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지방의원도 정당 공천 없다면 송전탑 반대할 것"

[인터뷰] 문정선 민주당 밀양시의원... "왕따지만 반대할 것은 해야겠다"

등록|2013.10.09 19:56 수정|2013.10.09 21:11
문정선(46) 민주당 밀양시의원은 송전탑 경과지 주민보다 더 처절하고 적극적으로 공사 반대에 나서고 있다. 문 의원은 요즘 매일 밀양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과 함께 농성하거나 경찰과 대치·충돌하기도 한다.

지난 2일 밀양시청 공무원들이 움막농성장 철거를 시도하자 철사로 목을 매달아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한국전력공사 직원과 경찰·공무원의 부당함을 알리느라 목이 쉴 정도다.

그는 12명 밀양시의원 가운데 유일한 야당 소속 의원이다. 국회의원과 경남지사·밀양시장·밀양 출신 경남도의원(2명)도 모두 새누리당 소속인데, 문 의원은 밀양의 유일한 현역 야당 정치인이라 할 수 있다. 정치적 성향 때문에 지역에서 '왕따'라 할 수 있지만, 송전탑 반대에 나서면서 더 그렇게 됐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게 송전탑 반대를 외치고 있다.

▲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를 위해 1일 장비와 인력을 현장이 투입한 가운데, 이날 오전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 마을 철탑 현장 입구에는 주민 30여명이 모여 장비 진입 등을 막으며 경찰과 대치하거나 충돌했다. 사진은 문정선 밀양시의원이 경찰 방패 앞에서 울먹이며 호소하는 모습. ⓒ 윤성효


한국전력공사과 보수 언론들이 '외부세력'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정선 의원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당연하다"며 "수해가 나도 돕고 적십자 구호물품도 보내지 않느냐,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산속에서 고생하는데 전국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송전탑 공사를 세우면 밀양에 '나노산업단지'를 짓겠다고 한 것에 대해, 문 의원은 "100만 평 규모로 8000억 내지 1조 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밀양 인구 11만 명 정도에 그 정도 돈을 지원해 주는 것을 국회의원들이 동의하겠느냐"며 "송전탑이 들어서면 나노산단을 해주겠다고 하는 것은 불합리한 거짓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주민들이 송전탑 반대에 나선 가장 큰 이유가 재산 피해 때문"이라며 "지금 주민들은 송전탑 때문에 재산권이 제로(0)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정선 의원과 9일 나눈 대화 내용이다.

"고 이치우 어르신 분신 뒤 죄책감에 빠져"

- 처음에는 어떻게 해서 밀양 송전탑 문제에 적극 나서게 됐는가.
"시의원이니까 경과지 주민들이 저를 찾아와서 이야기하면서 도와달라고 하더라. 시장과 국회의원·시의원들이 주민들의 말을 한 번도 안 들어 주니까 저를 찾아온 것이다. 2012년 1월 고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자살해서 갔더니 주민들은 저한테 원망했다. 억울하다고 하셨다. 주민들은 저한테 '그래도 야당 의원은 한번 올 줄 알았다'고 하셨고, 저보고 '네가 오지 않아서 네가 죽인 거다'고 하셨다. 그 날 이후 죄책감에 빠져 장례식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빈소천막을 지켰다."

- 지역에서 송전탑 반대에 적극 나서는 유일한 정치인일 것 같은데.
"밀양시의원은 모두 12명인데, 9명이 새누리당이고, 2명은 새누리당 성향의 무소속이다. 야당 의원은 나 혼자다. 도지사·국회의원, 2명의 경남도의원도 모두 새누리당 일색이다. 저는 비례대표로 유일한 야당 소속이고 시의회에서 왕따다. 왜 시의원이 주민들을 선동하느냐고, 책임질 수 있느냐고 하더라. 의회 안에서 많이 싸운다. 어떤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지역구에 나올 것이라고 쇼 한다고 하더라. 저는 시내 쪽인 가곡동에 살고, 학교는 삼랑진 쪽에서 나왔으며, 시댁도 삼랑진 쪽에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역구에 출마한다면 시내거나 삼랑진 쪽인데, 송전탑 경과지에서 직접 떨어져 있다. 그런데 그렇게 음해한다."

▲ 민주당 문정선 밀양시의원이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장비 적치장' 쪽 움막농성장을 찾은 천주교 수녀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 윤성효


- 밀양시의회 분위기는?
"시의원들도 처음에는 송전탑 문제에 적극 개입했다. 지역에서는 한때 2만여 명이 참석해서 송전탑 백지화를 주장하는 궐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천권을 새누리당의 중앙에서 갖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도 속앓이를 할 것이라 본다. 지방의원도 정당 공천이 없다면 송전탑 문제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할 것이라 본다. 그 분들도 고향 산천을 지키고 싶을 것이다."

- 송전탑 공사를 계기로 밀양의 발전을 이끄는 다른 사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미래산업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산업단지와 복지정책도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 밀양시는 100만 평 규모의 나노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8000억 내지 1조 원이다. 박근혜정부는 예산이 없어 기초노령연금도 축소한다고 했다. 밀양시의 전체 인구가 11만명 정도로, 서울 한 구보다 적다. 밀양에 1조 원이나 되는 돈을 지원해 주는데,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가만히 있겠나. 모든 산업단지는 예산이 수반돼야 하는데, 시골에 1조 원을 쏟아붓는다고 하면 정부 다른 부처나 국회 예결위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송전탑이 들어서면 나노산단을 해주겠다고 하는 것은 불합리한 거짓행정이다."

- 이전에 밀양 신공항 유치 논란 등 각종 개발정책과 관련해 말이 많았다.
"동남권신공항 위치를 두고 밀양과 부산(가덕도)이 싸우다가 확정 단계를 앞두고 무산됐다. 결국은 그것도 예산 문제였다. 이전에 조해진 국회의원이 의정보고회 때 밀양에 보건대학을 유치하겠다고 해서 박수를 받았다. 당시 조 의원은 정부 부처가 거의 확정을 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것조차 무산됐다. 일반 보건대학에서 인원이 줄어든다며 반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나노산단을 밀양에 유치하겠다고 하는데, 급한 대로 우선 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다. 촌사람들은 모른다고 보고 송전탑 공사부터 짓겠다는 것이고, 그것이 되고 나면 나노산단을 비롯한 개발정책들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 아니냐."

- 밀양시가 주민들의 움막농성장을 철거하기 위해 행정대집행을 시도하고 있다.
"당연히 불법 건축물은 철거해서 미관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생계형와 관련한 것들이 많다. 길거리 포장마차도 그렇고, 농촌 비닐하우스 옆에 있는 시설물도 그렇다. 농민들은 집이 멀기에 비닐하우스 가까이 가건물을 지어 밥도 해먹고 잠을 자고 새벽에 일을 나가기도 한다. 시내 상가나 공터에서 조립식 형태의 창고나 방이 많다. 시에서는 그런 불법시설물에 대해 한 두 번 경고하고 마는데, 그것은 생계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이 만든 움막은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다.

그리고 불법 건축물이라도 그 안에 사람이 있으면 행정대집행을 못하게 돼 있다. 그런데 움막 안에는 주민들이 있고, 공무원들이 행정대집행에 나섰을 때는 국회의원이 그 안에 있기도 했다. 공무원들이 행정대집행에 나섰을 때 수녀들이 막다가 두건이 벗겨지고 허리띠가 풀려지기도 했다. 행정은 공정해야 하는데, 밀양시가 움막을 철거하려면 먼저 세워졌던 다른 불법 건축물부터 처리하고 나서 하는 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평당 10만 원 하던 땅... 1만 원에도 살 사람 없어"

-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은 재산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
"주민들이 송전탑 반대에 나선 가장 큰 이유가 재산 피해 때문이다. 한 분을 예로 들어 보겠다. 산외면 보라마을에 사시는 김기업 선생님이 계신다. 저의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셨는데, 퇴임하고 나서 8000평의 땅을 1억 원 정도에 사셨다고 한다. 그 뒤 평당 10만 원에 팔라고 하는 것을 팔지 않았다고 한다. 그곳은 765kV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선화지'다. 지금 그 땅을 평당 1만 원에도 살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분은 교회 장로이신데, 재산 이야기를 하면 장로가 돈을 너무 밝힌다고 할까봐 그동안 앞장 서지도 않으셨다고 한다. 지금 주민들은 송전탑 때문에 재산권이 제로(0)라고 보면 된다."

- 현행 송전탑 관련 보상의 문제는?
"현행법상 철탑이 들어서면 좌우 3m 안에 있는 땅만 보상을 해주도록 돼 있다. 그것도 공시지가의 1/3만 지급된다. 지금은 관련 법을 개정해서 보상을 좌우 90m까지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현 시가가 아니다. 그러니 송전탑·선로 경과지 주민들은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밀양시청 공무원들이 움막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에 나섰을 때 철사를 목에 매달며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 2일 공무원들이 움막 철거를 시도했다. 움막 안에 사람이 있다고 소리를 질렀는데도 공무원들이 달려들어 움막을 뜯어내려고 했다. 움막 입구에서 소리를 지르는데 옆에 보니 철사가 있어 죽겠다며 목에 감았다. 잠시 뒤 앉아 있으니, 누군가 손에 물병과 자양강장제를 쥐여줬는데 김기업 선생님이셨다. 제가 그렇게 하니까 마음이 아프셨던 것 같다. 선생님은 제자가 시의원이 됐다고 좋아하셨는데, 선생님 앞에서 제자가 목을 매단다고 했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지난해 한국전력공사가 송전탑 공사를 할 때 막기 위해 직접 나섰던 적도 있었다.
"지난해 여름에 공사를 했는데, 할머니들이 그 더운 날씨에 공사를 막겠다고 산에 올라가면서 쓰러져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한전은 헬기로 공사 장비를 실어다 나르기도 했다. 할머니들이 지팡이를 짚고 산으로 오르는 모습을 보니,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나기도 했다.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이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달려가 전기톱을 뺏기도 했다. 그 일로 인해 한전 측으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

▲ 2일 대규모 공권력이 투입된 속에 한국전력공사가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밀양시는 단장면 단장리 소재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4공구 건설공사 자재 적치장' 건너편에 있는 움막을 철거하기 위해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사진은 밀양시청 공무원들이 움막의 일부 시설물을 뜯어내자 문정선 밀양시의원이 울면서 호소하는 모습. ⓒ 윤성효


-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산 속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던데.
"지난해 여름이었다. 산에 힘들게 올라갔는데 다음 날 또 올라가는 상황일 것 같고 해서 거기서 밤을 새우기로 했다. 주민들은 밤에 뱀도 나오고 멧돼지도 나온다고 하셨다. 그래서 한전이 송전탑을 세우기 위해 원형통을 만들어놨는데, 그 안에 들어가 비닐을 덮고 잠을 잤다. 그런데 마을이장이 주민들한테 '한전 용역 인부들이 오지 않고 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제가 산 속에서 자고 아침에 나와 보니 인부들이 올라와 작업을 했다. 주민들은 마을이장의 말만 믿고 올라오지 않았던 것인데, 제가 거기에 없었다면 몰랐을 것이다. 이장을 믿었는데 속였던 것이다."

- 헬기가 공사장비를 옮기자 막기 위해 뛰어든 적도 있다고 들었다.
"지난해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에 있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4공구 공사장비 적치장'에서 벌어졌다. 한전은 헬기로 장비를 이동시켰는데, 주민들은 막지 못해 안타까워했다. 제가 적치장의 철재문 아래로 기어 들어갔다. 그 때가 지난해 8월 25일에 상황이 벌어졌다. 한전 용역들이 저를 막아서 어깨 등을 다쳤다. 밀양의 한 병원에 입원해서 한 달간 치료를 받았고, 그래도 계속 아파서 부산의 한 병원에서 추가 치료를 받았다. 수술치료비용으로 1000만 원가량 들어갔는데 모두 내가 부담했다. 저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은 한전 용역들이었는데, 고소고발할 수도 있지만 아직 하지 않았다. 하청업체 직원들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기업 위해 국민의 농토를 내놓으라고?"

- 정부와 한전은 밀양 송전탑이 세워지지 않으면 전력대란이 온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밀양 송전탑 공사의 백지화를 선언해도 된다. 올 여름에도 전력대란이 온다고 했지만 오지 않았다. 올해 원전 상당수가 가동되지 않았는데도 블랙아웃은 발생하지 않았다. 원전에 들어가는 부품을 짝퉁으로 해서 문제가 되지 않았나.

자동차 타이어가 펑크 났다고 차를 세워놓고 새 차를 사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타이어만 교체하면 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새 차를 사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원전과 관련해 들어가는 돈을 태양광발전 등에 지원해야 하고, 전기를 절약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대기업에 전력을 싸게 공급하는 게 큰 문제다. 엄청난 이익을 내는 대기업에 왜 국민들이 희생해야 하나. 결론적으로 대기업을 위해 국민의 농토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그럴 수 없다."

- 최근 '외부세력'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밀양 송전탑 문제는 9년째 계속되고 있는데, 그동안 민주당 소속으로 이 문제와 관련해 밀양을 다녀간 국회의원은 40명에 이른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왔다 갔다 할 때는 아무 말을 하지 않더니, 이번에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당연하다. 수해가 나도 돕고 적십자 구호물품도 보내지 않느냐.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산 속에서 고생하는데 전국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이상하고, 그분들을 돕기 위해 오는 것은 당연하다.

전국 환경단체가 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바깥에서 오신 분들은 처음에는 농활부터 시작했다. 지난 1일에는 학생들까지 밀양에 농활하러 왔고, 그들은 감도 따고 밤도 줍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전에서 공사 재개를 하면서 한 바탕 난리를 치니까 한가롭게 추수만 하고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부분은 언론에 보도도 되지 않았다. 오늘이라도 경찰만 없다면 당장 감 따러 가고 싶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