 납세자임을 강조했다. 청년들도 엄연한 납세자로서 국가조세재정 구조에 관심을 가지고 납세자의 권리를 주장할 것을 주문했다.

정 위원은 한국의 조세재정 구조에 대해서 설명한 후, 현재의 구간별 누진세의 폐해를 지적했다. 정부의 낮은 공공사회지출 비중도 문제로 꼽았다. 정 위원은 강연을 마무리 지으며 단기적 대안으로는 '비과세 감면제도 폐지를 통한 실효세율의 상향 조정'을, 장기적 대안으로는 '조세부담율의 OECD 평균 수준까지로의 증가'를 제시했다.

이상이 대표는 "요즘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시험에서 몇 점을 맞았는지가 아니라 몇 등인지를 묻는다"며 우리 사회가 경쟁만능시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의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와 같은 원인을 국가와 시장의 관계설정에서 찾을 수 있다며 지금은 국가가 고장 난 시장의 작동논리에 개입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청년층과 장년층이 힘을 합쳐 우리 후손에게 역동적 복지국가를 물려주자"며 강연을 마쳤다.

2부는 이상이 대표와 이태형 대표의 문답으로 이루어졌다. 행사에 참여한 청년들의 사연과 질문을 받아 이태형 대표가 청년을 대변해 질문하고 이상이 대표가 이에 답하는 방식이었다.

▲ 문답 중인 이상이 대표와 이태형 대표 ⓒ 고함20


영혼 없는 힐링은 이제 그만

생활비를 위해 과도한 알바를 할 수밖에 없는 한 기초생활수급자 청년의 사연이 소개됐다. 이를 들은 이상이 대표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방법이 없다"며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이 대표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운 좋게 똑똑히 태어나든지, 부모가 돈이 많은 운을 타고 나는 수밖에 없다"며 운이 우리 삶의 조건과 행복을 좌지우지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내가, 우리 기성세대가 지금의 사회를 잘못 만들었다"며 기성세대의 잘못을 인정했다. 또한, 청년에게 참고 견디라는 주문만 하는 힐링 서적의 폐해를 지적하며 "어쩔 수 없는 걸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게 진정한 힐링이다. 복지국가에서는 운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는, 운이 부차적인 것이 될 것이다"라고 말을 맺었다.

사연 소개에 이어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가 준비한 설문자료 문답과 1부 시간 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접수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이어졌다. 현장에 참가한 청년들은 "선별적 복지가 더 효율적인 것이 아닌가?" "복지를 위한 증세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야 하는가?" "이상적 공산주의자와 복지국가는 무슨 차이가 있나?" 등의 질문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이상이 대표는 문답을 마치며 "개인이 유능해지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생사를 가르는 전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이 아닌 연대와 선의의 경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안하지만 꼭 들어주세요"

행사가 끝난 뒤 만난 문유진 팀장은 "대학생들에겐 이런 강연 한 번 오는 것도 큰 시간 투자다. 스펙 쌓고 아르바이트하기 바쁜 친구들에게 우리 얘기를 들어달라고 하는 게 미안할 지경이다"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복지에 대해 아는 게 중요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안하지만 꼭 들어주시고 공감하셨다면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의 두번째 <2013 청문복답 '복지국가 매뉴얼 – 독일 애버트 재단과의 만남'>은 불광역 인근의 서울시청년일자리허브에서 10월 12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

▲ 행사 후 한자리에 모인 참가자들 ⓒ 고함20


덧붙이는 글 <고함20>(http://goham20.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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