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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목마른 울산, 종합국립대 설립 운동 불붙나

김정태 시의원 "학부모 교육비 과중, 조속히 추진해야"

등록|2013.10.16 16:55 수정|2013.10.16 16:55

▲ 2005년 9월 16일 울산국립대 설립이 확정되자, 울산시청 정문에 환영 설치문이 달렸다. 하지만 설립 취지와는 달리 2009년 개교한 국립 울산과학기술대에는 울산지역 학생들이 한 해 100여명 밖에 입학하지 못해 대학정원부족 해결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 박석철


13년 전인 2000년, '인구 110만명'이라는 도시 규모에 걸맞지 않게 4년제 종합대학(울산대) 한 곳과 전문대학(울산과학대, 춘해대, 폴리텍7대학) 3곳 밖에 없던 울산에서는 대학 정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울산국립대 설립운동'이 불붙었다.

지난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돼 인구가 급속히 늘고 대규모 공장이 속속 들어서면서 부자도시로 소문이 났지만, 유독 고등교육 환경만은 열악했다. 특히 인구 30만여명인 인근 경주시와 진주시에 각각 7~8개의 대학이 있었기에, 지역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았다. 당시 한 해 1만 6000여명의 고교 졸업 생 중 1만여명의 지역 학생들이 울며겨자먹기로 타지에 진학하면서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전 시민 구성원이 참여한 울산국립대설립 운동은 이후 2002년 대선에서 후보자들의 공약을 이끌었고, 2002년 3월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노무현 후보는 울산에서 연설을 하며 "울산에 꼭 국립대를 설립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뒤 몇 년 간의 진통끝에 그 약속을 성사시켰다.

이어 울산에는 국립 울산과학기술대가 설립돼 시민들의 숙원이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2013년 현재 울산의 고등학교 졸업생 1만6000여 명 중 취업 또는 재수생 2662명을 제외하고 대학에 진학한 1만4100여명 중  75%인 1만581명이 타 지역 대학에 입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대학이 설립됐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이다.

울산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울산의 대학 진학자 중 서울 1184명, 경기·인천 336명, 대구·경북 3391명, 부산·경남 5202명, 대전·충청 289명, 광주·전라 85명 강원·제주 30명 등 1만581명이 타 지역 대학에 입학했다. 반면 울산지역 4년제 대학에는 1731명, 전문대학에 1861명 등 3592명만이 울산지역 대학에 진학했다.

대통령 공약 이행으로 기대를 걸었던 국립 울산과학기술대 정원이 750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이 대학에서 전국의 공부 잘 하는 학생을 모집하면서 울산지역 학생들은 100여명만 입학하는 데 그쳤다.

울산시의회 김정태 의원이 울산시교육청에 확인 결과, 교육청은 2013 대입 통계자료를 만들기 위해 일선학교에 대입 지원서 소견란 등을 통해 학생들의 진학 동기를 파악했다. 그 결과 1만여명의 외지 진학자 중 2000여명은 본인의 희망으로, 나머지 8000여명은 울산에 들어갈 대학이 없어 타 지역으로 진학지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지난 2009년 울산과가대 설립 이후 다시 울산지역 학부모들의 원성이 나오면서 제2의 국립대 설립 추진 운동이 꿈틀거려왔다. 특히 지난 10월 15일 개회한 울산시의회 임시회에서 김정태 시의원이 "울산 국립종합대학 설립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나서면서 이 운동에 불이 붙는 분위기다.

대학 교육비 가중되는 학생은 결국 서민층 자녀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소득 분석 결과 울산은 1인당 지역내총생산이(GRDP) 6253만원으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위, 개인소득에서도 1위로, 가장 부유한 도시로 선정됐다. 하지만 대학이 부족해 지역의 부가 타도시로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울산시의회 김정태 의원 조사에 따르면 이같은 지역 학생의 외지 유학으로 연간 2000억 원의 교육비가 유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같은 교육비 과중이 서민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울산을 부자도시로 만든 것 중 하나는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SK에너지 등 대기업 정규직의 높은 임금이다. 하지만 이들 대기업은 정규직 자녀에게 대학 학자금을 무상으로 매년 지급하고 있다.

반면에 비정규직과 중소사업장, 자영업자는 외지 유학에 따른 교육비를 고스란히 자신의 소득에서 부담해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과 나머지 시민간의 임금 격차도 크지만 여기다 대학 교육비 부담도 차이가 나면서 상대적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이다.

울산시의회 김정태 의원은 "올해도 11월 7일 수능시험이 치러지는데, 수험생 가정과 수험생들은 서로 희비가 교차한다"며 "특히 수험생들 상당수는 합격의 기쁨보다 아픔과 좌절을 겪는 경우가 훨씬 많고, 당사자 못지않게 초조해 하는 사람은  입시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라고 말했다. 이는 "수험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선택해야 할 대학교가 울산에 많지 않아 어쩔수 없이 타지역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울산 지역 학부모들은 대학등록금에 더해 기숙사나 원룸 임차비 등 추가 생활비까지 이중의 부담을 질 수밖에 없어 교육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매년 교육비 등으로 2000억 원 정도가 타지로 유출되고 지역의 우수인재 유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립종합대학 설립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한 "정부는 대학이 부족한 지역은 추가 설립을 지원해주고 잉여 지역에 대해서는 줄여야 하는 순리에 따라 반드시 울산에 국립종합대학교가 설립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02년 대선 때 울산국립대 설립을 공약한 후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후 울산국립대 설립을 추진하다 난관에 부딪혔다.

당시 교육부 등에서는 "전국에 대학이 넘쳐나는 데 울산에 따로 국립대를 설치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건의했고, 이에 노 전 대통령은 "농촌이 폐교한다고 도시에 학교를 새로 안 지을 수 있나"며 "지역마다 수요가 다른 데 국가라는 한통속에 넣고 지역사정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설득하며 지방분권 차원에서 울산국립대 설립을 관철 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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