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사장 임명 받았다"는 김석기, 노조원들에 막혀 포기

7일 오후 출근 시도...공항공사 노조원과 10여 분간 대치

등록|2013.10.07 12:24 수정|2013.10.07 18:26

"김석기가 죽였다" 피켓든 용산참사 유가족공항공사 노조원들과 용산참사 유가족이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과해동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용산철거민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 신임사장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공항공사노조 천막 설치 저지하는 사측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과해동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용산철거민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 신임사장을 반대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하는 노조원들과 이들을 저지하려는 사측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이희훈


[기사 보강 : 7일 오후 6시 19분 ]

한국공항공사 신임 사장으로 내정돼 논란을 빚은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59)이 7일 오후 5시경 출근을 시도하다 한국공항공사 노동조합원들에게 막혀 돌아갔다. 김석기 내정자는 2009년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용산 남일당 건물에서 점거농성 중이던 세입자들을 강제 진압하다 경찰관 포함 6명이 숨지는 등 일명 '용산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바 있다.

그는 출근을 가로막는 노동조합원 20여 명 앞에서 "나는 사장으로 임명 받았기 때문에 출근하는 것이며, 용산 참사 유가족들에게도 이미 사과를 끝냈다"면서 "공기업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부했기 때문에 (한국공항공사를) 얼마든지 다시 1등 공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한 "내가 부도덕한 것도 아니고, 사장으로 온 만큼 취임식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후 4시 55분 출근을 시도한 그는 10여 분간 노조원들을 설득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계속되는 저지 투쟁에 가로막혀 포기하고, 5시 5분경 주차돼 있던 차량을 타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노조 대표로 김석기 내정자와 직접 얘기한 이시우 한국공항공사 노조위원장은 "김석기는 우리와 건물 안에 들어가서 대화하자고 했지만, 대화하는 것 자체가 그를 사장으로 인정한다는 의미기 때문에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김석기는 용산 유가족에게 제대로 공개 사과를 한 적도 없다"면서 "어떻게 그(김석기)가 자신을 전문가라고 얘기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공항공사 내부에서는 비전문가라면서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 내부에서는 이미 취임식 준비도 끝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위원장은 "공항공사 건물 3층 대회의실에서는 김석기 사장 취임식 플래카드도 이미 붙어있다"면서 "시간 등 일정은 정확히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노동조합) 투쟁 상황을 지켜보다 출근한 것 같다, 기자들과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현관 앞에서 대기하다가 빠진 후 4시 50분경에 사장 차량을 타고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김석기 내정자는 한국공항공사 측에서 사장을 위해 임대하는 자동차를 타고 나타났다고 한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경에는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59)의 한국공항공사 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긴급 기자회견이 서울 강서구 과해동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열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한국공항공사노조, 용산 범국민대책위 등이 모인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은 용산참사 유가족 전재숙씨는 "김석기 사장 임명은 박근혜 정권의 부도덕하고 부실한 인사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남편 고 이상림씨를 잃은 전씨는 "김석기는 사장 자리가 아닌 감옥에 있어야 할 사람"이라면서 "그저 살고 싶어서 망루에 올라갔던 사람들을 강제 진압해 6명이나 목숨 잃게 해놓고,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을 어떻게 공항공사 사장에 내정할 수 있느냐"면서 감정이 벅차오르는 듯 자주 말을 멈추고 한숨을 내뱉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문성도 없고 도덕적으로도 논란을 빚은 김석기 전 청장을 공기업 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면서, 박근혜 정부가 김석기 사장의 임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공항공사 건물 앞에 농성천막을 설치하고, 사장 선임이 백지화될 때까지 출근 저지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시우 공항공사 노조 위원장은 "한국공항공사는 항공 안전과 국민 생명을 책임지는 공기업으로 특히나 전문성이 중요한데, 공항업무에 아무런 경험도 없는 김석기가 그저 '보은인사'로 사장이 된다면 이는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은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했는데 대체 이번 사장 선임은 어떤 기준이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인사에 관해 "공기업, 공공기관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하는 것은 국민과 다음 정부에 큰 부담을 주는 잘못된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오전 8시경, 공항공사 노조원들이 천막을 설치하던 중 사측 관계자들이 이를 막으며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약 10분간 실랑이를 벌이던 노조원 10명은 공사 현관 앞 자리를 확보해 천막을 설치했다.

이들은 "공항 비전문가 김석기 낙하산 사장 철회하라", "용산 학살 책임자 김석기는 한국공항공사 사장에서 물러나라" 등 구호를 함께 외치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출입구 폐쇄한 한국공항공사공항공사 노조원들이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과해동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용산철거민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 신임사장을 반대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하자 중앙 출입구를 폐쇄했다. ⓒ 이희훈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