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 박시온이 삼각김밥만 먹은 이유, 편해서일까?
[인터뷰③] 박재범 작가가 밝히는 '굿닥터' 속 6대 불가사의...그 장면을 파헤친다
▲ ⓒ 로고스필름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KBS 2TV <굿닥터>는 마냥 진지하고 심각하기만 했던 드라마는 아니다. 가끔은 영화 <아저씨>나 <해리 포터>를 패러디하거나 난데없는 개그 코드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독특한 분위기와 이름을 지닌 술집('도서관')을 등장시키거나 삼각 김밥·스파게티·육개장 등 다양한 음식을 먹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먹방'을 선사하기도 했다. 박재범 작가가 이 다양한 '깨알 재미'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1. '농구 허당' 박시온, 새똥 맞은 고충만…<굿닥터> 개그의 비밀
"박시온이 멋있게 골대를 향해 농구공을 던지지만 허무하게 실패하고, 고충만이 외과 의사로서의 성취감을 느끼던 중 새똥을 맞는 신 같은 건 일종의 주성치식 개그다. 뭔가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뜬금없이 벌어지는 건데, 웃기려고 그랬다. (웃음) 어떻게 보면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라도 위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든 어른이든 사랑에 대한 불안감은 다 있지 않나. 얼마나 가졌든, 얼마나 똑똑하든 사랑 앞에서는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점을 보러 가는 거고. 그런데…그 사람들이 솔직히 다 뭐겠나.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지.
그런데 정말 사랑하는 입장에서는 '영혼의 다리' 운운하는 데 불안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차윤서 같이 똑똑한 여자가 그 말에 놀라지 않나. 아무리 똑똑해도 사랑 앞에선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는 걸 넣고 싶었다. 심지어 자기가 박시온을 데리고 갔으니, 예전에 가본 적도 있다는 이야기지 않았겠나. 모태솔로라는 설정이었으니 '언제 남자친구를 만날까요' 그런 걸 물어보지 않았을까. 차윤서의 그런 귀여운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
딴 얘기지만 19회 방송이 나가고 친누나를 포함해 지인들로부터 메시지가 100개가 넘게 왔다. '진짜 박시온과 차윤서가 헤어져?'라고 묻더라. 속으로 '만선이구나!'라고 외쳤다. (웃음) 나인해가 쓰러졌을 때도 메시지함이 폭발했다. 어떻게 답장했냐고? '안알랴줌'이라고 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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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삼각 김밥·스파게티·육개장…<굿닥터> 속 음식의 비밀
"삼각 김밥은 박시온 같은 음식이다. 먹는 것 중에 삼각은 삼각 김밥밖에 없지 않나. 희소성이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해 넣었다. 또 자폐아는 보통 감각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자연히 먹는 것에도 모양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단순히 편해서가 아니라 모양이 신기해서 삼각 김밥을 즐겨 먹었을 것 같다. 그리고 박시온이 차윤서에게 스파게티를 만들어주는데 실패하는 신이 있었다. 사실, 그 즈음 내가 진짜 입맛이 없었다. 스트레스를 하도 많이 받아서 맛있는 게 하나도 없더라. 그래서 일부러 맛없게 만들었다. (웃음)"
4. 망치·볼링장·술집 '도서관'…<굿닥터> 속 소품과 장소의 비밀
"박시온이 차윤서를 데려다 주려다 망치를 사오는 신에 등장했던 철물점 이름이 '태양철물'인데, 그곳은 진짜 본 적이 있는 곳이다. 갑자기 대본을 쓰는데 생각나더라. 드라마의 배경이 된 가톨릭성모병원 인근에, 정말 몇 정거장 거리에 있는 곳이다. '도서관'이라는 이름의 술집도 실제로 보고 재밌겠다 싶어서 썼다. 딱 학교 앞에 있을 것 같은 술집 느낌이 들지 않나. 볼링장도 과거 자주 다니던 충무로의 볼링장을 생각하며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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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계란 삶는 기계, 정말 PPL(간접광고)이었나?
"이건 해명해야 한다! (웃음) 계란 삶는 기계랑 3D TV는 PPL이 아니다. 계란 삶는 기계를 넣은 건, 실제 작업실에 그 기계가 있어서다. 아침마다 계란을 삶으면서 굉장히 뿌듯해 했다. 얼마나 편한지, 꼭 한 번 쓰려고 했었다. 공공의 행복을 위해 알려드린 거다. (웃음) 3D TV도 박시온의 형 시덕이 만화경을 보여주는 장면 때문에 넣었지 PPL은 아니었다.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PPL은 어떻게 넣어야 자연스러울지 항상 고민한다. 단순히 넣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보는 분들의 감정이 깨지지 않아야 하니까."
6. '적토마 이병규' '11년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굿닥터>는 야구 드라마?
"몇몇 분들이 그것 갖고 뭐라 하시던데, 미국 드라마에도 보스톤 레드삭스나 뉴욕 양키즈 등이 많이 등장한다. 내가 LG 트윈스 팬이다. 30년 전 MBC 청룡이 창단될 때부터 팬이었다. (박재범 작가는 전작 <신의 퀴즈> 시리즈에서도 등장인물의 이름에 LG 트윈스 선수들의 이름을 사용한 적이 있다-기자 주) LG 트윈스를 암시하는 대사가 나간 후에 스태프들 사이에서 커밍아웃 붐이 일었다. 윤박도 LG 트윈스 팬이라고 고백하더라. 종방연 때 얘기하다가 '당신도 LG팬?'이라며 서로 묻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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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닥터>를 이끈 '굿작가', 박재범 인터뷰 =====
1. "'굿닥터' 너무 잔잔해? 더 늘어지지 못한 게 아쉽다"
2. "현실에서 박시온을 만나면, 피하지 말아 주세요"
3. '굿닥터' 박시온이 삼각김밥만 먹은 이유, 편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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