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DC 센트럴 키친, 우리도 적용해 볼 만한 가치 있어"

[인터뷰] '천사의 부엌' 워싱턴 DC 센트럴 키친 다녀온 이면희 교장

등록|2013.10.16 10:03 수정|2013.10.16 10:03

▲ DC센트럴 키친에서 음식만들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면희 교장 ⓒ 이면희


요리사인 이면희 글로벌요리직업전문학교 교장은 수십 년간의 봉사활동으로 음식봉사장소에서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주로 짜장면 봉사를 해 온 그는 KBS 재능봉사단, 중국문화원 봉사활동 파트너이기도 하며, 자원봉사자 대표자 모임인 세종로 포럼의 의전장을 7년째 맡고 있다. 이외에도 그는 은평의 마을과 연꽃마을 등 사회복지기관을 정기적으로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양로원 등 봉사장소에서는 어렵지 않게 그를 만날 수 있다.

이면희 교장은 미국 워싱턴에 있는 봉사단체 'DC 센트럴 키친'의 CEO들과도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한 지상파 방송 오후 9시 뉴스에 미국 셧다운·디폴트 협상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의 인터뷰 장면이 나왔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요리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DC 센트럴 키친이다.

한국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1989년부터 운영돼 온 DC 센트럴 키친은 미국의 수많은 유력인사들이 수시로 봉사활동을 하는 대표적인 빈민구제 '부엌'이다. 워싱턴의 도시빈민들에게 하루 5000명분의 무상급식을 제공하고, 봉사프로그램을 생산해 공급한다. 또 알콜 중독자나 마약 중독자, 전과자 등 소외계층에게 재활의 기회를 주기 위해 16주 요리 교육을 시켜 직접 고용하거나 취업시키는 일명 '생명기술' 전수과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DC 센트럴 키친은 1대 Chief Executive Officer(CEO) 로버트 에거(Robert Egger)에 이어 2대 CEO 마이클 커틴(Michael F. Curtin, Jr)이 이끌고 있다. 마이클 커틴은 Ignatian봉사단으로서 각종 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성 패트 릭의 날 퍼레이드에서 올해의 게일로 선정되기도 했고, 지난 2010년에는 최고 경영자 (CEO) 리더십에 대한 프리드먼 EXCEL 상을 받기도 한 재원이기도 하다.

이면희 교장은 한국의 추석명절이 겹친 지난 9월, 이역만리 수만리 하늘길을 날아서 미국의 수많은 관광명소를 뒤로 하고, 이곳을 방문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다. 이면희 교장과 부인은 이곳에서 워싱턴의 도시빈민들을 위해 하루동안 봉사활동을 했다. 

다음은 지난 14일 진행한 이면희 교장과의 인터뷰 내용.

▲ 오른쪽부터 이면희 교장, DC센트럴 키친의 2대 CEO 마이클 커틴(Michael F. Curtin, Jr) 이면희 교장의 부인 ⓒ 이면희


- DC 센트럴 키친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DC 센트럴 키친은 하루 5000명분의 음식을 만들어 도시빈민들에게 나누어주는 미국의 상징적인 봉사단체이다. 매일, DC 중앙 주방 6000 보호소에 식사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조손가정과 중간 주택, 노인 센터,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등을 생산해 다른 사회 복지 기관에 제공한다."

-  DC 센트럴 키친이 주는 의미는?
"DC 센트럴 키친이 있는 워싱턴은 미국 입법·행정·사법부의 중심이며, 미연방정부기관들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이다. 국회의사당과 백악관을 비롯하여 역사적으로 진귀한 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국회도서관, 각종 박물관이 있는 스미스소니언협회, 링컨기념관, 제퍼슨기념관, 워싱턴기념탑, 케네디 대통령이 묻힌 알링턴 국립묘지, 한국전쟁기념공원 등이 여기에 있다. 그 밖에 국립미술관·국립공문서보관소·국립자연사박물관·국립아메리카 역사박물관·국립항공우주박물관 등 많은 명소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빈부의 격차와 학력의 격차가 커 대도시권에 사는 주민들은 학력과 소득이 높은 반면, 시 안에 사는 주민들 중에는 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장애자·노인 등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DC 센트럴 키친은 양극화가 심한 도심에서 양산되는 도시빈민들을 위한 구제프로그램으로 독립운영된다. 우리나라 각 도시에서도 연구해 적용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DC센트럴 키친의 1대 CEO 로버트 애거(Robert Egger·좌측)와 함께 ⓒ 이면희


- DC 센트럴 키친은 어떤 사람들이 이끌고 있는가?
"지난해 방문 때 워싱턴 DC 센트럴 키친 탄생의 주역이자 1대 CEO인 로버트 에거(Robert Egger)를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창건자 로버트 에거(Robert Egger)는 본래 워싱턴 최고의 나이트클럽을 열고 호텔관광산업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그는 밤 교회 그룹과 함께 거리에 줄 지어있는 도시빈민들에게 샌드위치와 커피를 배부 하는 봉사활동을 접하면서 DC센트럴 키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워싱턴에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식자재의 편중현상이 심각했다. 한 쪽에는 음식이 남아돌고 한 쪽은 굶주리는 일이 허다했다. 그가 참여한 음식 봉사의 주관 단체는 고급 식자재를 구입하여 빈민을 위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워싱턴의 식당 업계를 잘 알고 있던 그는, 비싼 식재료 대신 낭비되는 식재료를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바로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고 한다. 먼저 자선단체나 재단 등에 메일을 써서 기부금을 모아 냉동트럭을 구매하고, 각 대형식당 등의 기관에서 기부 받은 식재료를 활용하여 음식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이제는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수많은 유력인사들이 수시로 'DC 센트럴 키친'에 나와서 봉사활동을 할 정도로 대표적인 봉사모델로 자리 잡았다."

- DC 센트럴 키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DC센트럴 키친이 봉사센터이면서도 노숙자와 전과자들을 훈련하는 요리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함께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 크게 다가 왔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요리사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은 알콜 중독자나 마약 중독자, 전과자 등에게 재활의 기회를 주는 16주 요리 교육 과정으로 전문 주방 작업의 모든 측면을 다루며, 일명 빈민을 재생하는 생명기술 전수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재활교육도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 자신과 같은 입장의 소외계층을 위해 음식봉사를 하고 있는 DC센트럴 키친의 구성원들 ⓒ 이면희


- 최근 봉사활동 한가지를 소개한다면...
"지난 10월 13일에는 중국문화원에서 주최한 한국양로원 음식봉사를 주관했다. 중국문화원은 한국에서의 첫 봉사활동이기도 하면서 중국의 체면이 걸린 이번 봉사활동의 주관을 내게 맡겼다. 서울 종로구에 소재한 청운양로원에서 중국식 울면과 탕수육을 만들어 어르신들에게 대접했다. 최근에 새로 부임한 중국문화원장과 부인이 직접 참석했다. 공휴일을 반납했지만 한중관계개선에 내가 끼어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20여 년전의 이야기다. 남이 부러워하던 대우 좋은 유수의 식당 주방장 생활을 과감하게 접고, 벌은 돈을 모두 털어 중국북경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작해 직업이 되어버린 '음식만들기' 기술을 단순히 직업차원을 넘어 더 큰 일에 사용하기를 원했다. 북경에서 부인을 만나 결혼했다. 미국의 CIA요리학교(Culinary Institute of America)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학교를 설립하여 후학을 양성하여 유성해 사회나눔을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나의 소박한 꿈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