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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 기구에서 일하고 싶은 딸에게 권하고 싶은 책

[딸과 함께 읽는 책] <누가 그들의 편에 설 것인가>

등록|2013.10.19 09:46 수정|2013.10.19 09:46
올해 대학에 입학한 큰딸은 국제인권기구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여름 방학기간에는 국내 대기업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인도의 오디샤를 방문하고 이를 계기고 인도의 인권문제에 관해 다양한 경험하였다. 그런 딸을 둔 덕분에 이 책을 손에 잡게 되었다. 

<누가 그들의 편에 설 것인가>. 국제연대활동가 곽은경은 제네바를 중심으로 국제 NGO에서 벌인 25년간의 치열한 사투를 친구와 함께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담아냈다. 때문에 국제 문제에 대한 진단과 통찰뿐만 아니라 친구와 나누는 오롯한 수다까지도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죽음을 넘나드는 사선의 현장의 긴박함 까지 생생하게 전해준다. 난 이 책을 읽고 딸에게 편지 한 장 써보았다. - 기자 말

딸아, 이 책 이야기의 주인공 곽은경님의 생각은 지극히 평범하다. 그가 훌륭한 이유는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의 고뇌와 일상과 고통에 대해 깊은 공감과 함께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게 된다. 그가 보낸 25년은 제네바, 인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를 넘나들며 인권이 찢겨져 나간 삶의 현장에서 피흘리는 이들의 생존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었다.

아비는 이 책을 사랑하는 우리 딸과 함께 읽고 싶다. 그래서 딸이 20대 초반에 스스로 부여한 자기 삶의 가치를 앞으로 진지하고 일관되게 채워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아비의 기대가 훌륭한 결과나 지위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모든 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경외심을 갖고 살아갈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란다.

송여진 인도 오디샤 사례발표 <큰애(송여진/가톨릭대학교 불문과 1학년)가 2013년 8월 5일 한일평화캠프에서 일본 청소년들과 함께 인도 오디샤의 사례를 발표하고 이 문제를 공감하는 후속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장면> ⓒ 송헌수


딸, 너도 지난 방학 기간 만난 인도의 오디샤의 주민들, 달리트 여성들이 겪고 있는 상상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관해 많이 공부를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비는 인도의 인권문제가 이 정도로 심각한지는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이 부분을 읽는 동안 네가 '진주 YWCA 한일 청소년 평화캠프'에서 한 인도 사례 발표가 떠오르면서 곽은경님과 네가 묘하게 교차되기도 하였단다.

법적으로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인도의 노예계급에 해당하는 달리트. 특히 여성이 겪고 있는 성폭력, 생리 때면 집에서 쫓겨나 거리나 동굴에서 지내야 하는 여성들, 물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하는 여성들의 현실을 너도 조금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국내로 돌아와서도 오디샤 문제를 알리기 위해 1인 시위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실천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기특하게 여겼단다.

지은이는 인도뿐만 아니라 내전으로 인해 전쟁터로 변한 격변의 남아공, 지도자의 편견으로 책이 없는 나라 마다가스카르, 페루의 빈민촌 등등을 찾았다. 이런 곳을 누비면서 고통 받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황에 따른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거침없는 그의 활동들이 용맹한 투사처럼 느껴져서 가슴에 전율이 느껴졌단다.

지은이는 인도에서 일어나는 반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사회의 압력과 정치적인 로비 등을 통해서 법·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당장 절박하게 필요한 식수문제와 일자리 확보와 교육 홍보 활동을 동시에 펴기도 했다. 이와같은 문제의 진단과 해결 방법은 고난의 현장에서 정해진 공식과도 같은 것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을 실천하는 용기와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고 지속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이런 점은 지은이가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해결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보는 마무리를 읽으면서 확인하게 된다.

곽은경님국제 연대 활동가 곽은경님의 모습 ⓒ 송헌수


한편 힘겨운 활동의 수혜자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는 이렇게 독백을 한다. '지구상에서 버려진 이들과 같은 이들의 모습에 관해서 생각하게 된다. 페루의 가난한 이들, 그들은 도둑이면서 범죄자이면서 동시에 총격자라는 것이다. 이들의 불의함이 어떻게 심판받아야 하는가? 불의를 보면서 침묵할뿐더러 그들을 돕기까지 하는 성직자들은 과연 정의로운 것인가?' (본문 188쪽 상단 인용)라고 묻는다. 그리고 우리의 80년대에 지하실에서 읽었던 해방 신학의 대표적인 신부 구띠에리즈의 가르침 듣고 지은이는 답을 찾았다. '세상을 구한다는 착각 속에 빠져 답을 찾으려고 애써 노력할 것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스스로의 역할'이라고 말이다.

해방신학의 용도는 2000년대 군사정부가 사라지면서 지나간 저항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의의 지구촌, 오늘의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면서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은이는 현재 55개국 대표들의 투표로 제네바의 국제 NGO 팍스 로마나 세계 사무총장으로 일한다. 그는 그동안 비행기에서 기절하기를 여러 번, 귀 고막 한 쪽을 잃고,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종종 살인적인 일정은 마치자마자 곧바로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이렇게 그는 죽기 살기로 전 세계를 뛰어다니며 국제사회에 참혹한 실상을 알리고, 그들의 생존과 인권, 평화를 위해 국제 연대활동을 펼쳤다.

로렌스곽<그를 소개하고 있는 홍보물의 일부> ⓒ 송헌수

그런 그는 여성다운 감성으로 어머니에게 애교 넘치는 딸이 되어 프랑스와 스위스생활에서 국제인권운동가로서 목표를 보게 된다. 우리가 TV에서 종종 보는 프랑스는 다인종 간의 갈등이나 실업문제로, 스위스는 아름다운 자연이 경관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은이는 생활속에서 이들 나라의 사회문화의 면면을 보면서 더 많은 지구촌 나라들이 이들 나라와 같이 서로 이웃에 대한 배려와 성숙한 정치문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는 전후 프랑스의 발전과 함께 이뤄진 분배 정의에 관해 주목하고 있다. 물론 프랑스에도 최근 연금 등과 관련된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의 사회적인 합의는 분배의 정의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해서 시민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프랑스 사회의 힘을 주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바로 이런 점들은 프랑스가 당면한 문제를 잘 해결해 낼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해준다.

스위스읜 성숙한 인권의식과 이웃에 대한 배려에 대한 소개도 알프스만큼이나 감동이다. 프랑스의 다섯 배나 되는 농산물 가격을 기꺼이 부담하는 스위스 국민들의 모습에서 나의 권리만큼이나 내 이웃의 권리를 생각하는 성숙한 생활문화를 알 수 있다. 이윤을 쥐어짜야하는 끝없는 제로섬게임을 해야 하는 우리 사회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지은이는 한국에서의 야근 습관이 오히려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되는 이야기도 있다. '초과근무를 해서 성과는 내는 일이 많아지면 애써서 노동권을 확보해온 우리 사회 노동문화의 후퇴를 가져오는 결과를 가져 온다'는 질책이 통하는 사회,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사회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저녁이 되면 온 시내의 불은 꺼지는 스위스, 그들은 야식 배달을 하고 24시간 졸면서 편의점을 지켜야하는 알바생들의 권리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프랑스인이 된 곽윤경은 국제 인권의 깃발을 들고 죽음의 트라우마를 지워내기 위해 절절하게 몸부림을 치며, 지리산 아래 오두막을 꿈꾸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스위스에 살면서 한편으로 프랑스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가 자기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희망하는 대로 나는 내 딸에게 이 책을 권한다. 딸이 이 책을 읽고 앞으로 살아갈 날의 지표로 삼기를 원한다. 귀농해서 지리산 끝자락에 터를 일구는 닭농부인 아비는 언제든 곽은경님에게 오두막을 내어줄 마음이 갖게 되었다. 끝으로 우리 딸이 더불어 사는 삶, 이웃과 함께 나누고 부비면서 사는 삶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감내할 수 있는 가슴과 지혜를 이 책을 통해서 배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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