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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해외납부 세금 2조5304억... 세금없는 성장 오나

2008년 대비 1조5849억 원 증가... 박원석 의원 "해외 현지법인 관리 필요"

등록|2013.10.07 16:51 수정|2013.10.07 16:51
최근 몇 년 새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크게 늘면서, 해당 국가에 내는 세금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만큼 국내에서 낼 법인세가 줄어든다는 것으로 해당 나라들과의 이중과세 방지협정 등 때문이다. 특히 일부 재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투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고용없는 성장과 함께 세금 없는 성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7일 박원석 의원(정의당)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소득 규모별 외국납부세액공제 현황을 보면, 지난 2008년 외국납부세액공제는 9455억 원이었다. 하지만 작년말에는 2조5304억 원으로 무려 1조5849억 원이나 증가했다.

외국납부세액공제는 해외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이 해당 국가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현지에서 납부한 세금을 우리나라에서 빼주는 것이다. 이미 해당국가에서 세금을 냈기 때문에 국내에서 법인세 등으로 다시 낼 경우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납부세액공제가 늘어나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 외국에서 내는 세금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해외투자 늘리는 대기업들, 세금 없는 성장하나

▲ 연도별 소득규모별 외국납부세액공제 현황 (단위:억원, %) ⓒ 국세청


이같은 세액공제 혜택을 보는 기업들은 대부분 대기업이다. 실제 작년말 2조5304억 원의 공제액 가운데 5000억 원 이상 대기업이 가져간 금액만 1조7838억 원에 달한다. 작년 전체 공제 금액의 70%를 차지했다. 2008년에는 5000억 초과 대기업의 세액공제 규모는 전체의 62% 수준이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대기업 집중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중소기업들이 돌려받는 세금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중소기업이 받아간 외국납부세액공제액은 전체 공제금액 가운데 5% 수준이었다. 나머지 95%는 대기업에 돌아갔다. 특히 작년에 대기업의 공제액이 크게 증가해, 중소기업의 공제비중은 3%대로 떨어졌다.

박원석 의원은 "최근 몇 년 사이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화되면서 국내 투자보다 해외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매년 큰폭의 이익을 올리고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고용은 제자리인 데다 해외에 내는 세금도 크게 늘면서 세금 없는 성장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작년에 법인세 납부액 가운데 10.7%를 해외에서 부담했다.

박 의원은 이어 "더 심각한 문제는 과세당국에서 이들 해외 현지법인 등에 대한 세원 관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해외투자 국가와 우리나라 사이에서의 세율 차이 등을 악용해 탈세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면서 "해외 현지법인이나 해외영업소와의 거래내역 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세회피처로 돈 빼돌린 40개 업체 적발... 1조123억 원 국부유출

한편, 관세청은 이날 국내 40개 업체가 해외 조세회피처를 통해 1조 원이 넘는 돈을 불법적으로 빼돌린 사실을 적발했다. 특히 올해 초 독립인터넷언론 <뉴스타파>가 조세회피처에 서류상의 회사를 설립하고 돈을 빼돌린 혐의가 있다고 공개한 기업도 포함됐다.

관세청은 "뉴스타파 쪽에서 공개한 명단 가운데 영국령 버진아일랜에 페이퍼컴퍼니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 182명 가운데 160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가운데 불법적인 외환거래 혐의가 있는 26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13개 업체(17명)의 재산도피 등 불법외환거래 7389억 원을 적발했다.

이밖에 관세청은 이번에 적발된 40개 업체 가운데 5개 업체의 경우 법인세 등 150억 원을 세금 탈루한 사실을 확인해 국세청에 통보했다. 나머지 35개 업체에 대해서도 정밀조사를 통해 탈세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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