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수능 앞둔 고3 담임 연가투쟁? 말이 되나 박근혜 정권의 진짜 의도는 전교조 와해"

[인터뷰] '법외노조화' 위기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

등록|2013.10.23 11:51 수정|2013.10.23 14:10

▲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 남소연


결국 '10월 23일'이란 날짜와 마주하게 됐다. 정부가 '해직교사 9명을 조합에서 배제하지 않으면 법외노조화하겠다'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에 통첩을 보내면서 정한 시한이다. 

전교조는 이날 이후 법외노조가 된다.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고용노동부(아래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거부키로 결정했다. 법외노조의 길을 걷게 될지라도 정부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역시 시정명령 불이행시 예정대로 '노조 아님'을 통보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더불어 노동부는 노조 전임자 77명도 교육 현장으로 복귀토록 명령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교원 노조 전임자는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시·도교육감에게 휴직 허가를 받아 노조 업무를 맡고 있다. 법외노조가 되면 노조 전임이 휴직 사유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전임자들이 학교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국가공무원법상 직장이탈 금지 조항에 따라 징계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1999년 합법노조로 인정된 지 14년이 된 전교조는 또 다시 법의 보호에서 벗어날 위기에 놓였다.

22일 서울 영등포 전교조 본부에서 만난 김정훈(50) 위원장은 "이게 바로 박근혜 정권의 진짜 의도"라고 봤다. 노조 전임자가 전부 빠져나가면 전교조를 운영할 인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조직이 와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조 전임자 빠져 조직 와해시키고 해체시키려는 것"

▲ 김정훈 위원장은 노조 전임자가 모두 빠져나가 전교조를 와해시키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진짜의도라고 봤다. ⓒ 남소연


"해직교사 복직운동을 벌이던 전교조가 1994년 '노조 탈퇴 후 복직'이라는 정부안을 받아들였을 때도 최소한의 전임자는 남았습니다. 그때 전교조는 조합원이 만 명에서 만 오천 정도인 비합법 노조였지만 교육정책을 구상하고 참교육 활동을 위한 행사를 전개하려면 전임자 없이는 불가능했어요. 지금 조합원은 그때보다 훨씬 많은 6만 명입니다. 법외노조 상황에서 모든 분들이 복직 명령에 따라 학교로 돌아가면 이 조직을 누가 운영합니까. 정권이 이런 방식을 통해 사실상 조직을 와해시키고 해체시키는 수순을 밟으려는 겁니다."

일단 전교조는 정부의 복귀명령에 불응한다는 입장이지만, 쉬운 결정은 아니다. 받아들일지 여부는 전임 활동을 하는 교사 개인들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복귀명령을 거부한 전임자들이 파면·해임 수준의 중징계를 받게 될 것"을 우려했다.

"학교 현장에서 배제되는 걸 생각하고 전임활동에 나온 선생님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들 1~2년 전임활동 하면서도 빨리 학교로 돌아가길 원해요. 힘들어도 아이들의 변화를 보면서 살아가는 게 교사로서는 제일 행복하거든요. 그런데 교직에 평생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르는 결정을 내린다는 건…."

입술을 깨물며 표현을 고르던 김 위원장이 말하는 도중 눈시울을 붉혔다. 노조 전임을 맡기 전 지구과학 교사였던는 그는 "교육자적 생명이 끊기는 아픔을 겪을 수도 있는 결단이기 때문에 최종 판단과 결심은 노조에 나와 계신 선생님들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최종적으로는 내부 논의를 거쳐 거부 인원이 결정될 예정"이라고 털어놨다.

일반 조합원인 교사들의 노조활동이 위축되는 것도 법외노조 통보 이후 우려되는 걱정거리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은 "대의원들이 행사 참석 권리 등이 박탈될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노조 분회·지회 모임에 간섭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교조가 시·도교육청과 함께 교육행사를 실시하면서 받아왔던 지원도 일정 정도 제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4일부터 법외노조가 된 이후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는 단체교섭권을 잃는 것이다. 법외노조가 되면 전교조와 정부가 교육정책이나 교원 근무환경 등과 관련해 더 이상 단체교섭을 할 수가 없다. "이전 전교조와의 단체교섭 관계를 유지하느냐 마느냐는 사실 각 시·도교육청이 결정할 사안이기 때문에 교육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라고 있다"면서도 "모든 교육청이 전교조를 호의적으로 대하진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법외노조 통보 가처분신청... 인용되면 당분간 '합법노조'로 남게 돼"

▲ 김 위원장은 "복귀명령을 거부한 전임자들이 파면·해임 수준의 중징계를 받게 될 것"을 우려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 남소연


법외노조가 되면 여러모로 위기에 직면하는 게 현실이지만, 그래도 전교조는 총력 투쟁을 펼쳐서라도 정부의 노조설립 취소 조치를 무력화하겠다는 각오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부당한 탄압에 맞서 전교조를 지켜야 한다는 게 조합원 총투표 결과의 뜻"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16~18일 조합원 총투표 때 참여한 조합원 68.6%가 시정명령을 거부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법외노조가 되자는 게 아니라, 부당한 탄압에 맞서야 한다는 겁니다. '수용'해야 한다는 쪽에 투표한 나머지도 기본적으로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부당하다는 데는 공감대를 갖고 있습니다. 조합원뿐만 아니라 최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전교조 설립 취소에 반대하는 의견이 60%였어요. 전반적인 여론이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니 전교조는 이를 막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죠."

이들은 우선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교원노조법 개정안 통과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노조설립 취소 조치 유보를 요구해 줄 것을 야당에 긴급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노조 아님' 통보를 보류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23일 노동부에 전달할 예정"이라면서 "새누리당의 협조가 없어 수월한 작업은 아니지만 어쨌든 야당 의원들과 함께 막을 수 있는 데까진 막아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노조 아님' 통보가 오면, 전교조는 곧바로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이들은 당분간 합법 노조 지위에서 취소소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전교조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처분신청은 법리적으로 판단만 하면 인용될 겁니다. 노동법 시행령 9조 2항을 근거로 전교조를 해산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많아요. 이전 노동부 관료도 이런 의견을 밝힌 적이 있지 않습니까. 만약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당장 전임자 복귀명령이나 단체교섭권 상실 걱정 없이 노조활동을 하면서 취소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후 정부의 강경 조치가 거세질 경우를 대비해 교사들의 연가투쟁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수능이 얼마 안 남은 학생들을 볼모로 잡는다", "교육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고3 선생님이 아이들 내팽개치고 나온다는 게 말이 되냐"

▲ 김정훈 위원장은 '학생들을 볼모로 잡는다'는 일부 언론의 비판에 "고3 담임교사들이 연가를 내고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 남소연


김 위원장은 "고3 선생님이 아이들을 내팽개치고 나온다는 게 말이 되냐"면서 황당한 듯 웃었다. 그는 "아무리 전교조가 입시경쟁교육에 반대한다 해도 교사로서 아이들의 장래와 이어지는 성적에 무심할 수는 없다"며 "고3 담임교사들이 연가를 내고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전교조가 3번의 연가투쟁을 했지만 한 번도 학교 현장에 혼란이 오지 않았다"며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실시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민들을 향해 "전교조에 대한 믿음을 계속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합법화되기 이전에도 저희는 공교육 강화 등을 위해 싸워왔고, 이런 내용이 일정 정도 정부 정책에 반영되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합법이든 법외든 상관없이 학교현장의 변화를 이끌기 위한 교육운동을 계속 전개해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