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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경찰대원 리조트-펜션 숙식...어떻게?

3000여 명 대원, 20여곳 임대 사용... 반대주민 "산속 노숙하는데"

등록|2013.10.11 22:20 수정|2013.10.11 22:21
밀양 송전탑 공사 갈등 현장에 투입된 경찰대원들이 리조트·펜션에서 지낸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산 속이나 도로에서 노숙하다시피 하는 반대 주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는 지난 2일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다. 한전은 공사 재개 열흘째인 11일까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4공구'(남은 철탑 52기)의 5곳 철탑 현장에서 공사를 벌이고 있다.

▲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관련한 갈등이 계속 되고 있는 속에 지난 8일 저녁 태풍으로 폭우로 내리는데도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26번 철탑 아래 산 속에서 주민 8명이 한때 비닐을 덮어 쓰고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버텼다. 당시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이 설득해 주민들은 하산했다. ⓒ 곽빛나


주민들은 공사장 주변 등 7~9곳에서 농성하거나 경찰과 대치·충돌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밤에도 노숙하면서 계속해서 공사 반대 투쟁에 나서고 있다.

특히 태풍(다나스)으로 폭우가 내렸던 지난 8일 저녁 주민들은 여러 곳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126번 철탑 현장 아래 산 속에서 농성하던 주민 8명은 하산하지 않겠다며 비닐을 덮고 버티다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의 설득으로 하산하기도 했다.

경찰대원 3000여명 투입, 리조트·펜션 등 20곳 숙소 사용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송전탑 공사 현장에 배치된 경찰대원은 매일 평균 20여개 중대 2000여명이다. 대기·휴게 인원까지 포함하면 3000여명에 이른다.

경찰은 밀양·창녕지역 리조트·펜션·가든 등 20곳을 빌려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경찰은 숙소와 식사비용으로 하루 평균 8000만원이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숙소 가운데는 창녕 부곡온천에 있는 리조트도 포함돼 있다. 경찰은 이 리조트로부터 객실 70여개를 빌렸는데, 하루 평균 600~90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이 리조트는 '무궁화 5개 짜리' 호텔을 개조한 시설이다. 리조트 앞에는 경찰버스가 주차해 있기도 하고, 수시로 대열정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해할 수 없다" 반응 ... "화장실 사용 등 불편"

경찰대원들이 리조트·펜션을 숙소로 쓰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관련한 갈등이 계속 되고 있는 속에, 지난 8일 저녁 태풍으로 폭우로 내리는데도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26번 철탑 아래 산 속에서 주민 8명이 한때 비닐을 덮어 쓰고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버텼다. 당시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이 설득해 주민들은 하산할 수 있었다. ⓒ 곽빛나


이계삼 사무국장은 "70~80대 어르신들은 밤에 노숙하고 매일 산에 오르는 상황인데, 경찰대원들을 고급 숙소에 머물게 하는 지휘부 형태에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세금을 그렇게 써야 하는가 하는 본질적인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공권력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안녕과 사회질서를 지키는 것인데, 밀양 주민들은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충분히 자기 생존권을 지킬 권리가 있다"며 "경찰은 주민 안전 위한다는 이유로 권리를 봉쇄하고, 궁극적으로는 한전의 명분 없는 공사를 돕고 있는 것이며, 주민 재산 생존권 강탈에 다름 아닌 폭력을 경호해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정선 밀양시의원은 "주민들은 산 속에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속에서도 농성을 계속하고, 도로 바닥에서 밤을 새우고 있다"며 "국민이 낸 세금으로 경찰이 고급스런 리조트와 펜션에서 지낸다고 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경찰대원들이 이용하고 있는 창녕 부곡의 한 리조트에 지난 10일 밤에 투숙했던 한 시민은 "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찰이 리조트에서 잔다는 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송전탑 반대 한 주민은 "우리는 산 속에서, 도로에서 하루 종일 경찰과 싸우기도 하고, 추위에 떨면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면서 "농성장에 설치하려고 했던 천막도 한때 경찰이 빼앗아 간 적이 있는데, 경찰대원들은 고급 숙소에서 지낸다고 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다른 입장이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리조트와 펜션은 1인당 하루 1만2000원에 빌려 쓰고 있으며, 10여명이 한 방에서 지내다 보니 화장실 사용과 샤워·세면 등에 어려움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 강정마을 사태 때도 경찰대원들은 인근 리조트와 청소년수련원을 빌려 집단 수용했던 적이 있다"며 "옛날에는 체육관 같은 곳에서 매트리스를 깔고 생활했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좀 나아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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