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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추가 연루자들 압수수색도 안해

[단독] 군 '셀프수사' 공정성에 의문..."늑장 압수수색, 증거인멸 시간 벌어주는 것"

등록|2013.10.28 08:10 수정|2013.10.28 09:20
국군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정치 댓글 작성 의혹을 수사 중인 국방부 조사본부가 지난 23일 추가 연루자들이 있다는 언론보도 이후에도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은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방부의 진상규명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로써 군 '셀프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전해철 의원실이 지난 25일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비롯한 수사관계자들로부터 대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수사 관계자들은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에서 지난 22일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컴퓨터 30대(하드디스크 42개), 휴대폰 16대, USB 12개 등을 압수해 분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물품들은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장에서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정치 글 작성을 통한 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된 직후 언론보도로 알려진 트위터 사용자 4명과 이들과 명령관계에 있는 복수의 상급자들로부터 압수한 것으로, 지난 23일 새롭게 드러난 추가 연루자들의 물품은 포함돼 있지 않다.

22일 수사전환 이후 추가된 연루자는 압수수색에 포함 안 돼

▲ 지난 22일 오후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김민석 대변인이 합동조사단의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합조단 조사 결과 정치성향 트위터와 블로그 글이 사이버사령부 요원 4명(군무원 3명, 현역 1명)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 권우성


국방부가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날은 최초로 의혹이 제기된 후 8일이나 지난 22일이었다.

이날 국방부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이버사령부의 관계자와 지휘계선 등의 사무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며 "부대 차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와 기타 기관과의 연관성 등을 밝히기 위해 기존 조사를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가 사이버사령부를 압수수색을 벌인 직후인 23일, 추가 연루자들이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SNS상에 정치 글을 올리거나 퍼 나른 사이버사령부 소속 트위터 사용자가 기존의 4명 외에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지고,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이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를 분석한 결과 사이버사령부 소속으로 신원이 확인된 8명의 명단을 확보했다고 주장한 것. 같은 날 민주당 김광진 의원도 정치성 댓글을 단 사이버사령부 요원 2명의 아이디를 새로 공개했다.

최초 언론보도로 밝혀진 4명의 트위터 사용자 이외에, 적어도 인터넷상에 정치 글을 단 11명의 사이버사령부 요원이 더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국방부 조사본부는 추가 연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국방부가 불법행위가 드러난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에게 사실상 증거를 은폐할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한 대목이다.

신속한 증거 확보여부는 사이버사건 수사의 관건 좌우

▲ 지난 22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회원들이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가 열리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철저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이날 이들은 "박정희는 총으로 쿠데타! 박근혜는 키보드로 쿠데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군의 정치개입·헌정유린·민주주의 파괴를 규탄했다. ⓒ 권우성


사이버 사건 수사에 있어서 신속한 증거 확보 여부는 사건의 진상규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의 경우에도 국정원 요원 김하영씨는 지난 2012년 12월 12일 자신의 오피스텔이 발각되자, 증거 인멸을 위해 시간을 끌면서 노트북 안에 저장된 파일과 자신의 인터넷 접속기록 등을 삭제한 바 있다. 당시 김씨는 자신의 노트북에 있던 파일 187개를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삭제했고, 결국 이 파일들은 인케이스 프로그램(수사용 파일 복구 프로그램)에 의해서도 복구되지 않았다.

한양대 김인성 교수(컴퓨터 공학과)는 지난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디지털 자료는 완벽하게 삭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압수수색하기 이전에 삭제 작업을 했다면 그 내용을 밝힐 수가 없다"며 "그래서 신속한 압수수색이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안티 포렌식으로 데이터를 찾을 수 없는 작업을 해버렸다면 찾아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지난 22일 최초 정치 댓글 작성 의혹이 제기된 4명의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에 대한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언론에 보도된 4건의 SNS 계정이 사이버사령부 소속 군무원 3명과 현역(부사관) 1명의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지만, 글을 올린 장소와 시간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 8일 만에 나온 조사결과가 언론 보도 내용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어서 도대체 국방부가 그동안 무엇을 조사했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또 국방부는 "이들이 개인 블로그와 트위터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고 별도의 지시는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면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부대차원의 조직적 개입여부와 여타 기관과의 연관성 등을 밝히기 위해 수사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가로 들어난 가담자들에 대한 수사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국방부에 수사를 계속 맡길 수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이유다.

전해철 의원은 "국방부의 늑장 압수수색은 증거인멸의 시간을 벌어주는 것으로 군 수사결과의 신뢰성을 애초에 담보할 수 없게 만들 뿐만 아니라 이번 수사가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수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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