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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고기가 당기는 걸까요

운동하면서 변한 식성... 세미 베지테리언이던 내가 변했어요

등록|2013.10.29 11:01 수정|2013.10.29 11:01

▲ 기름기를 쫙 뺀 보쌈 ⓒ 정현순


"오늘은 뭐 먹으러 갈까?"
"뭐 먹긴... 고기 먹으러 가야지."
"요즘 얘는 우릴 만나면 고기만 먹으러 가자고 한다. 정말 이상해졌어."
"이상해진 게 아니고 많이 발전한 거지. 운동하니깐 나도 모르게 고기가 당겨."

이렇게 해서 보쌈집으로 향했다. 기름기를 쫙 뺀 돼지고기 보쌈이 정말 맛있다.

"아, 참. 나 미워하지마, 비계 부분은 아직 못 먹어."
"그래그래, 알았다. 많이 먹어라."

친구들의 협찬은 계속됐다. 요즘 난 외식할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고기를 추천한다. 친구모임이나 가족모임에서도.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도 신기해 한다. 나도 신기할 정도로 식성이 변한 것이다.

올 봄까지만 해도 내가 직접 고기가 먹고 싶다고 말한 적도,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여름으로 들어서면서 체력이 부쩍 떨어진 것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수영을 꾸준히 한 후 얼마 동안은 체력이 좋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치러도 몸살도 앓지 않고 환절기에 감기도 걸리지 않아 무척 좋아했다. '그렇군, 운동의 힘이 바로 이런 거였어' 그렇게 혼자 만족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일요일만 빼고 토요일까지 꾸준히 운동을 하다 보니 몸도 한계를 느낀 듯했다. 완전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고기 종류를 거의 먹지 않으니 에너지가 고갈된 듯했다.

구태여 표현하자면 '세미 베지테리언'이라고나 할까? 세미 베리테리언은 유제품, 달걀, 생선, 동물성 고기 가운데는 닭고기만 먹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제품은 거의 먹지 않고 가끔씩 닭고기는 즐기는 정도였다. 가끔 즐기는 닭고기도 내가 직접 요리를 하면 전혀 먹지를 못했다.

그러나 내가 체력이 떨어지니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 도전하기 쉬울 듯한 치즈와 우유를 먼저 먹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도 기운이 회복되지 않아 '육식'을 해서 기운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몸에 힘이 없으니깐 그나마 흉내라도 냈던  평형도 잘 안 되고 힘이 있어야 잘되는 접영도 퇴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이빙을 하고 물 위로 올라오는 것도 힘에 버겁기 시작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곤 친구들은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이젠 수영하는 것이 꾀가 나기 시작했나? 전보다 왜 그렇게 못해"하면서 채근했다.

심지어는 나보다 더 나이 많은 언니에게 '노인 행세'를 한다는 말도 들었다. 이런저런 말을 들을 정도로 체력이 떨어진 것이 남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기운이 나는 무엇이라도 먹어야 한다는 마음이 절실했다. 일단 유제품인 치즈 먹기에 도전했다.

기름기가 도는 치즈를 먹기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그래도 꾹 참고 한 장을 먹기 시작했다.처음에는 입안에서 뱅뱅 돌기만 하고 넘기기가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일 주일 정도 지나니깐 조금씩 적응을 하는 듯했다. 하지만 아직도 쉽지는 않다. 아이들이 먹기 싫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기분을 이젠 알 것도 같다.

▲ 지글지글 맛있게 익어가는 고기 ⓒ 정현순


평소 우유만 먹으면 배가 아팠던지라 우유는 시리얼과 함께 먹어야 했다. 그래도 고기를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뱅뱅 돌았다. 내가 고기를 즐기지 않으니 모임이 있을 때마다 생선 종류를 주로 먹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걱정은 끝난 듯하다. 아직은 마블링이 있어 맛있다는 부위는 먹지는 못하지만 많이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TV에서 운동선수들이 운동이 끝난 후에 먹는 고기의 양을 보고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떻게 저렇게 많이 먹을 수가' 하면서.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기운이 떨어졌을 때는 옆에서 누가 손가락으로 툭 치면 쓰러질 정도로 자주 탈진이 됐다. 운동하는 시간을 조금 줄이고 2~3개월 동안 음식을 골고루 먹으려고 노력한 결과, 지금은 많이 회복이 됐다.

당시에는 보약을 먹어야 할까? 할 정도였는데,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나기도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동물성 단백질도 적당히 섭취해야 한다는 말도 실감이 났다.

상추와 깻잎을 깔고 고기 두 점을 올려 놓고 입속으로 넣었다. 그것을 본 친구들이 "야, 애 좀 봐.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고기를 두 점씩이나?"하며 한 점을 더 입속으로 넣어준다. 그러면서 "이거 얘 다 먹게 너희들은 먹지 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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