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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함봉산에도 연리지 나무가 있다

두 나무가 하나되어 피와 살을 나누는 신기한 모습에 숙연해 지다

등록|2013.10.18 11:20 수정|2013.10.18 11:27

▲ 두 나무 사이에 가지 하나가 뻗어 서로 연결해 주고 있는 신기한 모습, 이 가지 사이로 수액도 연결하고 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 김학섭


세상에는 여러 가지 기상천외한 사건이 많이 일어나지만, 함봉산에는 두 나무 사이에 가지 하나로 연결되어 피와 살을 나누는 신기한 나무가 있어 화제다. 이른바 연리지 나무다. 이런 나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우리 마음을 바라보게 한다.

지난 17일 오후 함봉산에도 가을 전령사가 도착했나보다. 나무들은 짙은 초록색에서 황금색으로 변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군데군데 피어 있는 억새풀이 바람에 몸을 일렁이고 억새 잎에 바람 스치는 소리가 가을이 당도했음을 말해 주고 있다.

이미 설안산에는 눈이 내리고 제주도 정상에도 얼음이 얼었다는 보도를 들으며 가을보다 겨울을 먼저 생각하는 세상이 된듯하다. 앞으로는 가을과 봄이 짧은 세상이 도래할 지 모른다. 이런 변화는 바로 무지한 인간의 탓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올라가는 계단길을 만들어 놓았지만 소용이 없다. 옆으로 새 길이 만들어졌다. ⓒ 김학섭


▲ 오른쪽이 원래 길이지만 지금은 새로난 길이 본래 길처럼 되어 등산객이 다니고 있다. ⓒ 김학섭


함봉산 둘레길을 따라 도는 사람들의 의상도 점차 가을 빛깔처럼 화려해 지고 있다. 하지만 가을은 우리 곁을 빠르게 지나가고 산에 눈이 내릴 것이다. 금년 겨울은 예년에 비해 빨리 올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있어  마음만 바쁘다. 

열리지 나무는 글자 그대로 독립된 수목의 가지가 다른 독립된 수목에 연결되어 수액이 서로 통하는 기이한 형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극한 효성이나 부부간의 사랑을 암시하는 의미도 갖고 있다고 하니 여간 신통한 나무가 아니다.  

당나라 시인 백낙천이 지은 연리지에는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고 노래했다니... 연리지는 남녀의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 틀림이 없다.

연리지 나무가 있는 곳은 인천 부평구 산곡동 산53-17번지 중간 조금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다. 함봉산(높이 126,29미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1940년 생으로 추정되는 신갈나무는 연리지 길이만도 240센치 되는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 계단사이가 너무 멀어 어지럽게 옆길이 만들어졌다. 계단을 좁히는 것이 옆길을 막을 수 있을 것같다. ⓒ 김학섭


▲ 샛길을 막기 위해 나무를 성벽처럼 쌓았다. 꼭 이런식으로 해야 샛길을 막을 수 있다니..... ⓒ 김학섭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이 산을 많이 찾는다. 찾는 사람이 많다보니 산은  많은 상처로 신음하게 된다. 도시 변두리 산은 그 회손이 더욱 심각할 지경이다. 사람이 편리하기 위해 여기저기 샛길이 만들어지고 보이지 않는 곳에는 쓰레기까지 버려져 곳곳이 상처 투성이다.

함봉산도 예외는 아니다. 새 길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산을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나무에게 피해를 주고 동물 서식지 까지 파괴하고 있다. 자연 훼손을 막기 위해 부평구청에서 샛길을 만들지 말라는 팻말까지 달아놓았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시 주변 산은 도시 사람들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산을 보호해야 한다. 함봉산은 연리지 나무 같은 소중한 생명이 자라고 있는 산이다. 귀한 나무들이 잘 보호되고 잘 자랄 수 있도록 산을 찾는 사람들의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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