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할 만한 근거 없어
[주장] 추모예배 드린 목회자들 한국 기독교에 사과해야
▲ 무궁화로 장식된 박정희 영정사진25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서울나들목교회에서 열린 제 1회 박정희대통령 추모예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모사진이 강단 벽면에 걸려있다. ⓒ 이희훈
[기사 대체 : 28일 오전 8시 36분]
며칠 전 기독교의 몇몇 목회자들이 고 박정희 대통령을 위한 추모예배를 드렸다. 그들은 박정희 대통령이 기독교에 큰 공헌을 하게 되어 그 예배를 하게 되었고 앞으로 매년 그와 같이 할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그들이 밝힌 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추모예배의 이유는, 아래와 같다.
▲국가조찬기도회를 창립한 것 ▲신앙전력화라는 친필 휘호를 군부대마다 하달해 군 복음화에 공헌한 것 ▲한국대학생선교회(CCC) 회관 설립 시 부지를 제공한 것 ▲'가난한 자를 부하게, 눈먼 자를 보게, 억눌린 자를 해방시키고 병든 자를 낫게 하시고'라는 말씀을 새마을운동에 접목하여 성령을 구현, 증명하는 데 공헌한 것 ▲구미상모교회에서 주일학교 생활을 하고 고향에 방문할 때마다 예배한 것 ▲구미상모교회 건축 당시 300만 원의 건축 헌금을 낸 것
하지만 정말 그들이 이렇게 급박하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찬양할만큼 대단한 신앙을 가진 사람이었는지 기독교적 신앙이 있었는가를 한 가지씩 따져보자.
1. 박정희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를 창립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 관계에서부터 실수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기독인도 아니고 오늘 기독교가 반길만한 일을 한 적도 없다. 오히려 그는 기독교인들이 조찬기도회를 만든 것에 대해 이율배반적으로 느꼈고 심지어 이런 말도 했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이 종교를 남에게 보이기 위해 이용하기 시작하면 교가 타락되고 정치도 망하는 것..." - 1966.3.12 경향신문
그래서 1966년 기독교인이었던 공화당 박현숙 의원이 주도가 되어 시작한 국회 조찬기도회 모임에서 대통령을 위한 조찬기도모임을 기획하고 같은 해 3.18일 박대통령을 초대했을때에도 박대통령은 가정사를 핑계로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이 말하는 국가조찬기도회는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가증스런 행동에 대해 비난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박정희 대통령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1968년 제1회 대통령조찬기도회를 열었다는 것이다. 2년사이에 왜 그는 마음이 바뀌었을까?
국가조찬기도회는 사실 한국내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 당시 미국에서 존슨 대통령은 조찬기도회 모임을 운영중이었고, 한국에도 이런 '기독교식' 모임을 만들 수 있도록 일종의 제안을 간접적으로 했던것 같다. 그래서 박현숙 의원이 조찬기도모임을 열었을때, 공화당 김종필 의원은 물론 200여 명의 의원들이 다 모였을 정도다. 또 미국조찬기도회 상무이사인 리차드 헬브슨 박사까지 그 모임에 참석해서 한국에서 대통령조찬기도회가 만들어지는 것을 축하하고 안부하도록 인사까지 전할 정도였다.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아마도 박 전 대통령이 재선 뒤 새로운 판을 짜기에 적합한 틀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1967년 박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고, 그 뒤 1968년 1월에는 김신조 일당이 박 전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내려왔다. 이후 그는 또 1969년 삼선 대통령이 되기 위해 3선개헌을 단행하는데, 이런 형국을 보면, 국회의원들이 거의 다 모이는 조찬기도모임은 그에게 정치적으로 중요한 이점을 주는 모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1968년 5월1일 드디어 제1회 대통령조찬기도회를 수락하고 그 일을 윤인식 의원에게 맡기고 그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훌륭한 정치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이 모임을 잘 운영한다. 윤의원은 이후 1978년 이 대통령조찬기도회 운영에 대한 기여로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등록까지 되었다.
대통령조찬기도회는 사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신앙적인 모임이 아니었다. 정치적인 장이었다. 그래서 박정희 추모예배를 기획한 사람들이 기독교에 대한 기여로 추모예배를 드리는 근거가 되기에는 너무나 희박하다. 이런 이유를 찾고 찾아서 드렸다면, 그것은 박정희씨가 기독교와 무슨 연관이 있었나를 찾고 찾는 중에 하나 걸렸을 뿐이었을텐데, 그 이유는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독교적 숭고한 가치에서 그리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모임은 고위 공직자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로비를 벌이는 장으로까지 변질되기까지 했다. 1970년도에는 미국의 닉슨대통령 조찬기도회를 탐방하고 와서 그대로 적용할 정도로 정치적인 장으로 변하기까지 했다. 미국과 같이 각국의 대표를 초청하여 대통령기도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2. CCC 회관 설립시 부지를 제공해준 것이 기독교에 대한 공헌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그 당시의 기독 지성인들에게 이 일이 어떻게 느껴졌는지를 생각한다면 오늘 이런일로 추모예배를 드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당시 CCC 총재는 김준곤 목사였는데, 그는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여 대통령을 위한 기도를 하였다. 하지만 그의 대통령을 위한 기도는 그 당시 기독인들에게 그리 환영받을만한 일이 못되었다. 그래서 나중에 1992년 한겨례 신문 기사를 보면, CCC에 있던 중견간사들 40여명이 김준곤 목사의 전횡을 참지 못해 나간다며 이전의 김준곤 목사의 여러가지 모습을 비판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급진 학생운동을 잠재우는 댓가로 CCC 회관이었던 정동빌딩 터 구입및 건축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이런데도 박정희 대통령이 이런일로 추모할 대상인가?
3. '신앙전력화'라는 친필휘호를 군부대마다 하달해 군 복음화를 이루었다고 하는 부분에서도, 너무 단순한 주장이다. 신앙전력화하니 기독교에서 자주 사용하는 '신앙'의 단어가 기독교에 매우 근접해 있는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여기서 신앙은 군인들의 전투력 향상을 위한 모든 종교인들의 종교심을 모아서 군인정신으로 승화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은 군부대에 기독교인의 신앙만을 위해서 어떤 지원을 한 것이 아니라 군부대 한 장소에 교회, 성당, 불당을 한곳에 건축하여 그들이 믿는 신을 의지해 군전력을 증강시킬 것을 요구한 것이었다. 이렇게 보면 그들이 신앙전력화를 이유로 박정희 대통령을 찬양하고 추모할 이유는, 기독교인이라면 그리 많지 않다.
4. 새마을 운동을 기독교 성경 말씀에 연결시킨 것은 정말 너무도 억지 성경 해석이라고 밖에 할수 없다. 새마을 운동은 기본적으로 '가난에서의 탈출'을 목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가난에서의 탈출은 가난한 대한민국에서 벗어나보자는 것이지, 우리 사회의 부한자와 가난한 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면에서의 '분배'를 강조해서 그들을 구원키 위해서 만든 운동이 아니다. 이것은 기독교와는, 그리고 성령과는 관계시킬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까지 박정희 대통령을 찬양하기 위해 성경구절까지 억지 해석으로 몰고 간 것은 너무도 아쉬운 부분이다.
5. 구미상모교회 건을 들고 있는데, 구미상모교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거기에는 선산이 있고 성묘를 했다. 그리고 1967년 대통령 재선에 성공하면서 고향의 상모교회에 들렀다가, 개축할 수 있도록 돈을 보조해준 것이다. 그 당시 구미 상모지역에는 이렇다할 장소가 없었는데 겨우 100여가구만 거주하는 그래서 이발관, 교회, 방앗간이 유명한 곳이 전부인 곳이었다(1967.7.1 경향신문 보도). 이런 것으로 인해 그를 추모해야 한다면, 구미상모교회에서 하면 될 일이다. 국회의원도 당선되면 자기 동네에서 이런 일에 앞장설 수 있고, 그렇다면 모든 동네들은 그 국회의원 추모예배를 드려야 할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을 지금 이때에 찬양하고 추모해야 한다면 그들은 명확한 이유라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기독교인에게 있어 그를 추모할 이유는 없다. 그들이 이유로 말한 부분이 근거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기독교 목회자로서 전혀 해서는 안될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독재가 하나님의 뜻'인양 호도하고 함부로 말하는 것은 그들이 믿는 하나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행동이다.
무엇때문에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이 시기에 한국사회에 어떤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들이 믿는 '하나님의 뜻'인지를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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