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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80%가 국정교과서 찬성"... 조선일보 보도 '논란'

교총 "조선 요청으로 실시, 교장교감 등 포함"... <조선> "교총이 이미 기획"

등록|2013.10.28 18:09 수정|2013.10.28 18:09

▲ <조선일보> 10월 28일치 1면 기사. ⓒ PDF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체제를 찬성한 교사'가 80%라는 <조선일보> 기사는 "<조선>의 요청이 있어 한국교총이 진행한 것"이라는 증언이 한국교총에서 나왔다. <조선>은 해당 기사를 보도하면서 이런 사실을 적시하지 않아 이른바 '자가발전' 보도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설문 대상은 일반교사 아닌 100% 교총회원이며 교장·교감도 포함

<조선>은 28일자 1면에서 '한국교총 긴급 설문조사'라고 부제를 단 뒤, "'한국사 교과서 국정으로 가야' 교사 80% 찬성"이란 제목을 붙였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이 지난 23~25일 한국사 교과서 관련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교사 288명 중 80.6%(232명)가 '한국사 교과서를 검정 체제에서 국정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대답했다"는 내용이었다.

국정은 국가가 한 종류의 교과서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검정은 여러 출판사가 책을 만든 뒤 정부의 심사를 받는 체제다.

하지만 이날 한국교총 설문 자료를 보면 이 조사는 '지난 24∼25일과 26∼27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36명과 62명 등 모두 298명의 교원이 인터넷 설문에 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상자는 한국교총 회원으로 구성된 핵심 설문요원인 '나침반' 회원 1000여 명이었다. 이들은 "전국 유초중고 교사, 교감(원감), 교장(원장) 등인데 이번 설문에 응한 298명은 한국교총 학교 분회장들은 아니지만 조직 충성도가 높은 분들"이라고 한국교총은 설명했다.

한국교총 중견 간부는 기자와 통화에서 "조선일보 요청도 있었고, 우리도 기획하는 과정에 있었고 그래서 맞아떨어져서 이번 설문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조사 대상은 기존 보도처럼 '교사'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닌 교장, 교감도 포함한 '한국교총 소속 교원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조선>이 보도한 '교사'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을 한국교총도 시인한 것이다. 한국교총은 이번 설문 결과를 <조선> 등의 기자에게만 제공하고 따로 보도자료로 내지 않았다.

지난 6월 공개된 무상급식 관련 한국교총 조사에서 교장과 교감이 차지하는 비율은 40.4%였다.

▲ <조선일보>가 인용한 한국교총 설문 조사 결과(10월 24일~25일분). ⓒ 윤근혁


따라서 이번 <조선> 보도는 참여 대상자가 288명이 아닌 298명이었고, 모두 한국교총 소속 유초중고 교장과 교감을 포함한 교원인데도 '교사'라고 서술한 것은 잘못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스스로 부탁해 진행한 설문인데도 이 사실까지 기사에서 가린 것도 문제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국역사교사모임이 지난 2005년 전국 중고교 역사교사 1320명을 대상으로 질문지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사 국정체제 유지' 의견은 17%였다.

"여론 왜곡" 비판에 <조선> "이미 교총이 기획한 것"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 소장은 "뉴라이트 역사인식의 산실이라고 할 한국현대사학회 고문을 맡고 있는 안양옥 교수를 회장으로 둔 한국교총이 288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다는데 도대체 그들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면서 "한국사 수능필수화를 앞장서서 주장하고 한국현대사학회 전현직 회장이 만든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사실상 지지하였던 한국교총이나 이를 받아쓴 언론이나 여론을 왜곡하는 집단이긴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무성 한국교총 대변인은 "안 회장이 초창기 한국현대사학회가 자문을 구해 응해준 것과 이번 설문 결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라면서 "오히려 한국교총의 입장은 당장 국정체제 전환이 아닌 역사교과서 선정위원회 등을 만들어 검정체제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기사를 쓴 <조선> 기자도 <교육희망> 기자와 통화에서 "이미 한국교총이 설문 기획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 결과를 보여 달라고 했던 것일 뿐"이라면서 "설문 대상을 '교사'라고 보도한 것도 (독자가) 일반인 입장에서 '교원'이라는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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