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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이야"... "반말 치지 마, 나는 다섯 살이야"

[하부지의 육아일기⑬] 아이 돌보는 즐거움, 최고입니다

등록|2013.10.15 11:05 수정|2013.10.15 13:38
"할아버지 안경 가져 왔어요?"
"아니."
"그러면 책을 어떻게 읽어 줘요?"

지난 토요일(11일)에 운동을 끝내고 딸 집에 들렀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외손녀 하은이가 안경 가져왔느냐고 묻는다. 토요일은 유치원에 가지 않기 때문에 딸이 출근하는 날에는 종일 내가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 

유하은생후 52개월, 손녀딸 하은이가 무럭무럭 자란다. 하루하루가 다르다. ⓒ 문운주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기까지 한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다. 주위 친구들이나 이웃들은 가을 나들이에 바쁘다. 주변 산에는 조금씩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코스모스의 몇 잎 남은 꽃잎이 바람에 흔들거린다. 농촌에는 누렇게 익은 벼들이 황금물결을 이룬다. 아내는 마음이 울적한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한다.

미끄럼 타기하은이가 놀이터에서 미끄럼을 타며 즐거워 하고 있다. ⓒ 문운주


그러나 가까운 놀이터나 산책로 등에서 손녀딸 하은이와 노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이들하고 노는 맛과 돌보는 재미에 빠진 나는 어떻게든 핑계를 대고 아이들한테 달려간다. 웃는 모습도 예쁘고 우는 모습은 더 예쁘다. 달래는 재미가 있으니까. 토라진 모습은 너무 귀엽다.

"할아버지 몇 살이야?"
"여섯 살."
"진짜로? 나보다 한 살 위네."

이렇게 대화를 시작한다. "대문 밖으로 나가시는 아버지, ㅏ"를 배운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글을 읽을 줄 안다. 한 문장씩 읽기 시합이다.

"가위 바위 보! 하은이가 이겼네. 하은이가 읽어요."
"함박눈이 내리는 추운 날, 성냥을 파는 소녀가 있었어요. 소녀는 덜컹거리며 달려오는 마차를 피하다 그만 넘어지고 말았어요. 그 바람에 신발 한 짝이 마차 바퀴에 깔렸지요. '헤헤, 나 잡아 봐라.' 장난꾸러기 아이가 나머지 신발 한 짝마저 들고 도망쳤어요."

유하은산책도 하고 놀이터에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 문운주


아이들을 돌볼 때 즐거운 마음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고 듣는다. 동화책을 읽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하은이도 싫증을 느끼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한다. 나 역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어서 좋다.

"너 몇 살이니?"
"네 살이야."
"반말 치지 마. 나는 다섯 살이야."

놀이터에서 하은이가 한 살 아래인 아이에게 하는 말이다. 동생 콩콩이(은우) 돌보느라 집 안에만 있었다. 하은이도 답답해하기도 하고 해서 바람을 쐴 겸 놀이터에 나갔다. 소형 아파트이기 때문에 젊은 부부들이 많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도심이지만 젊은 사람들은 외곽으로 다 빠져나가고 대부분 노인들만 산다. 그런데 이곳은 젊고 활기가 넘친다.

유하은나무 밑에서 개미나 벌레를 보면서 신기해 한다. ⓒ 문운주


하은이가 미끄럼도 타고 철봉에 매달려 놀기도 한다. 나무 밑에서 개미나 벌레를 보면서 신기해한다. 아이들을 돌보다보니 몸도 마음도 젊어졌다. 

나는 여섯 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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