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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통이면 될 일을... 왕복 14시간 고생

'국민 편의' 안중에 없는 공무원들

등록|2013.10.19 15:15 수정|2013.10.19 15:15

▲ 18일 산림청 주최 전국 산주 초대 행사장. 봉황 조각이 서있다. ⓒ 이월성


가끔 알고 있던 기억들이 깜박이며 머릿속에서 빠져나가곤 한다. 집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잘도 찾아왔다고 농담을 하고 집사람과 웃는 일이 흔한 80을 바라보는 나이다. 하루하루를 보내는 일이 신기할 정도다.

그래서 주위에 있는 어수선한 일들을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산 소유주인 내게 산림청에서 청남대 산림청 행사에 초대한다는 안내문이 날아왔다. 경남 거창에 조그만 야산을 갖고 있는 내 눈을 번쩍이게 하는 초대장이다.

읽어보니 산 소유주가 산을 팔기를 원할 경우 감정평가사에 의뢰하여 공정하게 평가해서 산림청에서 산을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읽고 또 읽기를 5번 했다. 혹시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닐까?

친구들에게 청남대 행사가 있어 가야 한다고 말했더니 '홍대감'이라는 친구가 벤츠 승용차를 빌려 줄 테니 타고 갔다 오란다. "고맙지만 사양한다"고 말하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두드려 청남대 대중교통편을 보았다.

18일 새벽 4시 반에 집을 나와 주안역에서 첫 전철을 타고 천안역에 도착, 천안 터미널로 가서 시외버스로 청주터미널로 간 뒤 여기서 51분에 한 대씩 있는 311번 버스를 타고 청남대 입구 문의 마을에 도착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새벽에 잠을 설쳐서 2시에 일어나 전철에 버스에 몇 번을 갈아탄 끝에 청남대에 온 것이다. 청남대 광장에는 산림청 직원들과 많은 산주들이 서로 상담을 하고 있었다.

나는 한참을 더듬은 끝에 산 매수 상담 자리를 찾아서 30분쯤 기다린 끝에 상담을 하게 됐다. 경남 거창에 있는 마을 뒷산 조그만 산을 팔고 싶다고 말했더니 상담자는 "경남 거창은 함양 국유림 관리소에 전화해 보라"며 전화번호를 한 줄 적어 준다.

새벽 2시부터 부산을 떨고 버스 타고 전철 타기를  5시간을 달려와서 전화번호 한 줄 얻는 것으로 끝난 셈이다.

난 "전화번호 한 줄 줄 거면 왜 청남대까지 오라고 했느냐?"며 화를 냈다.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공무원들이 책상 위에서만 일한다더니 딱 그 꼴이다. 올 때도 청남대에서 인천까지 6시간 걸렸다. 오가는데 모두 14시간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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