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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여인, 파란 하늘에 꿈을 그려요

[하부지의 육아일기 ⑭] 손녀딸 보는 재미 최고입니다

등록|2013.10.30 09:34 수정|2013.10.30 09:45
"할아버지 안아주세요."
"잠자고 싶어서?"
"아니, 아빠 서재로 가 주세요."

손녀딸 하은이가 꿍꿍이 생각이 있는 모양이다. 대뜸 안아달라고 한다. 토요일(19일), 아침부터 성을 쌓고 집도 짓고 탑도 세웠다. 블럭놀이다. 부쉈다가는 세우고 다시 부순다. 혼자 한참을 이것저것 만들며 놀더니 싫증이 났나 보다.

놀이터아파트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뛰어 논다 ⓒ 문운주


우리 어렸을 때는 장난감이라고 해 봐야 기껏 딱총, 쇠 구슬, 자치기, 제기차기 등 야외에서 놀 수 있는 놀이기구가 대부분 이었다. 살 돈도 없었지만, 요즈음처럼 좋은 완구제품도 만들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나뭇가지, 헌 쇠붙이 등으로 만든 것이었지만, 즐거움은 최고였다. 장난감도 많은 진화를 했다. 쉽게 얻을 수는 있지만, 그 만족도는 옛날만 못하는 것 같다.

그리기를 좋아하는 하은이

"가을하늘 파란도화지에 구름 색연필로 그림을 그립니다/구름으로 그리는 엄마 얼굴 /구름으로 그리는 아빠 얼굴 /가을바람 살랑 와서구름엄마 구름아빠 데려가도 괜찮아요 /또 그리면 되잖아요."//가을바람,김혜영

하은이는 그리기를 좋아한다. 색연필, 크레파스, 물감 등으로 벽, 마루, 식탁 책상 등에 아빠도 그리고 엄마도 그리고 고모와 할머니도 그려놓는다. 이럴 때는 조금 망설일 수밖에 없다. 마음껏 그리게 해야 하나, 정돈하는 습관부터 들이게 해야 하나.

하은이는 꽤순이

요즈음 크레파스야 닦으면 지워지는 제품도 있지만, 물감으로 그려 놓으면 온 집안이 엉망이 돼 버린다. 딸은 물감을 보이지 않는 높은 곳에 감춰 놓았다. 하은이는 뭐든 물건 찾는 데는 선수다. 과자, 아이스크림 등 숨겨놓으면 모른 척하였다가 귀신처럼 찾아낸다. 물감을 찾아냈다. 키가 닿지 않으니까 할아버지 힘을 빌려서.

콩콩이 이부자리에 엎지르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그러나 글도 써보고 그림도 그려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섰다. 물을 떠다가 색을 배합하고 붓으로 그린다. 파란 하늘에 꿈을 그리듯이. 수채화를 그렸다. 처음 써 본 한글, 그림일기, 풍경화 등 잘 간직하였다고 어른이 되어서 볼 수 있도록 해 주면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동생 은우(콩콩이)를 사랑할까

'엄마, 유치원 다녀오겠습니다. 은우에게도 사랑한다고 전해 주세요'라며 유치원에 간다. 무척 동생을 사랑한다. 처음에는 허락 없이 보지도 못하게 하고 안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점차 주위 시선이 은우에게 쏠리는 것을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잠자리도 독차지하고 아이처럼 굴더니 아예 '접근금지'라는 말까지 사용했다. 동생을 보면 상실감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라고 한다. 질투와 경쟁 속에 성장해 간다.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파

하은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시각이 오후 4시 30분경이다. 이곳 아파트에는 어린아이들이 많다. 이때쯤이면 대다수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시간대다. 생기가 넘친다. 놀이터에서 왁자지껄하며 노는 아이들을 보면 괜히 흐뭇하다. 달리기도 하고 미끄럼도 타면서 논다. 조그만 나뭇잎을 따서 손바닥에 과자라고 쥐여준다.

백조의 가을 하은이가 백조가 되었다. ⓒ 문운주


계획적인 생활 습관

아이들에 대한 양육 계획은 제 부모가 세워야 한다.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서 생활 습관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조금은 절제가 필요하다. 옛날 방식만 고집해서도 안 되지만…….

놀이터하은이가 놀이터의 기구에 올라가 놀고 있다. ⓒ 문운주


가을이 깊어간다. 산책길 푸른 길의 나뭇잎들도 석양 노을에 홍조를 띠고 바람에 날린다. 하은이는 파란 하늘에  엄마도 그리고 아빠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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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하은이는 유치원에서 다녀오면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 논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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