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기분을 들었다, 놨다... 은행, 냄새 고약하지만 '보약'
"꼭 익혀 먹어야"... 호흡기 질환·혈액순환 개선 효과
▲ 노란 은행잎을 보노라면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느낀다. ⓒ 온케이웨더 정연화 기자
노랗게 빨갛게 물든 '가을길'. 높고 파란 '가을하늘'. 살랑살랑 부는 '가을바람'. 요즘 날씨가 그러하다. 주변은 온통 '가을'의 울림으로 가득 차 드라마 <가을동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독서의 계절, 사색의 계절이라 불리며 분위기가 한층 가라앉을 법도 한때지만 나들이하기엔 좋은 날씨여서 소풍, 야유회, 단풍놀이 등 오히려 활발한 활동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뜻한 차 한잔을 들고 차분한 음악을 들으며 걷고 싶어진다. 하지만 사람들의 산책을 방해하는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은행'.
노란 은행잎을 보노라면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느끼게 돼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은행 열매가 바닥에 떨어져 길가에 널브러져 있는 은행을 밟기라도 하면 그 특유의 냄새가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사람들의 기분을 들었다 놨다하는 '요물'같은 은행에 대해 알아본다.
▲ 은행 열매의 그 특유한 냄새가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 정연화 기자
은행잎, 가을 느낌주는 '책갈피'…과거엔 농사 풍흉도 점쳐
과거엔 은행나무의 잎이 싹트는 모양에 따라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했다. 특히 은행나무가 밤에 울면 마을에 재앙이 온다거나 도끼질을 하면 피가 나온다는 등의 속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자식이 없는 사람이 은행나무에 정성을 드리면 자식을 얻을 수 있다고 믿어 신목(神木)으로도 여겨졌다. 전염병이 돌면 이 나무에 기도를 드려 퇴치를 기원했으며, 단풍이 든 은행잎을 아름답다 여겨 책갈피로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문묘와 향교(鄕校) 등에 은행 노거수가 많이 심어져 유학을 상징하는 나무로 여겨졌다. 공자가 은행나무 밑에서 가르쳤다는 고사가 전해지면서 성균관이나 향교 같은 교육기관 대부분에 이 나무가 있다. 그래서인지 학교 및 단체의 상징으로 은행나무가 자주 활용된다.
은행의 딱딱한 껍질 속은 푸른 보약으로 불려
일반적으로 은행은 천식, 가래, 기침, 결핵 등의 기관지 및 호흡기 질환 개선에 도움을 준다. 또 혈관을 넓히는 역할을 해 혈액순환 개선에도 효능이 있다. 은행에 들어 있는 장코플라본이라는 성분이 혈전을 없애주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고혈압 개선과 치매 등의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 낮 동안에는 소변을 잘 가리다가 밤에만 오줌을 지리는 '야뇨증'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은행은 '시안배당체'와 함께 '메칠피리독신'이라는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반드시 익혀먹어야 한다. 어른은 하루 10알 미만, 어린이는 2~3알 이내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한편 은행은 ▲은행구이 ▲은행볶음 ▲은행꼬치 ▲은행 돌솥밥 등 손쉽게 할 수 있는 요리 재료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기상기사 자격증과 기상예보사 면허증을 취득하는 등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전문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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