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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유린' 박근혜는 법외 대통령"

[현장] 전교조, 정부청사 앞서 박근혜 정부 규탄 촛불 집회

등록|2013.10.24 20:44 수정|2013.10.24 20:44

전교조 탄압 박근혜 정권 규탄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한 24일 오후 서울 세종로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전교조 조합원과 시민들이 전교조 탄압 박근혜 정권 규탄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 전교조에 대해 박근혜 정권이 '노조 아님'이라고 통보하자, 전교조 조합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아님 통보' 구호를 들고 나왔다. ⓒ 권우성


"휘~휘~"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후문에서 10초간 호루라기 소리가 울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가 법외 노조 통보를 받은 24일 오후 5시 30분. 전교조 조합원 200여 명과 민주교육과 전교조 지키기 전국국민행동 회원 등 100여 명, 총 300여 명(경찰 추산, 주최측 추산 500여 명)은 '전교조 탄압 박근혜 정권 규탄 대회'를 열어 호루라기를 불었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관료들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다.

"전교조가 노조 아니면 박근혜는 대통령 아니다"

가로 2m 보도에 30m 가량 자리잡은 집회 참가자들은 "불통정권, 댓글정권, 박근혜 정권 규탄한다", "노동기본권 탄압하는 박근혜 정권 규탄한다", "전교조가 노조 아니라면 박근혜는 대통령이 아니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촛불과 함께 '참교육 한길로'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3일 전교조에 공문을 보내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규약을 개정하지 않으면 노조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한 달 만에 정부는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최종 통보했다. 14년간 합법적 지위를 유지한 전교조를 법 테두리 밖으로 쫓아낸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으로 구성된 전교조 법률 지원단은 이날 서울 행정법원에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먼저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이 무대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오늘은 박근혜 정권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인권에 사망 선고를 내린 날"이라며 "박근혜 정권은 불통 스타일을 고집하면서 끝내 민주주의 길을 내팽개쳤다, 헌법 유린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법외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우리의 촛불은 결코 끊어지지 않는 횃불로 세상을 밝힐 것"이라며 "6만 전국의 교사들은 교육 현장의 분노를 박근혜 대통령에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학교 수업을 끝내고 온 교사들이 무대에 올랐다. 박범성 서울 염광고 교사는 해직자 배제는 전교조 정체성 상실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의 요구는 해직자 동지들을 내쫓으라는 것이다. 해직자 동지들이 누구인가.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부정 부패, 비이성적, 비인간적 교육에 눈감지 않았던 그들이다. 해직자를 배제하면 전교조가 앞으로 어떤 요구를 할 수 있겠나. 묵묵히 정부가 하는 일을 따르는 어용 노조가 될 수밖에 없다."

이어 그는 "해직 교사를 내치면 가장 좋아할 사람이 사립학교 이사장과 교육 관료"라며 "사립재단들은 횡령, 배임 등 도둑질을 떨칠 것이고 교육 관료들은 온갖 말도 안 되는 정책을 펴면서 이땅의 교육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놈들의 요구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 투쟁의 한길로 끝까지 전선에 나서겠다"고 함성을 질렀다.

촛불 든 선생님과 학부모들 "억장이 무너졌다"

▲ 한 전교조 조합원이 '힘내라 전교조'가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다. ⓒ 권우성


▲ 촛불집회에 참석한 전교조 조합원들이 서로의 촛에 불을 붙이고 있다. ⓒ 권우성


이용성 부천 남중 교사도 "맞는 걸 맞다고, 아닌 걸 아니라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전교조에 가입했다"며 "오늘 법외 노조 통보는 노동자인 나를 노동자가 아니라고 한 것, 이용성을 이용성이 아니라고 한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는 연대 발언으로 이어졌다. 박범희 전국 참교육 학부모회 대표는 "억장이 무너지는 게 이런 것이라는 걸 절감했다"며 "학부모인 제가 그런데 조합원인 여러분은 오죽하겠냐"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어 박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한국 사회를 5공화국으로 되돌리더니 박근혜 정부는 유신시대로 회귀시켰다"며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지지하는 전교조가 우리 사회를 위해 끝까지 살아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운동단체 '다함께' 회원인 박한솔씨는 "고등학생 시절 강제 보충수업에 맞서 싸울 때, 응원하던 선생님이 전교조 소속이었다"며 "끝까지 싸워 전교조를 지켜 달라"고 말했다.

집회는 오후 7시 30분경 '전교조 탄압'이 적힌 흰 천을 찢는 퍼포먼스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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