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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아파트 주차장 통로서 음주운전, 면허취소 부당"

대법원 "아파트 단지 내 주차구역 바깥 통로 항상 '도로' 해당하지 않은 점 유의 필요"

등록|2013.10.18 11:10 수정|2013.10.18 11:10
아파트 주민 또는 방문객의 주차를 위한 장소로만 활용되는 단지 내 주차구역 밖 통로는 일반교통의 통행에 사용되는 장소인 도로교통법상 '도로'라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이곳에서 다른 주민의 차량이 빠져 나가게 하기 위해 술을 마신 상태에서 5m 정도 차를 몰았더라도 음주운전으로 보고 운전면허를 취소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다만 "아파트 단지 내 주차구역 바깥의 통로가 언제나 도로교통법상의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 사건의 경우 운전한 곳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도로로 인정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주의사항을 전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1월 새벽 술자리를 마치고 대리운전기사를 불러 자신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런데 단지 내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어 다른 동과 부지 경계면의 담장 사이에 있는 주차구획선 바깥 통로에 주차했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술을 깨기 위해 차에서 잠깐 눈을 붙인 A씨는 얼마 후 아파트 주민이 자신의 차량을 가로 막고 있다며 차를 빼달라는 요구를 받게 돼 5m 가량 운전하게 됐다.

그런데 이 일로 아파트 주민과 말다툼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했고, 이 과정에서 A씨가 음주 상태로 운전했음이 밝혀져 광주지방경찰청장은 A씨의 운전면허를 취소했다.

A씨는 자신이 운전한 곳은 도로교통법상의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가 광주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경찰의 적법한 처분"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에 A씨가 항소했고,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장병우 부장판사)는 지난 4월 "경찰의 처분은 위법하므로, 운전면허취소처분을 취소하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가 차량을 운전한 장소는 아파트 후문 반대쪽 부지 경계에 가까운 주차구역의 통로부분으로서 아파트 주민들이 차량을 주차하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원고가 운전한 주차장은 아파트 주민 또는 방문객이 주차를 위해 이용되는 장소로서 일반교통의 통행에 사용되는 장소인 도로라고 볼 수 없다"며 "그렇다면 원고가 승용차를 운행한 장소가 도로교통법상 도로임을 전제로 운전면허취소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설령 원고가 주취운전을 한 것이더라도, 음주운전의 경위, 운전거리, 운전장소 그리고 원고에게 뚜렷하게 비난받을 운전전력은 없는 점 등을 참작하면, 이 사건 처분은 교통사고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에 비해 그로 인한 원고의 개인적 불이익이 너무 커서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객관적인 형평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결국 운전면허취소 처분은 위법함을 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광주지방경찰청장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원고 A씨에 대한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운전면허 취소사유인 음주운전은 도로교통법상 정한 도로에서 운전한 경우로 한정되고, 도로 이외의 곳을 운전한 경우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원고가 차량을 운전한 곳은 도로교통법이 정한 도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운전면허취소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아파트 단지 내 주차구역 바깥의 통로가 언제나 도로교통법상의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의사항을 전했다.

대법원은 "이는 '아파트의 관리 및 이용 상황에 비춰 그 부분이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로서 교통질서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경찰권이 미치는 곳으로 볼 것인가 혹은 특정인들 또는 그들과 관련된 특정한 용건이 있는 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고 자주적으로 관리되는 장소로 볼 것인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서,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운전한 곳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도로교통법상의 도로로 인정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에도 실렸습니다. <a href=http://www.lawissue.co.kr>로이슈</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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