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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국정원 대선개입 시국선언 중고생 사찰 논란

[주장] 문용린 "집회 학생 안전위해 보냈다'VS. 민청회 "현수막,유인물 조사는 왜"

등록|2013.10.24 14:25 수정|2013.10.24 14:26
지난 22일, 교육청 국정감사에서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서울시교육청(문용린)이 국정원 대선개입 시국선언에 동참한 청소년들을 사찰했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이 당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글과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방글을 게시하며 대선 개입 논란의 불씨가 지펴지고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대학교수·대학생·종교인 등이 잇달아 이를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하였고 이 가운데 청소년 817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박홍근 의원과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7월 17일 전국 464개교 중·고생이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앞에서 개최한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촛불집회가 열리는 주말 저녁마다 교육청 직원(주로 교육감 비서실 직원과 학교생활교육과 소속 장학관·장학사 6~7명이 당번조를 짜서)들은 참석한 학생들의 발언과 동향을 감시하고, 학생 수와 발언 내용, 배포 유인물, 손팻말에 적힌 구호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고 한다.

지난 9월 14일 고교생 24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화문 광장에서 있었던 '민주사회를 위한 청소년회의' 출범 기자회견에도 교육청 직원들이 동향을 파악하고, 언론에 보도된 학생들의 인터뷰 내용을 수집해 보고자료로 활용했다고 한다.

문용린 교육감도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교육감 비서실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담당 부서가 먼저 기획안을 냈고, 교육감이 '언론에 보도될 정도인데 교육청에서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허락하고 이후 보고도 받았다"고 한다.

실제 박홍근 의원이 교육청에서 받은 '서울시교육감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보면 7월 학생 시국선언 일주일 뒤인 24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식당에서 문 교육감이 청소년 시국선언 감시를 담당한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나온다. 비서실 관계자는 "저녁까지 밖에서 고생하는 직원을 격려하기 위해 비서실에서 나갔다"고 전했다. 교육청 스스로 사찰 논란이 일 것을 예상하고 법률 자문받았고, 내부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왔다고 한다.

문용린 "안전지도 위해 장학관 보내" VS. 민청회 "유인물 조사 이해 안 가"

이에 대해 박홍근 의원은 국감에서 "학생들에게도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외부 집회에 참석할 자유가 보장된다. 그런데 특정 정치 사안에 대한 여론 확산을 저지할 목적으로 법규까지 위반하며 공무원을 동원했다. 학생들 동향을 감시한 것 아니냐. 이렇게 부당하게 감시한 건 반교육적 행위다. 아이들을 사찰하고 감사하는 것은 유신 시대나 하던 것이다. 유인물을 수집한 것은 안전지도가 아니라, 명백히 특정 정파에게 불리한 사안을 엄호하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사찰을 진행했다는 증거다. 문용린 교육감은 사과하고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에 문용린 교육감은 "'사찰'이라는 용어를 쓰면 안 된다. 학생들이 집회에 참여한다고 해서 안전지도를 위해 생활지도 담당 장학관들을 내보낸 것이다. 정치집회가 있는데 학생들이 참여한다고 하니까 생활지도 장학관들이 나간 것이다. (장학관들이) 나가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용린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의 학생 사찰 의혹이 알려지자, 민주사회를 위한 청소년 회의(아래 민청회)가 23일 성명서를 통해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에게 사과 및 해명을 요구했다. 그들은 당사자인 자신이 사찰을 당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청회는 문 교육감에 해명에 대해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다면서 현수막의 문구, 유인물 등을 왜 조사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대한민국의 최고법인 헌법과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안에는 집회, 결사의 자유가 명시되어 있다"며 "민청회는 이번사건으로 집회, 결사의 자유가 침해당한 것 같아 심히 문용린 교육감께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정말 '안전지도' 차원에서 한 일이었다면 왜 비밀리에, 비공개로 진행했는가? 그렇게 당당하고 떳떳한 일이었으면 당사자인 참가 학생들에게도 알려야 했다. "우리는 교육청 직원으로 여러분들을 보호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신변에 위험을 느끼거나 어려움이 있으면 바로 도움을 청하라"고 왜 말하지 못했는가?

사복 입은 정보과 형사나 비밀경찰처럼 참가 학생들의 동태와 상황을 비밀리에 파악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사실상 사찰이다. '안전지도' 차원에서 한 일이니 믿어 달라.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서울시민과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또한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분명 문용린 교육감도 이와 관련하여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국감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느냐"는 질문에, 문 교육감은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아 보고받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국감에서 문 교육감은 "나는 교육감으로서 유·초·중·고등학생이 관련된 것이면 어디든 가고, 안전한 지도를 위해 생활지도교육관을 언제든 보낸다"고 했는데, 과연 얼마나 그렇게 했는지 정식으로 의원 자료를 요구할 것이다. 법률 조언도 받았다고 하니, 그 자세한 내용도 자료요구를 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을 사찰하는 그 시간과 정성과 노력으로 위기의 학생들과 학교,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신경 써 주기를 바란다. 최근 2년 반 동안 서울시내 학교에서 4만여 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었고, 무려 50명의 학생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

이번 학생 사찰 문제는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학생인권조례 위반 소지가 크다. 조례위반이 확실하다고 하면 고발조치 등 필요한 법적 대응도 하겠다. 다가오는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 사안을 강도 높게 짚을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국감 과정에서 드러난 문용린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은 방만한 업무추진비, 부적절한 사용 내역을 숨기기 위해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일 등도 역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짚을 것이다. 제대로 해명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예산 심의하면서 업무추진비를 대폭 삭감할 수도 있다. 문용린 교육감의 외부특강 문제도 행정사무감사에서 다룰 예정이다.

또한 28일(월) 오후 2시에 열리는 '사학투명성 강화 특위'에서, 문용린 교육감과 관계 공무원, 영훈과 대원국제중 관련자들을 불러 국제중 문제에 대해 여러 특위 의원들이 심도 있게 짚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김형태 시민기자는 서울시 교육의원입니다. 이와 유사한 글을 서울시의회 공보실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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