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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달복달 할머니의 3천원 밥상, 그 정 못 잊어

어머니의 손맛이 그립거나 외할머니가 그리울 때면 찾아가는 밥집

등록|2013.10.22 10:54 수정|2013.10.22 10:54

▲ 3천원의 착하고 소박한 밥상에는 할머니의 정이 듬뿍 담겨있다. ⓒ 조찬현


맛은 추억이다. 문득 고향집 어머니의 손맛이 그립거나 외갓집의 외할머니가 그리울 때면 이곳에 가라. 그냥 편하고 좋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부담이 없다. 상차림도 그때그때 달라진다. 할머니(72·정순심)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음식을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늘 안달복달이다.

17일 오후 2시 무렵이다.

"생선도 다 떨어져 부렀는 디 우짜까?"

밥집 할머니는 생선이 없는 걸 못내 아쉬워하며 밥상을 차려낸다. 운수 좋은 날은 조기나 계란프라이도 덤으로 하나씩 더 얹어 주기도 하는데 오늘 밥상은 조촐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경기도에서 여수에 관광차 온 단체손님들이 먼저 휩쓸고 지나갔다.

▲ 할머니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음식을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늘 안달복달이다. ⓒ 조찬현


"손님들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본께 다들 경기도서 왔다고 그래."

이곳을 찾는 외지 사람들 중 경기도에서 온 손님들이 태반이란다. 경기도가 그리 넓은 땅인 줄 이제야 알았다는 할머니는 부실한 밥상 때문에 미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생선만 없지 얼추 다 있다. 밥 한 공기야 구수한 된장국 하나만 있어도 뚝딱인 걸 생선이 없다고 무슨 대수일까. 꾸밈없이 소탈하게 부쳐낸 계란프라이도 있는 걸. 한 끼니 때우는데 이 정도면 풍족하다.

이 집의 메뉴는 달랑 하나 백반뿐이다. 그래서 따로 주문할 필요도 없다. 식당 어디를 둘러봐도 그 흔한 메뉴 하나 안 붙어있다. 가서 기다리면 인원 수 대로 밥을 차려준다. 그나마 따뜻하고 제대로 된 밥상을 받으려면 끼니때 서둘러 가는 게 좋다.

▲ 꾸밈없이 소탈하게 부쳐낸 계란프라이다. ⓒ 조찬현


▲ 된장에 풋고추 하나만 있어도 풍족하다. ⓒ 조찬현


고봉밥에 콩나물국, 열무김치와 애호박나물, 계란프라이 등 소박하다. 이곳은 딱히 맛집이기에 앞서 정감 있는 집이다. 아침 6시 30분이면 문을 연다. 밥 한 그릇에 3천 원으로 착하다. 할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늘 바쁘다.

"날 새면 일찍 찾아와서 밥 주라고 해, 아이고~ 날마다 바뻐서 못 살아. 여수 놀러 온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아침저녁으로 먹으러 와."

어찌 보면 딱히 내세울 것도 없는 상차림이다. 그러나 이 소박한 밥상에는 할머니의 정이 듬뿍 담겨있다. 아무 때건 불쑥 찾아가도 친손자 대하듯, 가족을 대하듯 늘 반갑게 맞아준다. 우리 고유의 풋풋한 정이 살아있어서 좋은 곳이다. 사람들은 한 끼니 밥보다는 정이 그리워서 늘 이곳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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