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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메일 폭증... 이래도 전교조 취소 강행할까

학생·학부모, 정치권도 나선 "전교조 탄압 반대"... "유례가 없는 일"

등록|2013.10.23 18:45 수정|2013.10.23 19:46
6만 전교조 교사들만 나선 게 아니다. 학부모도 나섰고, 학생들도 나섰다. 5개의 야당들도 일제히 나섰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올해만 두 차례나 긴급개입에 나섰고 세계 172개국 교원단체가 참가하는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도 긴급항의행동에 나섰다. 심지어 보수체제란 지적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이 일제히 발을 맞춰 나선 이유는 '전교조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설립 취소 강행'을 막기 위해서다. "해고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인정했다고 해서 '노조 아님' 통보를 강행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유례가 없는 노조의 자주권과 단결권 침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학생·학부모도 나섰다... "전교조 탄압 반대"

전교조 결의대회 "참교육 한길로!"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전교조 탄압 규탄, 법외노조 결정 철회 촉구 전국교사대회가 열리고 열렸을 당시 모습. ⓒ 권우성


지난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민주교육과 전교조 지키기 전국행동(전국행동)은 전국 학부모 1만7206명의 이름이 담긴 서명 명단을 공개했다.

이들은 "참교육을 적극 지지하는 우리들은 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우리 모두에 대한 탄압으로 여기며 박근혜 정권의 부당한 탄압에 맞서 연대할 것"이라며 "전교조에 대한 설립 취소는 민주주의를 압살하려는 독재적 발상이자 반교육적 폭거"라고 규탄했다. 전국행동에는 학부모 단체 등 1000여 개의 교육시민사회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지난 16일 오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등 12개 청소년단체 대표 20여명이 전교조 탄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학생들의 행복에 대해 먼저 생각해 온 교사들의 노동조합인 전교조를 협박하는 것은 비판 목소리를 틀어막기 위한 것"이라며 "교육의 민주주의를 위해 전교조 탄압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개의 야당들도 들고 일어섰다. 23일 민주당은 성명을 통해 "정부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당시 교사·공무원의 결사의 자유와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박근혜 정부가 대국민 민생 공약 파기로 국민으로부터 신뢰가 떨어지고, 국제사회와의 약속 파기로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충고한다"고 경고했다.

앞서, 22일 오후 환노위 소속 민주당과 정의당 소속 의원들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긴급 제안을 발표하고 "국민통합의 길로 갈 것이냐 파국의 길로 갈 것이냐 하는 중대 갈림길에 섰다"며 "전교조에게 노조 아님 통보를 강행할 경우 노·정관계에 심각한 파국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21일에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전교조 탄압은 야만적 행위"란 이야기가 나왔고, 하루 전인 19일 김한길 당 대표는 국민결의대회에서 "참교육을 위한 선생님들의 노력을 지원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천호선 정의당 대표도 "전교조 법적 지위 박탈은 불순한 의도록 기획된 것"이라고 말했고, 통합진보당과 노동당, 녹색당도 전교조 탄압하는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ILO, EI 이어 인권위까지 "단결권 침해 마라"

▲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국제공공노련(PSI) 등 3개 단체가 청와대를 향해 보내는 긴급 행동 시위를 벌이는 사이트. ⓒ 인터넷 갈무리


국제단체들도 이례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ILO는 전교조 설립 취소에 대해 올해에만 두 차례에 걸쳐 중단을 요구하는 긴급 개입에 나섰다. 지난 4일에는 OECD 노조자문위까지 나서 "(박근혜 대통령이) 전교조를 노조 등록에서 취소시킨다면 이는 OECD 가입 당시로의 매우 심각한 퇴보를 의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항의편지를 청와대에 보냈다.

지난 7일부터는 세계 3000만 교원을 대표하는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을 비롯한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국제공공노련(PSI) 등 세 개 단체가 긴급 항의행동에 나섰다. 1만여명에 이르는 관계자들이 청와대에 폭탄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번 항의행동 총괄 운영자는 최근 수만 명의 세계 각국 노조대표들에게 보낸 '항의행동 알림' 전자메일을 통해 "만약 여러분의 노동조합이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면 당신의 나라 정부가 해당 노동조합을 법외노조로 만들 것인가? 이것이 바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동참을 호소했다.

경기·광주·전북·강원·전남 교육감도 전교조 법외 노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다. 특히 장휘국 광주교육감·김승환 전북교육감·민병희 강원교육감은 최근 기자 간담회 등을 통해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만들더라도 교원단체로 존중하겠다"고 발언했다.

▲ 전교조 설립 취소 관련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성명서 ⓒ 윤근혁


심지어 보수체제라는 지적을 받아온 인권위도 전교조 설립 취소 반대 태도를 분명히 했다. 인권위는 지난 22일 오후 현병철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를 받기 직전까지 이른 현재의 상황은 위원회가 지난 2010년 9월 결정한 시정 권고에 배치될 수도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 성명은 "노동부가 시정요구의 근거로 제시한 시행령 조항은 우리 위원회가 이미 그 인권침해성을 인정해 삭제할 것을 권고한 제도"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처럼 전교조 탄압에 대해 "국내외 정치·노동권과 인권위까지 일제히 들고 일어선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게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의 설명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전교조 설립 취소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59.6%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 의견은 31.7%였다. 지난 15일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그래도 정부는 강행... 이석태 참여연대 대표 "다양성 인정하라"

전교조 설립 취소 통보일을 하루 앞둔 23일, 합법 전교조 해체 작업에 나선 청와대와 고용노동부는 포위된 형국이다. 하지만 24일 오전 고용노동부 전교조에 대해 설립 취소 통보를 강행할 예정이다. 교육부도 '전임자 복귀'와 '단체교섭 중단' 등 후속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석태 참여연대 공동대표(법무법인 덕수 대표변호사)는 "전교조가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을 반대한다고 해서 뚜렷한 법률 근거도 의문스러운 방식으로 설립 취소에 나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UN산하기구인 ILO까지 반대하는 설립 취소를 힘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공동대표는 "현 정부가 민주주의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시장경제 질서에 어울리는 노동정책을 펼쳐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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