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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격 조합원 2명 이유 노조해산 불가" '노조해산명령 취소' 대법원 판례 있다

[단독] "무리한 전교조 설립취소 명령, 부당성 입증 가능성"

등록|2013.10.16 15:42 수정|2013.10.16 15:42
'무자격 조합원 2명의 활동을 이유로 행정관청이 내린 노조 해산명령은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례가 있는 사실이 16일 확인됐다. 이 판례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전체 조합원 6만 명 중에 해고자 9명의 조합원 활동을 이유로 내린 전교조에 대한 설립 취소 예고' 명령 시한을 일주일 앞두고 발견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교조는 6만 조합원 가운데 해고자 9명 문제 삼았는데…

대법원(재판장 주재황)은 1971년 3월 30일 당시 전국연합노동조합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노동조합해산명령취소 소송'에서 "노조 설립총회 참석자 34명 중에 조합원 무자격자 2명이 끼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노조 해산을 명한 것은 재량권 일탈"이라고 판시했다.

당시 서울시는 전국연합노조 중화요식 지부의 노조 설립총회에 참석한 34명 가운데 해당 업소 비근무자 2명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당시 노동조합법 제32조(해산명령)를 들어 노조 해산을 명한 바 있다. 당시 노동조합법 32조는 "행정관청은 노조가 노동관계법령에 위반하거나 공익을 해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 당시 대법원은 노조에 대한 해산명령권을 규정한 노동조합법이 있는 상황에서도 소수의 무자격자가 노조 활동에 참가한 사실만으로 노조를 해산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노조해산권은 1987년 노동조합법에서 삭제됐다. 1987년 10월 당시 국회 보건사회위원장이 발의한 노동조합법 개정법률안 입법 제안문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민주화 분위기 속에서 노조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 같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제안문은 "노동조합의 자유의지에 의한 노조설립을 보장하고 노사 간의 균형을 유지하며 노조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개정취지를 명시했다.

이처럼 모범인 노동조합법에서 노조해산권이 삭제되자 당시 노태우 정권은 이듬해인 1988년 '노조 아님' 통보 조항을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집어넣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5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법률의 위임이 없는 기본권 제한 규정(법외 노조 통보)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법률주의에 반하여 그 자체로 무효"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박수근 한양대 법학대학원 교수(한국노동법학회 수석부회장)도 "현 정부는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따라 전교조 설립 취소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학계에서는 모법(노조법)이 시행령에 노조해산권을 위임했는지 여부에 대해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면서도 "87년 국회의 '노조해산권 삭제' 개정안을 담은 입법제안서의 내용은 모법이 시행령에 노조설립 취소 또는 해산 등을 위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정황 증거"라고 밝혔다.

민변은 같은 성명에서 1997년 서울고법 판례를 공개하고 "조합원 중에 일부가 조합원으로서 자격이 없더라도 자주성 침해 여부와 관계없이 노조 지위를 곧바로 상실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설립 취소 경고는 대법 판례 견줘 매우 부당"

서울고법은 1997년 10월 28일자 '노조활동금지 가처분사건'에서 "조합원 중 일부가 자격이 없는 경우 바로 노동조합법상의 노조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로 인해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되었거나 그 우려가 있는 경우에 노조의 지위를 상실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1971년 대법 판례와 관련, 강영구 변호사(민변 교육청소년위)는 "당시 노동조합법에 노조해산권이 존재하는 상태에서도 대법원은 소수의 무자격 조합원을 이유로 노조 해산을 명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라면서 "이미 노조해산권이 노동조합법에서 사라진 상태에서 진행한 고용노동부의 명령은 이번에 새로 발견한 대법원 판례에 비춰볼 때 매우 부당한 일"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고용노동부가 오는 23일 통보시한 이후 설립 취소를 강행할 경우 곧바로 '법외노조통보 취소소송 및 법외노조통보 집행정지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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