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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아들 입학비리 정황, 감사보고서에 있었다

[주장] 5개월간 감사보고서 제출 미뤄온 서울시교육청 반성해야

등록|2013.10.30 13:53 수정|2013.10.30 13:53
"성적 조작 합격자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있느냐?"
"말할 수 없다. 학교 측에서 채점표를 폐기해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정황을 발표하면 오해를 살 수 있고, 명예훼손이나 학습권 침해 소지가 있어 일절 이야기하지 않겠다."

올해 초 교육계를 강타한 국제중 입학 비리 사건. 당시 영훈·대원 국제중에 대해 특별 감사를 벌인 조승현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은 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이 이재용 부회장 아들에 대해 묻자 위와 같이 답했다.

감사 결과를 발표(5월20일)한 지 며칠 뒤 여러 언론들이 이재용 부회장 아들의 부정입학을 아주 구체적으로 보도(5월 29일)했지만, 당시에도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 아들이 성적 조작으로 합격한 정황이 있는 학생 3명 가운데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서울시교육청은 언론에 확인해준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은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었다고 했지만, 지난 23일 요청한 지 5개월여 만에 받은 '영훈학원 감사결과보고서 원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성작조작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감사결과보고서 내용 중부정입학도 중대한 잘못이자 범죄이지만 이것을 덮기 위해 쉬쉬한 것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 김형태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성적조작으로 합격한 15위(이재용 부회장 아들)와 16위 학생(영훈중 학운위 지역위원 아들) 모두 학교에 컴퓨터와 발전기금 등 물질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이 이럼에도 조 감사관은 당시 '이재용 부회장 아들이 포함돼 있다는 걸 서울시교육청 관계자가 확인해줬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자, "나와 실무 사무관 쪽으로만 모든 언론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며 "두 사람이 확인해 준 적이 없으니, 교육청 관계자가 확인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당시 기자들이 '교육청에 두 사람 말고도 많은 이들이 근무하지 않느냐'고 묻자 "공식적으로 언론 접촉을 하는 사람은 두 사람뿐이다"고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기자들이 계속해서 이 부회장의 아들이 포함된 게 맞느냐고 물었지만, 조 감사관은 정확한 사실이 뭔지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실체적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학교 측에서 채점표를 폐기해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는 사실상 언론에 거짓말을 한 셈이고, 결과적으로 서울시민과 국민들을 우롱한 것이다. 

그래서 당시 언론으로부터 "시교육청이 '부실 감사'를 했거나, 아니면 제대로 감사를 해놓고도 '은폐 발표'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질타를 당한 것이다. 조승현 감사관은 당시 입장이 본인의 판단인지 교육감의 지시나 명령인지 밝혀야 할 것이고, 만약 본인의 판단으로 은폐하려 한 것이라면 의당 스스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문교육감 또한 감사결과보고서에 최종 서명을 한 것으로 보아, 이재용 부회장 아들의 부정입학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진실을 말하지 않고 숨기려 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해명과 사과와 그리고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필요해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회사 차원에서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아니라고 부인했던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다.

시교육청은 그동안 특별감사가 끝난 뒤 교육의원이 감사결과보고서 원본을 요구하면 바로 보내주었다. 그런데 문용린 교육감 취임 후에, 서울시교육청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처음에는 검찰 수사를 핑계로 이후에는 언론에 바로 알려질 것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흘 들며 감사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조승현 감사관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28일 5차 사학특위에서는 감사관을 퇴장시켰으며, 조만간 의회 차원에서 징계를 요구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다.

국내 최대의 대기업 총수의 손자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그것도 성적조작을 통해 부정입학했다는 사실에,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과 관심이 컸다. 그런 중대한 사안이었기에 기자들의 질문이 연거푸 쏟아졌음에도, 문용린 교육감은 침묵했다. 이는 서울시교육청이 삼성 눈치를 봤다는 의혹을 가질 만한 상황이다.

문용린 교육감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교육주체와 서울시민들을 더 생각하며 교육감직을 수행하는지, 아니면 삼성을 더 염두에 두고 국제중 등 비리사학을 감싸는지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적어도 서울시민은 교육주체나 시민보다 재벌가와 비리사학 눈치나 보는 그런 교육감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김형태 시민기자는 서울시 교육의원입니다. 이와 유사한 글을 서울시의회 공보실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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