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낙동강의 끔찍한 주검, 믿을 수 없었습니다

[두 바퀴 현장리포트-OhmyRiver!] 6박7일간의 여정을 마치며

등록|2013.10.18 15:40 수정|2013.10.24 11:59
<a href="http://www.ohmynews.com/NWS_Web/payment/pay_hunthousand_main.aspx" target="_blank"><u><오마이뉴스>10만인클럽</u></a>과 <a href="http://www.kfem.or.kr/wp/" target="_blank"><u> 환경운동연합</u></a>은 '흐르는 강물, 생명을 품다'라는 제목의 공동기획을 통해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 구간을 샅샅이 훑으면서 7일부터 6박7일 동안 심층 취재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전문가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어민-농민-골재채취업자들을 만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이 기획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조사위원회가 후원했습니다. [편집자말]

☞ 관련 부가정보 보기



저와 함께 내성천을 걸어보실래요? 잠깐 컴퓨터 볼륨을 높이고 하나, 둘, 셋……. 마음속으로 마흔 일곱을 세면서 발바닥에 전해지는 부드러운 모래의 감촉, 발목을 감싸는 눈부신 강의 살결을 느껴보세요. 제 핸드폰에 담아온 47초 동영상입니다.

내성천, 맨발로 걷기 ⓒ 김병기


내성천 깊은 모래톱 ⓒ 소중한


2년 전, 낙동강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폐허입니다.  

10만인클럽 회원, 시민기자 여러분, 그리고 독자여러분. 낙동강은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일주일여 전에 MB가 차린 '낙동강 주식회사'로 자전거 출근했던 김병기 기자입니다. 14일 새벽에 집에 도착한 저는 어머니 팔순 생신을 기념해 아침 잔칫상을 차려드린 뒤에 집에 와서 기절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내내 그랬던 것처럼 화요일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이 아닌 서울 상암동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비를 흠뻑 맞으면서 페달을 돌리고, 사람들과 만나고, 야영을 하고, 새벽까지 기사를 써야  했던 강행군이었지만 무척 즐거웠습니다. 시원하게 뻗은 자전거 길을 달리면서 곳곳에 세운 댐에 가로막혀 흐르지 못하는 낙동강에게는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김종술 금강 전문 시민기자 ⓒ 소중한


낙동강, 시간이 멈춰버린 녹색 저수지

- 'MB 주식회사' 4대강으로 출근합니다

- [첫째 날 현장 리포트] MB가 만든 공원...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 4대강 시설 이용객, 없어도 너무 없네... "혈세 낭비"

- "무자비하게 내쫓겼어요...스스로 목숨 끊은 사장도"

지난주 월요일(7일)부터 6박7일 동안 부산 을숙도에서 시작해 낙동강 자전거길 340km를 달렸습니다. 제 미니벨로 자전거 페달을 돌린 회수를 계산해봤더니, 최소 6만8000번. 왼발을 구르면 2.5m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오른발을 구르면 2.5.m씩 바람결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마다 무릎과 허벅지 근육은 단단해집니다. 페달을 감아올릴 때에는 종아리 근육이 팽창했습니다. 한발씩 나아갈 때마다 심장은 힘차게 피를 밀어내고, 수 조개의 세포 마디마디는 신선한 공기를 빨아들였습니다. 

강물도 제 몸과 같습니다. 반짝이는 여울을 만나 모래, 자갈과 함께 뒹굴어야 강입니다. 수풀 속에서 잠시 쉬더라도 흘러야 강입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넓고 길게 굽이쳐야 강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5일 동안 자전거를 타고 거슬러 오르면서 목격한 낙동강 구간은 강이 아니었습니다. 함안보-합천보-달성보-강정보-칠곡보-구미보-낙단보-상주보 등 사실상 8개의 콘크리트 댐에 가로막힌 낙동강은 시간이 멈춰버린 녹색 저수지였습니다.

낙동 저수지. 이 신조어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었습니다. 10월 중순에도 곳곳에서 걸쭉한 녹조라떼가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저수지에만 자생하는 부레옥잠이 강이 자기 집인 것으로 잘못 알고 서식하고 있었습니다. 그 많던 모래사장은 수장됐습니다. 거대한 뿌리를 드러내고 흉악한 몰골로 쓰러진 강변의 나무들……. 버드나무 군락지는 물속에 잠겨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소중한 오마이뉴스 기자오마이리버팀의 막내. 자전거를 타면서 강가에서, 도로가에서 쉼없이 현장 기사를 날렸습니다. ⓒ 김종술


- [둘째 날 현장 리포트] 내리막에서 결국 사고... 그래도 또 달립니다

- "나는 노래할 테니, MB는 가만히 있으시라"

이명박의 '위험한' 초대... 크게 당합니다

- "녹조가 심할 때는 시궁창 냄새가 났다"

이뿐이 아닙니다. 자연적인 생태계를 불도저로 밀어버린 뒤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만든 강변 생태공원은 아무도 찾지 않는 '개망초 공원'으로 방치됐습니다. 사람이 앉아 휴식을 취해야 할 공원 벤치는 온갖 잡풀들이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측방침식과 역행침식으로 무너진 곳이 올해 또 무너졌습니다.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현장에 갔더니 내년에 무너질지도 모를 1년짜리 콘크리트를 퍼붓고 있었습니다.

기막히지 않습니까? 흐르지 않는 강. 이 사업 기조가 유지된다면 4대강 공사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사업이 될 것 같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이 쏟아 부어야 할 막대한 사업비는 우리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합니다. 잠시 MB를 대통령으로 모셨다는 이유로 우리는 대대손손 그 후과를 물려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끔찍합니다. 

박창재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오마이리버 지원팀으로 탑차를 몰았으나, 2-3일동안은 자전거를 타면서 낙동강과 내성천을 둘러봤습니다. ⓒ 소중한


썩은 수박과 감자가 뒹굴... "폭탄 안고 뛰어들고 싶다"

-[셋째 날 현장리포트] 또 목표 미달... 독자 '격려'에 눈물이 납니다

- "4대강사업으로 물부족 해결? 주민들 씻지도 못했다

- "낙동강 근처에 폐기물 매립? 못 살겠다"

- 여주 다리 5개 붕괴, 끔찍한 진실 숨어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오마이리버팀이 출발하기 직전, 북한강 자전거 길에서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습니다. 국민들에게 4대강 자전거 길에 오라고 초대의 글을 남겼습니다. 낙동강 제 1경이자 상주의 상징인 경천대에서 내려오던 길에 오마이리버팀의 에코큐레이터인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은 팔꿈치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눈이 부시게 곱던 경천대 모래를 다 퍼내고 수장시킨 뒤에 만든 가파른 비탈길 때문이었습니다. 녹조가 창궐했던 지난여름에는 꿀 먹은 벙어리였던 MB가 자랑하는 자전거 길이었습니다.

침묵하는 강의 죽음, 그 너머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금강과 낙동강에서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들, 그 주검의 행렬 뒷부분에 강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향하듯 터벅터벅 걷고 있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건설사 업주들이 축포를 터트리고 이권을 나눠먹은 그 강가에서 낙동강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댐에 물을 퍼 담아서 수위가 올라간 질퍽한 농토에는 썩은 수박과 감자가 뒹굴었습니다. 잦은 안개로 호흡기 질환을 앓은 송아지가 올해 만해도 한 집에서 4마리가 죽어나갔답니다.

그는 "자식이 죽은 것 같다"면서 취재진의 손을 끌고 자기 농가로 가서 "칠곡보에 폭탄을 안고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라고 절규했습니다. 낙동강의 골재 채취 업체들은 문을 닫았고, 골재운송 차량을 모는 사람들은 정부가 인가한 곳에서 4시간 동안 시간을 죽여가면서 덤프트럭에 모래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양영석 시민기자미국에서 강 복원 관련 연구를 하다가 귀국했습니다. ⓒ 김병기


투명한 물과 녹조라떼, 여러분은 어떤 강을 원하시나요?

- [넷째 날 현장리포트] 낙동강 나무의 죽음... 이젠 사람도 위험합니다

-"유명한 함안수박, 4대강사업이 다 망쳤다"

- 하루 150마리씩 칠어 잡혔던 곳, 왜 망가졌나

- "4대강 칠곡보에 폭탄 안고 뛰어들고 싶다"

6일째 되던 날 경북 예천 삼각 주막에서 막걸리로 목을 축인 뒤 잠시 쉬었다가 자전거에 올라탔습니다. 5분여 달렸을까요? 아~. 입 밖으로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저도 모르게 "이게 강이다"라고 소리쳤습니다. 낙동강에서는 볼 수 없는 반짝이는 모래톱, 제가 사랑하는 두 딸이 마구 뒹굴어도 걱정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강바닥이 훤히 내비치는 투명한 물결. 강물 밑으로 모래알이 쓸려 내려가는 것이 보일 정도였습니다. 약간 깊은 곳은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내성천과 처음으로 마주친 순간입니다. 지난 5일 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지겹게 보아왔던 낙동 저수지와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믿기지 않으신가요? 아래 사진을 보아 주세요. 당신은 어떤 강을 원하시나요?

▲ 오마이리버가 13일 경북 예천의 오천교에서 출발해 내성천 위를 걷고 있다. ⓒ 소중한


▲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상류쪽으로 약 7km 떨어진 수질측정소 옆 배수구 앞에 녹조가 창궐해 있다. ⓒ 조정훈


- [다섯째 날 현장리포트] 오는 새 쫓아내고, 습지는 사막으로... 대단한 MB!

- 정신나간 수공, 상수원보호구역에 공기부양정 띄웠다

- 수박농사가 절단 났다...평범한 농사꾼이고 싶은데

- 40조 원 아낄 수 있는데 왜 망설이나

이철재 에코큐레이터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입니다. MB 자전거 길에서 넘어져 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 소중한


다음날 아침 내성천을 맨발로 걸으면서 저는 확신했습니다. 낙동강이 죽기 전에 하루 빨리 아무런 효용 가치가 없는 댐의 수문부터 열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제 2의 4대강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강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자들을 심판해야 합니다.

국민의 혈세를 흥청망청 쓰면서 국토를 망쳐놓고도 저들끼리 꽹과리를 치면서 추잡한 잔칫상을 차리고 훈포상을 마구 나눈 영혼 없는 공직자들과 학자들도 더 이상 그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역사에 기록해야 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대안 없이 목소리만 높인다고 손가락질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22조 원을 들인 공사인데, 아무런 검증 없이 댐을 철거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또 박근혜 정부는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아직 검증을 못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강은 자신의 몸을 짙은 녹색으로 물들이며 몸부림쳤고, 물고기들은 떼죽음으로 증명했습니다. 지금 당장 강의 목을 조르는 8개의 댐, 낙동강의 목에 박힌 저 거대한 콘크리트 못을 뽑아버리는 것이 바로 대안입니다. 그냥 흐르도록 내버려두는 게 낙동강 사람들을 살리는 대안입니다. 
  
강의 복원력은 대단합니다. 3-4년 뒤에는 강이 스스로 자신의 몸을 치유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때가 되면 아래 동영상에 찍힌 철없는 사내들의 물장구를 낙동강에서도 재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 이번에는 저와 함께 내성천에 뛰어들지 않으시렵니까?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영주 댐이 완공된다면 영영 몸을 담그지 못할 눈부신 그곳에…….

오마이리버, 내성천에 빠지다 ⓒ 정대희, 이석우


정대희 시민기자충남 태안에 거주합니다. 자전거 팀을 선두에서 이끌면서 밤새워 기사까지 작성했습니다. ⓒ 소중한


- [여섯째 날 현장리포트] 드디어 만난 모래톱과 여울... 이게 진짜 낙동강!

- 스스로 '범죄' 고백한 MB, 이제 어쩔 건가

-"4대강에 저지른 우리의 만행, 기록해야 합니다

- MB에 충성했던 '4대강 공직자'...지금도 잘 나가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오마이리버팀에 둘째 날에 합류했다가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 파열로 사고를 당했으나, 끝까지 완주했습니다. ⓒ 소중한


시민기자들과 함께 한 6박 7일, 그들의 힘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1주일여동안 출고된 특집기사는 35건 정도 됩니다. 대부분 시민기자들이 써낸 기사들입니다. 페달을 함께 밟으면서, 텐트 안에서 토막잠을 자면서도 아무런 불평 없이 흥겹게 현장리포트에 참여해주신 김종술, 정대희, 양영석 시민기자 등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MB의 위태로운 자전거 길에서 팔 금치 뼈가 부러졌어도 집에 와서 한 손으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는 이철재 에코큐레이터의 기자 혼. 시민기자의 힘을 새삼 느꼈습니다. 직업기자인 저를 부끄럽게 한 투어였습니다.

문가영 환경운동연합 활동가오마이리버 지원팀으로 활동했습니다. ⓒ 소중한


또 현장에 가지 못한 최병성, 하승수 시민기자들은 깊이있는 기사로 지원사격을 해주셨습니다. 탑차를 끌고 다니면서 오마이리버팀에게 간식 등을 전달해 준 박창재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과 문가영 환경운동연합 간사님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정이었습니다. 또 오마이리버팀에 참여해주신 많은 분께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그동안 '두 바퀴 현장리포트'를 지원해주신 10만인클럽 회원, 환경운동연합 회원 여러분, 그리고 이번 기획 기사를 관심 있게 보아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했습니다. 내성천의 숨결을 가슴에 담고 4대강 사업 검증,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를 계속 지켜봐 주십시오.

- "지옥같은 일...공무원 얼굴에 침 뱉고 싶었다"

- "4대강사업은 종교적으로도 위험... 이명박, 지구 떠나야"

- [마지막 날 현장리포트] 자전거 타고 낙동강 6박7일...우릴 기억해 주세요

오마이리버에 함께 해주신 분들오마이리버팀이 이번 자전거 길에서 만난 낙동강에 사는 사람들, 낙동강을 살리려는 사람들의 소중한 얼굴입니다. ⓒ 김병기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