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요직 싹쓸이... '여인천하'
미 연준 첫 여성 의장 등 세계 경제 주무르는 '여성 파워'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닛 옐런 연방준비위원회 의장 지명 기자회견 갈무리 ⓒ 백악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연준) 신임 의장으로 재닛 옐런 부의장을 공식 지명했다. 미국 중앙은행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장이다. 옐런 지명자는 앞으로 상원의 인준 절차를 통과하면 벤 버냉키 의장이 임기를 마치고 퇴진하는 내년부터 4년간 연준을 이끌어가게 된다.
연준 의장은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며 미국의 경제 전문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리다. 이미 2명의 여성 대법관을 지명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신임 연준 의장으로 여성을 선택했다. 연준 설립 100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이미 여성이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시 세계 경제위기가 벌어진다면 이를 해결할 5개의 요직으로 미국 대통령, 연준 의장, 독일 총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꼽았다.
그리고 5개 중 4개는 여성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에 이어 옐런 부의장이 신임 연준 의장에 지명되면서 벌써 3개 자리가 여성 지도자로 채워졌다.
옐런, 미국 연준 100년 역사상 첫 여성 수장
옐런 지명자는 뉴욕 브루클린의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다. 명문 브라운대의 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곧이어 하버드대와 런던 정경대 교수를 거치며 학문을 쌓았다.
1994년 연준 이사로 정무 경력을 시작한 옐런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냈고,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연준 부의장까지 맡으면서 실물 경제를 이끌었다.
남편 조지 애커로프 UC 버클리대 교수는 '정보 비대칭 이론'으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고, 아들 로버트 애커로프도 영국 워릭대에서 경제학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경제학자 집안'이다.
여기에 유럽의 재정위기 돌파를 주도하고 있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지난달 기민·기사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면서 벌써 3선을 확정 지었다. 새 임기를 마치면 영국의 마거릿 대처를 넘어 유럽의 최장수 여성 지도자가 된다.
IMF 총재 역시 2011년 프랑스 재무장관 출신의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차지했다. IMF 창설 64년 만의 첫 여성 총재다. 라가르드 총재는 연임이 확실시되지만, 차기 프랑스 대선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요직 접수한 '여성 파워'
메르켈 독일 총리, 라가르드 IMF 총재에 이어 옐런 지명자까지 가세하면서 글로벌 경제는 여성 수장이 주무르게 됐다. 그만큼 여성의 고위직 진출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옐런 지명자와 함께 연준 의장직을 놓고 경쟁하다가 후보에서 스스로 물러난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수년 전 "여성은 남성보다 수학과 과학을 못한다"는 여성 차별적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하버드대 총장직을 내놓아야 했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당선된다면 <월스트리트저널>의 전망대로 미국 대통령, 연준 의장, 독일 총리, IMF 총재는 여성의 차지가 된다.
클린턴 전 장관은 아직 대선 출마 의사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CNN방송> 여론조사에 따르면 6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높은 대중적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2위에 오른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의 격차는 무려 55%포인트에 달했다.
'대세론'에 힘입은 힐러리 전 장관이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오른다면 <월스트리트저널>이 꼽은 5개의 자리 중 남성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유일해진다. 드라기 총재의 임기는 2019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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