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당국은 정녕 한반도 핵전쟁을 원하는가?
제4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의 결과를 보고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 2일 열린 제4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맞춤형 억제전략'에 서명하고 한국의 미국 MD 참여를 기정사실화하였다. 아울러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2015년 이후로 다시 연기할 가능성을 열었다. 이러한 합의들은 '국지도발대비계획'(2013. 3. 24, 한미 합참의장 간 서명)과 '킬 체인'(2012. 10. 24, 한미 국장장관 간에 2015년까지 구축하기로 합의)과 한 묶음이 되어 한미 양국군이 북한을 선제공격하고 핵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매우 도발적이고 호전적인 방안들이라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억제전략'이란 원래 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막고, 만약 전쟁위기가 조성되었을 때는 이 위기가 전쟁으로 발전되는 것을 막는 전략이다. 그러나 한미 당국이 합의한 '맞춤형 억제전략'은 북한이 핵·미사일 사용 징후만 보여도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방안을 담고 있어 전쟁위기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쟁을 촉발하는 전략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이 임박―이에 대한 정보와 판단의 정확성은 차치하고라도―했다고 해서, 곧 전쟁위기가 조성되었다고 해서 선제공격을 하게 되면 전쟁위기를 평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길은 아예 봉쇄되어 버린다. 따라서 한미 양국군이 '맞춤형 억제전략'에 따라 작전하게 되면 2013년 봄과 같은 한반도 전쟁위기가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오바마 정권의 핵전략은 북한을 거의 유일한 핵공격 대상국으로 선정해 놓고 있다. 재래식 전력에서 압도적 열세에 있는 북한으로서는 한미 양국군이 선제공격을 해 올 경우 핵사용 필요성을 절실히 느낄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핵전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선제공격은 전쟁을 불법으로 규정한 유엔헌장 등 국제법 위반이다.
그런데 최근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신임 최윤희 합참의장은 "북한이 생·화학무기의 사용 징후를 보이면 핵무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선제타격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미국 정권 중 가장 호전적이었던 조지 W. 부시 정권의 전략과 흡사하다. 조지 W. 부시 정권은 대량살상무기 및 투발 수단을 보유한 국가에 대해서 핵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전략을 채택하였으며, 실제로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다는 의혹만으로 이라크를 선제공격―비록 핵 공격은 아니었지만―하였다.
이는 또한 현 오바마 정권의 전략을 뛰어넘는 도발적인 공세전략이다. 오바마 정권은 생·화학무기로 공격을 당할 경우 (치명적인) 재래식 무기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핵무기 보유 국가와 핵 비확산 정책을 준수하지 않은 국가들의 생·화학무기 공격에 대해서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적시하고 있으나, 적어도 선제공격을 표방하고 있지는 않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사용 징후에 대한 선제 타격은 국지전을 전면적으로, 재래전을 핵전으로 발전시키게 된다는 점에서 핵무기 사용 징후에 대한 선제 타격 전략과 마찬가지로 민족의 생명과 생존을 담보로 하는 매우 위험한 전략이다. 또 이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 시보다도 한미 양국군이 쉽게, 자주 선제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도발적이고 위험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국지도발대비계획'은 북한이 국지도발을 해 올 경우 도발 원점은 물론 지휘부까지 타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선제공격에 따른 반격이라고 해도 도발 원점을 넘어서 지원부대나 심지어 지휘부까지 타격하겠다는 것은 국제법상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한 불법적 대응 공격이자 국지전을 전면전으로 발전시키는 도발적인 행위다. 한미 양국군이 '국지도발대비계획'에 의거해 작전하게 되면 2010년 11월의 연평도 포격전과 같은 국지전은 필연적으로 전면전으로 확전된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발사 이전에 요격하기 위한 '킬 체인'은 '맞춤형 억제전략'의 대북 선제공격을 이행하는 수단으로, 이 체계가 구축되면 한반도는 상시 전시체제에 처하게 된다. 앞으로 북한의 모든 단·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시험 발사가 공격 대상으로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시험 발사를 실제 공격으로 오인해 공격할 수도 있어 그만큼 전쟁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더구나 한국군은 일본이나 오키나와, 괌, 미국으로 날아갈 북한의 탄도미사일도 발사 전에 선제공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북일, 북미 간 전쟁의 대리전을 치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미국 MD 참여도 한국의 안보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취약하게 할 뿐이다. 한국이 미국 MD에 참여하여 미국으로부터 제아무리 신속, 정확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정보를 제공 받는다고 해도 남한을 향해 날아오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층방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한미 당국 간 연구를 통해서도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최근 김관진 국방장관은 SM-3, THAAD 체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기정사실로 된 한국의 미국 MD 참여를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수순이다. 그러나 SM-3는 외대기권 요격체계(상층방어)로 남한을 향해 날아오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요격체계가 아니다. SM-3 도입은 일본이나 오키나와, 괌 등으로 날아가는 북한, 중국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THAAD 역시 고도 40~150km의 내·외기권 요격체계(상층방어)로, 비행궤도의 고도가 낮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하기에는 그 작전적, 비용적 효용성이 매우 제한된다. THAAD 도입은 중국에서 한국을 향해 날아오는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것으로, SM-3 도입과 함께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편승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미국 MD 참여는 남한을 중국의 보복공격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맞춤형 억제전략'과 한국의 미국 MD 참여 등 이번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의 합의와 킬 체인 구축 등은 한국의 안보 이해에 반하며 아태지역에서의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의 안보 이해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전작권 전환 재연기는 세계 7~8위의 막강한 한국군 전력을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따라 운용하려는 미국 입장에서는 꽃놀이패라 할 수 있다. 북핵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 능력 부족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재연기해야 한다는 한미 국방장관의 주장이 허구임은 이미 한미 당국자들에 의해 수없이 논증되었다.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2015년으로 연기한 바 있는 이명박 정권의 마지막 안보수석 천영우는 "전작권을 전환해도 전혀 지장 없게 대비하고 있다."(2013. 2. 21)고 밝힌 바 있으며, 게리 세이모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조정관도 "한국군은 전작권을 이전 받을 충분한 능력과 조건을 갖추고 있다"(2013. 2. 19)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재연기하려는 의도는 어디에 있을까? 거기에는 남북, 북미 대결을 고착시키는 한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반대하는 보수수구세력의 결집을 통해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군사주권을 포기하고 재정난 속에서도 막대한 재정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미국의 국익과 군사전략적 이해를 충족시켜 주려는 것이다.
국방부는 킬 체인과 한국형 MD(KAMD) 구축에 2014년부터 향후 5년 동안 9조6천억 원을, 2022년까지는 15조2000억 원을 들일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최소 액수에 불과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이 강화되고 첨단화될수록 이를 탐지, 타격, 요격하기 위한 센서, 타격, 요격체계의 강화에 따른 예산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한국형 MD가 미국 MD에 더욱 깊숙이 참여할수록 적외선 인공위성, THAAD(AN/TPY-2 레이더), SM-3 등 새로운 센서와 요격체계의 도입은 필수다. 이에 따라 늘어날 예산까지 고려하면 2022년까지 투입하겠다는 예산을 두 배로 늘려도 오히려 부족할 판이다. THAAD는 1개 포대의 도입가만 1조 원을 상회하고, SM-3는 요격미사일은 ⅡA의 경우 도입가가 개당 무려 500억 원에 육박할 것이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 이어 열린 미일 외교·국방장관연석회의(2013. 10. 3)에서 미일 양국은 일본 자위대의 '집단권 자위권' 행사에 합의하였다.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우선순위가 북한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 회의에서 일본이 대북 선제공격능력 보유 의사를 드러낸 것은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미국이 난색을 보였다지만 국방비에 쪼들려 아태 지역 군사적 역할을 일본에 분담시키려는 미국의 의도와 군사대국화를 지향하는 일본의 의도가 맞물려 자위대가 대북 선제공격능력 보유로 나아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나아가 한미 연합 '맞춤형 억제전략'과 킬 체인 및 MD가 자위대의 대북 선제공격능력 및 MD와 짝을 이루어 본격적인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으로 나아가는 것도 그리 먼 훗날의 일이 아닐 것이다. 이를 위해 박근혜 정권이 임기 중에 이명박 정권이 미처 끝맺지 못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물품용역상호제공협정' 체결에 나서리라는 것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번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와 미일 외교·국방장관연석회의를 계기로 한반도에서 한미일 삼각군사동맹과 MD를 축으로 하는 대북 대결 구도가 전면화되고, 대중 대결 구도도 전면화의 문턱을 넘어서려 하고 있다. 이 중 한반도에서의 대결 구도는 군사전략과 전력의 민감성과 파괴성 측면에서 분명 냉전 하의 한반도 대결 구도를 능가한다. 이렇게 악화일로를 치닫는 한반도 대결의 종착역은 민족 공멸의 전쟁이거나 남북 모두 그 끝과 바닥을 알 수 없는 전시에 준하는 질곡과 고통뿐이다.
다행히도 이번 미일 외교·국방장관연석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밝힌 '북미 불가침 협정' 체결 의사는 고조되는 한반도 대결 구도를 평화·공존으로 전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한 가닥 희망의 빛줄기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결합시켜 현 정전협정과 준전시체제를 정치적, 법적으로 완전히 종식시킨다면 남북에게는 평화공영의 대로가, 미일에게도 동북아 공동안보와 국가이익 추구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이를 묻는 것은 우문에 불과할 것이다.
'억제전략'이란 원래 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막고, 만약 전쟁위기가 조성되었을 때는 이 위기가 전쟁으로 발전되는 것을 막는 전략이다. 그러나 한미 당국이 합의한 '맞춤형 억제전략'은 북한이 핵·미사일 사용 징후만 보여도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방안을 담고 있어 전쟁위기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쟁을 촉발하는 전략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이 임박―이에 대한 정보와 판단의 정확성은 차치하고라도―했다고 해서, 곧 전쟁위기가 조성되었다고 해서 선제공격을 하게 되면 전쟁위기를 평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길은 아예 봉쇄되어 버린다. 따라서 한미 양국군이 '맞춤형 억제전략'에 따라 작전하게 되면 2013년 봄과 같은 한반도 전쟁위기가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오바마 정권의 핵전략은 북한을 거의 유일한 핵공격 대상국으로 선정해 놓고 있다. 재래식 전력에서 압도적 열세에 있는 북한으로서는 한미 양국군이 선제공격을 해 올 경우 핵사용 필요성을 절실히 느낄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핵전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선제공격은 전쟁을 불법으로 규정한 유엔헌장 등 국제법 위반이다.
그런데 최근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신임 최윤희 합참의장은 "북한이 생·화학무기의 사용 징후를 보이면 핵무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선제타격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미국 정권 중 가장 호전적이었던 조지 W. 부시 정권의 전략과 흡사하다. 조지 W. 부시 정권은 대량살상무기 및 투발 수단을 보유한 국가에 대해서 핵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전략을 채택하였으며, 실제로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다는 의혹만으로 이라크를 선제공격―비록 핵 공격은 아니었지만―하였다.
이는 또한 현 오바마 정권의 전략을 뛰어넘는 도발적인 공세전략이다. 오바마 정권은 생·화학무기로 공격을 당할 경우 (치명적인) 재래식 무기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핵무기 보유 국가와 핵 비확산 정책을 준수하지 않은 국가들의 생·화학무기 공격에 대해서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적시하고 있으나, 적어도 선제공격을 표방하고 있지는 않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사용 징후에 대한 선제 타격은 국지전을 전면적으로, 재래전을 핵전으로 발전시키게 된다는 점에서 핵무기 사용 징후에 대한 선제 타격 전략과 마찬가지로 민족의 생명과 생존을 담보로 하는 매우 위험한 전략이다. 또 이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 시보다도 한미 양국군이 쉽게, 자주 선제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도발적이고 위험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국지도발대비계획'은 북한이 국지도발을 해 올 경우 도발 원점은 물론 지휘부까지 타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선제공격에 따른 반격이라고 해도 도발 원점을 넘어서 지원부대나 심지어 지휘부까지 타격하겠다는 것은 국제법상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한 불법적 대응 공격이자 국지전을 전면전으로 발전시키는 도발적인 행위다. 한미 양국군이 '국지도발대비계획'에 의거해 작전하게 되면 2010년 11월의 연평도 포격전과 같은 국지전은 필연적으로 전면전으로 확전된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발사 이전에 요격하기 위한 '킬 체인'은 '맞춤형 억제전략'의 대북 선제공격을 이행하는 수단으로, 이 체계가 구축되면 한반도는 상시 전시체제에 처하게 된다. 앞으로 북한의 모든 단·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시험 발사가 공격 대상으로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시험 발사를 실제 공격으로 오인해 공격할 수도 있어 그만큼 전쟁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더구나 한국군은 일본이나 오키나와, 괌, 미국으로 날아갈 북한의 탄도미사일도 발사 전에 선제공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북일, 북미 간 전쟁의 대리전을 치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미국 MD 참여도 한국의 안보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취약하게 할 뿐이다. 한국이 미국 MD에 참여하여 미국으로부터 제아무리 신속, 정확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정보를 제공 받는다고 해도 남한을 향해 날아오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층방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한미 당국 간 연구를 통해서도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최근 김관진 국방장관은 SM-3, THAAD 체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기정사실로 된 한국의 미국 MD 참여를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수순이다. 그러나 SM-3는 외대기권 요격체계(상층방어)로 남한을 향해 날아오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요격체계가 아니다. SM-3 도입은 일본이나 오키나와, 괌 등으로 날아가는 북한, 중국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THAAD 역시 고도 40~150km의 내·외기권 요격체계(상층방어)로, 비행궤도의 고도가 낮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하기에는 그 작전적, 비용적 효용성이 매우 제한된다. THAAD 도입은 중국에서 한국을 향해 날아오는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것으로, SM-3 도입과 함께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편승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미국 MD 참여는 남한을 중국의 보복공격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맞춤형 억제전략'과 한국의 미국 MD 참여 등 이번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의 합의와 킬 체인 구축 등은 한국의 안보 이해에 반하며 아태지역에서의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의 안보 이해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전작권 전환 재연기는 세계 7~8위의 막강한 한국군 전력을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따라 운용하려는 미국 입장에서는 꽃놀이패라 할 수 있다. 북핵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 능력 부족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재연기해야 한다는 한미 국방장관의 주장이 허구임은 이미 한미 당국자들에 의해 수없이 논증되었다.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2015년으로 연기한 바 있는 이명박 정권의 마지막 안보수석 천영우는 "전작권을 전환해도 전혀 지장 없게 대비하고 있다."(2013. 2. 21)고 밝힌 바 있으며, 게리 세이모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조정관도 "한국군은 전작권을 이전 받을 충분한 능력과 조건을 갖추고 있다"(2013. 2. 19)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재연기하려는 의도는 어디에 있을까? 거기에는 남북, 북미 대결을 고착시키는 한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반대하는 보수수구세력의 결집을 통해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군사주권을 포기하고 재정난 속에서도 막대한 재정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미국의 국익과 군사전략적 이해를 충족시켜 주려는 것이다.
국방부는 킬 체인과 한국형 MD(KAMD) 구축에 2014년부터 향후 5년 동안 9조6천억 원을, 2022년까지는 15조2000억 원을 들일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최소 액수에 불과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이 강화되고 첨단화될수록 이를 탐지, 타격, 요격하기 위한 센서, 타격, 요격체계의 강화에 따른 예산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한국형 MD가 미국 MD에 더욱 깊숙이 참여할수록 적외선 인공위성, THAAD(AN/TPY-2 레이더), SM-3 등 새로운 센서와 요격체계의 도입은 필수다. 이에 따라 늘어날 예산까지 고려하면 2022년까지 투입하겠다는 예산을 두 배로 늘려도 오히려 부족할 판이다. THAAD는 1개 포대의 도입가만 1조 원을 상회하고, SM-3는 요격미사일은 ⅡA의 경우 도입가가 개당 무려 500억 원에 육박할 것이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 이어 열린 미일 외교·국방장관연석회의(2013. 10. 3)에서 미일 양국은 일본 자위대의 '집단권 자위권' 행사에 합의하였다.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우선순위가 북한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 회의에서 일본이 대북 선제공격능력 보유 의사를 드러낸 것은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미국이 난색을 보였다지만 국방비에 쪼들려 아태 지역 군사적 역할을 일본에 분담시키려는 미국의 의도와 군사대국화를 지향하는 일본의 의도가 맞물려 자위대가 대북 선제공격능력 보유로 나아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나아가 한미 연합 '맞춤형 억제전략'과 킬 체인 및 MD가 자위대의 대북 선제공격능력 및 MD와 짝을 이루어 본격적인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으로 나아가는 것도 그리 먼 훗날의 일이 아닐 것이다. 이를 위해 박근혜 정권이 임기 중에 이명박 정권이 미처 끝맺지 못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물품용역상호제공협정' 체결에 나서리라는 것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번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와 미일 외교·국방장관연석회의를 계기로 한반도에서 한미일 삼각군사동맹과 MD를 축으로 하는 대북 대결 구도가 전면화되고, 대중 대결 구도도 전면화의 문턱을 넘어서려 하고 있다. 이 중 한반도에서의 대결 구도는 군사전략과 전력의 민감성과 파괴성 측면에서 분명 냉전 하의 한반도 대결 구도를 능가한다. 이렇게 악화일로를 치닫는 한반도 대결의 종착역은 민족 공멸의 전쟁이거나 남북 모두 그 끝과 바닥을 알 수 없는 전시에 준하는 질곡과 고통뿐이다.
다행히도 이번 미일 외교·국방장관연석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밝힌 '북미 불가침 협정' 체결 의사는 고조되는 한반도 대결 구도를 평화·공존으로 전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한 가닥 희망의 빛줄기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결합시켜 현 정전협정과 준전시체제를 정치적, 법적으로 완전히 종식시킨다면 남북에게는 평화공영의 대로가, 미일에게도 동북아 공동안보와 국가이익 추구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이를 묻는 것은 우문에 불과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을 쓴 고영대 기자는 평화통일연구소 상임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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