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조·분뇨 처리 위탁업체가 특정 노동자만 휴직처리 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재판장 민중기)는 ㈜경남이에스씨(ESC, 대표이사 이용진)가 중앙노동위원회와 정만식·박동엽씨를 상대로 냈던 '부당전적, 부당휴직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 항소심에서 기각 판결했다.

정만식·박동엽씨가 조합원으로 있는 민주노총(경남)일반노동조합은 22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씨와 박씨는 2011년 12월 13일 휴직된 뒤부터 노동위원회와 법원을 통해 '부당휴직' 주장을 펴왔는데, 위탁업체가 대법원에 상고할지 여부에 관심이 높다.


정화조 분뇨수거원과 차량 운전기사인 정씨와 박씨는 2006년과 2002년 옛 마산시(현 창원시)의 정화조·분뇨 처리 위탁업체인 경남ESC에 입사·전적해 일해 왔다. 당시 마산에는 경남ESC와 시민엠씨에스(MCS), 마산환경의 3개 위탁업체가 있었다.

3개 위탁업체는 청소·수거물량 감소 등의 이유로 1개 업체를 휴업하기로 하고, 정씨와 박씨를 휴직처분했다. 3개 위탁업체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 합동정화조지회를 결성했고, 이 둘은 지회장과 사무장을 맡고 있었다.

정씨와 박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휴직 구제신청'을 냈다. 그런데, 위탁업체는 3개 모두 독립적인 개별회사라 주장했다. 하지만 정씨와 박씨는 3개 업체가 공동작업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모두 정씨와 박씨의 손을 들어 주었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휴직' 판정을 냈던 것이다. 그러나 위탁업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중앙노동위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냈는데, 서울행정법원 역시 두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위탁업체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는데, 서울고등법원 역시 정씨와 박씨의 손을 들어 주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위탁업체는 실제 운영에 있어 독자성과 독립성이 없음은 물론, 소속 근로자를 관리·감독하는 노무관리대행기관으로서의 실체조차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3개사의 대표이사가 친족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업체는 대외적으로 제출되는 재무제표 작성 외에 실제 회계관리가 회사별로 독자적으로 이루어져 왔음을 증명할 만한 뚜렷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작업·수입배분 등에 있어 3개사의 구별 없이 통합하여 운영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만식·박동엽씨는 휴직된 뒤부터 법정투쟁해 왔는데, 노동위는 물론 법원에서도 '부당휴직' 판결을 받았지만 아직 현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위탁업체 관리 책임이 있는 창원시 또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두 사람은 간혹 창원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업체는 정씨와 박씨에 대해 휴직 3개월 뒤에 해고처분했는데, 두 사람은 '부당해고'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부당해고' 소송을 맡은 법원은 '휴직' 처분과 관련한 판결이 나온 뒤에 판단하기로 해, 이번 항소심 판결은 '부당해고'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