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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노조 권리 생각해 달라"... OECD 국제회의장 술렁

[현장] 설립 취소당한 전교조 교사들, PISA 이사회 진입 시도

등록|2013.10.28 13:36 수정|2013.10.28 14:04

▲ 28일 오전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OECD PISA 이사회 회의장에 들어가려고 하자 운영요원들이 가로막고 있다. ⓒ 윤근혁


"만약 그대들의 나라 교원노조가 해직교사를 노조에 가입시켰다면, 과연 그대들의 정부가 교원노조를 설립 취소할 수 있겠습니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이사회 개회식을 앞둔 28일 오전 9시 10분 서울시 광진구에 있는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 로비. 10여 명의 교사들이 갑자기 이 같은 영문 글귀를 펼쳤다. 지난 24일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뒀다는 이유로 설립을 취소당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다.

세계교원단체총연맹 PISA이사회 앞두고 특별서한 발송

▲ 전교조 소속 교사가 28일 오전 OECD PISA 이사회에 들어서는 한 국가의 대표에게 EI의 특별서한을 전달하려 하자, 운영요원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 김성보


이 교사들은 71개국 OECD 대표들이 회의장에 들어갈 때마다 영어로 "교원노조의 권리를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난 24일 프레드 반 리우벤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 사무총장과 존 에번스 OECD 노조자문위 사무총장이 함께 작성해 이번 이사회 책임자인 노라 버트랜드 위원장에게 보낸 특별서한을 대표들에게 나눠줬다. EI는 세계 172개국 401개 교원단체가 가입한 국제교원기구다.

제36차 한국 PISA 이사회를 앞두고 공개된 이 편지에서 EI와 OECD 노조자문위는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한 전교조가 한국의 박근혜 정부에 의해 법적 지위를 박탈당했다"면서 "퇴직자와 해직자를 노조원으로 허용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이미 널리 인정받아 오고 있는 당연한 사실"이라고 상기시켰다.

이어 두 단체는 "한국이 1996년 OECD에 가입 당시, 교사와 공무원에 대한 결사의 자유와 노동조합 활동 보장을 약속한 바 있다"면서 "전교조에 대한 이번 법외노조 조치는 매우 심각한 과거로의 퇴행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위원장이 서울에서 여는 PISA 이사회 각국 대표들에게 이런 사실을 환기시켜주시길 바라며 이 서한의 내용이 대표들에게 전해져서 전교조 상황을 널리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 전교조 소속 교사 10여 명이 28일 오전 OECD PISA 회의장 앞에서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윤근혁


이날 이사회장에 들어가 이 편지를 각국 대표들에게 전달하려는 교사들과 이를 막는 대회 운영요원 사이에 일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운영요원들은 "호텔이라는 사적 장소에서 교사들이 집회를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막았고, 전교조 교사들은 "정말 부끄러운 것은 해고자 9명을 핑계 삼아 6만 조합원이 있는 전교조를 설립 취소한 것 아니냐"고 맞받았다.

"집회는 부끄러운 일" vs. "설립 취소야말로 나라 망신"

하지만 교사들이 로비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이기 시작하면서 커다란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 교사들은 이날 오전 10시 8분 대회장을 빠져나갔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우리나라 학생들은 OECD PISA 평가에서 핀란드와 함께 세계 1, 2등을 달리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학생들을 가르쳐온 교사들에게는 OECD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폭거를 저질렀다"면서 "전교조를 설립 취소한 것이야말로 씻을 수 없는 나라 망신"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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