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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로 아내 항암치료 꼭 완치하고 싶어요"

김프로가 말하는 낚시스킬..."감성돔은 수심이 가장 중요"

등록|2013.10.27 18:52 수정|2013.10.27 18:54

▲ 감성돔 낚시의 최고의 시즌인 요즘 오동도 방파제에는 물반. 고기반. 사람반이다. ⓒ 심명남


"요즘 낚시 좀 어떻습니까?"
"지금이 최고의 시즌이라고 보면 되죠."
"잘 잡혀요?
"큰 씨알은 아니어도 감성돔은 제법 잡히죠."

본격적인 감성돔 낚시철이 왔다. 오늘(27일) 아침 여수 오동도 끝 방파제에서 낚시꾼과 나눈 대화다. 테트라포드가 있는 오동도 방파제에 다다르니 아침바람이 제법 차갑다. 바다는 잔잔했다. 약간 바람이 불었지만 낚시하기에는 더 없는 날씨였다.

요즘 오동도 방파제... 물반! 고기반! 사람반!

▲ 오동도 끝 방파제에서 낚시꾼들이 타고 온 수십대의 오토바이가 보인다. 낚시가게에서 미끼와 낚시장비를 사면 오토바이도 덤으로 빌려준다. ⓒ 심명남


풍력을 이용해 전기를 얻는 수십 개의 풍력발전기에는 바람개비가 윙윙돈다. 그 옆에 세워진 많은 오토바이의 정체가 궁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낚시꾼들이 타고 온 거란다. 낚시가게에서 미끼와 낚시장비를 사면 오토바이도  덤으로 빌려준다. 오동도까지 거리가 멀다 보니 낚시점에서 조사들의 편의를 제공해 준단다. 상술이 보통이 넘는다. 그 집에 낚시꾼이 많이 몰리는 이유다. 요점 낚시 풍경을 한마디로 말하면 물반. 고기반. 사람반이다.

감성돔 낚시는 썰물(물이 빠지는 시기)때 퍼 문다. 고기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하루 2번의 썰물때만 잘 맞춰도 절반은 먹고 들어간 셈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좋은 포인트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자리를 잡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오는 사람도 많단다. 6시에 오면 좋은 포인트는 자리가 꽉 찬다.

여수에서 감성돔은 10월 중순에서 11월말까지가 적기란다. 11월 말이 넘으면 수온이 차기 때문에 감성돔이 남쪽으로 점점 더 내려간다. 많은 낚시객중 누군가를 인터뷰해야 한다. 낚시에 열중하고 있는 조사들에게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바다의 습성을 꽉 끼고 있지 않은가. 뭐 낚시꾼의 포스만 봐도 그 실력을 어느 정도 파악한다. 작전에 돌입했다. 살며시 다가가 인사를 나눴다. 조용하면서 폼이 남다른 조사였다. 그에게 말을 붙이기 전 바로 곁에 있는 동료조사에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낚시 좀 취재하러 왔어요."
"난 잘 몰라요. 이분이 도삽니다. 번지수 제대로 찾아왔는데요."

나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낚시의 달인을 바로 찾은 셈이다. 낚시도 낚시지만 그에게 듣는 사연은 감동이었다. 그와 함께 낚시를 온 동료도 "아 그런 사연이 있었냐"며 고개를 끄떡인다. 낚시꾼들이 감성돔에 빠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감성돔은 다른 고기보다 잘생겼다. 손맛도 그만이다. 특히 올라올 때 펄떡거리는 은빛 출렁임은 조사들의 맘을 사로잡는다. 그 희열이 참 오래간다. 그 맛에 빠지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초보들이 점점 낚시꾼 즉 '프로'로 변한다.

달인이 말하는 낚시스킬... "감성돔 낚시는 수심파악이 가장 중요"

▲ 김중곤씨가 잡은 은빛 감성돔이 쿨러에 담겨있다. ⓒ 심명남


▲ 아내의 항암치료를 위해 끊었던 낚시를 다시 시작한 김중곤씨가 오동도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 심명남


▲ 낚시달인 김중곤씨의 동료가 방금 오동도에서 잡은 감성돔을 들어보였다. ⓒ 심명남


낚시 달인 김중곤(55·덕충동)씨는 주말이면 낚시에 빠진다. 수년간 낚시를 다닌 그는 일명 김프로다. 그에게 감성돔 낚시의 스킬에 대해 물었다.

"감성돔 낚시는 수심이 가장 중요해요. 수심이 안 맞으면 하루에 한 마리도 못 잡고 갈 때도 있죠. 근데 수심만 맞으면 다른 고기보다 잡기 쉬워요. 요즘처럼 대물 시즌엔 기술이 없는 사람은 큰놈이 물어도 못 올리는 경우가 많죠. 그 이유는 고기를 갖고 못 노니까 그래요. 큰놈이 물었다고 해서 강제집행(바로 챔질을 해서 건져 올리는 것)하면 십중팔구는 터져버려요. 물위에 올라온 감성돔이 테트라포드에 처박으면 낚싯줄이 터져버리죠. 그래서 고기가 물면 최대한 고기와 힘겨루기를 해 힘을 빼야죠. 이후 물위에 뜨면 뜰채로 건져 올리는 것이 중요하죠."

다른 사람처럼 크릴을 쓰지 않고 민물새우를 고집하는 김프로. 그가 낚시를 다시 시작한 사연은 이렇다. 김씨의 아내는 2년 전 유방암 수술을 했다. 현재 2년째 항암과 방사선치료를 병행 중이다.

"작년에 우연히 TV를 봤는데 암이 걸려 완치된 것을 봤어요. 낚시로 고기를 잡아 해 먹여서 완쾌가 되더라고요. 그 길로 바로 낚싯대를 다시 샀죠. 그래서 작년부터 다시 시작한 거예요. 수년째 했던 낚시를 다시는 안겠다고 맹세를 했죠. 솔직히 말해 낚시는 돈 구덕이에요. 돈으로 처바르는 것이 낚시입니다. 멀리 나가면 하루에 30만원이 넘어요. 낚시를 안 다니려고 낚시장비를 다 없애버렸죠. 그런데 집사람이 유방암에 걸렸어요. 낚시로 잡은 싱싱한 생선이 암 치료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암환자는 날것이나 짠 것도 안 되니까 잡은 고기를 구운 생산이 식단에 오르죠."

부부 사랑을 이어준 매개체... 낚시

▲ 낚시로 잡은 식단으로 항암 투병중인 아내가 아주 건강을 많이 되찾았다는 김중곤씨는 자고로 암환자한테 바닷고기가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낚시로 아내 항암치료를 꼭 완치하고 싶다고 말했다. ⓒ 심명남


낚시가 부부간의 사랑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 셈이었다. 아내가 아프지 않았으면 낚시를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 다행히 암 투병 2년째 그가 낚시로 잡아준 식단으로 아내의 건강이 많이 회복되었단다. 그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안 겪어 본 사람은 저게 뭔 도움이 되겠냐 말해요. 하지만 아내가 아주 건강을 많이 되찾았어요. 같은 암환자들이 똑같이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받으면 그 사람들은 못 이기는데 집사람은 썽썽해요. 자고로 암환자한테 바닷고기가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면 됩니다. 낚시로 아내 항암치료 꼭 완치하고 싶어요."

조금 있으면 아내가 이곳으로 온다고 말하는 김프로의 쿨러를 들여다 보았다. 쿨러에는 4마리의 감성돔이 은빛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아내를 위한 보약이 따로 없다. 아내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낚싯대를 주시하는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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