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도 중간통지표를 주나요? 우리 학교는요!
[서울형혁신학교 유현초 이야기⑥] 특색있는 중간통지표에 얽힌 이야기들
▲ 우리학교 1학년 중간통지표는 우리반 친구들 모습으로 시작합니다.얼굴도 다르고, 표정도 다르고, 마음도 다르고, 키도 다릅니다. 우리는 우리 각자의 결을 따라 부지런히 자라고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쉽게 비교하지 마세요. ⓒ 한희정
10월 25일, 오늘은 우리반 1학년 아이들에게 중간통지표를 나눠주는 날입니다. '1학년 아이들에게까지 무슨 중간통지표야?' 반문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지난해 1년차 혁신학교 운영을 하면서 부모님들과 아이들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소통하고 책임있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겠다는 평가를 통해 도출된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러니 우리 학교의 고유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고, 모든 학교로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11년에는 혁신학교가 아니었던 우리 학교는 수학 교과서의 단원을 마칠 때마다 단원평가를 했습니다. 그리고 매 단원 아이가 몇 점을 맞았는지 점수대에 '콩' 도장을 찍어서 보냈습니다. 문제의 난이도, 아이의 실력 향상과는 무관하게 똑같은 시험을 3차례나 보고 각각 몇 점이었는지를 확인해서 가정으로 보내고, 가정에서도 확인을 해서 학교로 보내는 방식의 소통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2012년 혁신학교로 지정되고, 혁신학교 근무 희망교사들이 오면서 이런 식의 통지 방식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기존에 계시던 선생님들도 이런 방식은 절대 교육적이지 않으며 아이들의 실력 향상과도 무관하다는 것에 적극적으로 공감을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단원평가 통지가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 2학기 중반을 보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편지를 썼습니다.교육은 아이들 뿐 아니라 부모님들과 함께 가야 하는 길입니다. 부모님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공감이 없으면 공염불이 됩니다. 서로에게 따뜻한 길동무가 되었으면 합니다. ⓒ 한희정
그러자 부모님들 사이에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분분했습니다. 이러다가 아이들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부터 혁신학교는 공부 안시키는 학교이고 전교조 학교라더니 우리 학교가 그렇게 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기도 했고, 그런 오해와 불신을 풀어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습니다. 교사 학부모 간담회 자리를 만들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학년별 학부모 다모임을 열어 학년 운영의 문제점이나 어려움을 함께 풀어가기도 했습니다.
이범(전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 선생님을 모셔서 다음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학력의 의미에 대한 학부모 연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학년 말 모든 교사들이 모여서 일 년간의 학교 교육과정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학부모와의 소통에 대해 성찰하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아이들에 대해 부모님들이 좀 더 열린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상담 주간 전에 중간통지표를 학년 특색에 맞게 만들어서 보내자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 우리 이렇게 지냈어요.우리반 1학년 아이들이 각자 자기평가를 하고 그 자료를 통계표로 만들어 덧붙였습니다. 내 아이의 생각을 엿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반 아이들의 생각을 함께 품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 한희정
'통지표'라고 하면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수, 우, 미, 양, 가'라는 도장이 떠오르시나요? 아니면 '근면하고 성실하며 책임감 강하고…' 줄줄이 써 주셨던 담임 선생님의 글씨가 떠오르시나요?
우리 학교는 학년 별로 특색에 맞게 중간통지표 양식을 정했습니다. 대체로 담임 선생님의 학년 학급 운영 전반, 아이들 발달 전반에 대한 의견, 아이 스스로 하는 자기평가 체크리스트, 각 교과별 성취 정도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보통 초등학교 교사들은 일 년에 두 번, 1학기말과 2학기말 통지표를 작성합니다. 그런데 막상 일년에 네 번 하려니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 하나하나 떠올리며 한 학기의 중반을 돌아보는 것 또한 즐거운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비단 교사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도 그랬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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