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노무현보다 호감도 낮은 이유는..."
다준다 연구소, <낯선 것과의 조우> 김창훈 저자 초청 강연
▲ 김창훈 <낯선 것과의 조우>저자와 강연 참가자들 ⓒ 박한창
"프랑스의 문화인류학자 르네 지라르는 인류가 공동체의 파멸 위기에서 항상 희생양을 만들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폭력'을 '일인에 대한 폭력'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합니다. 급박한 위기에 처한 공동체는 파멸을 피하기 위해 희생자를 지목한다는 것이죠. 이럴 때는 경계선에 서있고 양쪽으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는 사람이 희생양이 되기 쉬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딱 그 상황이었죠."
지난 26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이야기 카페. '다음세상을 준비하는 다른(아래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소장 이동학)가 새 책 <낯선 것과의 조우> 저자 김창훈 작가를 초청해 강연을 열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뉴질랜드에서 건설업, 프랜차이즈 청소업, 나이트클럽 등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경험을 해온 그는 최근 정책전문가 집단 <사회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프레임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그리고 그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지난 8월 <낯선 것과의 조우>를 출판하기도 했다.
프레임으로 보는 세상
김 저자는 장자의 '성심(成心)'이란 개념을 인용하여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상황에 의해서 자신이 만든 프레임(성심)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본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이 특정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행동의 결과가 공동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사람들이 자신이 속해있는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영역과의 경계선에 위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이 자신이 속한 조직논리에서 벗어나 조금 더 세상을 합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하지만 문제는 프레임을 벗어나 경계선에 선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뿐더러 사회적으로도 금기시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뿐만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어른들이 문지방에 서지 말라는 말을 합니다. 어떤 인식의 방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인식과 경계선에 서는 것은 불온하다 여기기 때문입니다."
프레임의 경계선을 넘나든 김대중과 노무현
김창훈 저자는 경계선에 선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들을 꼽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제지론이었던 '대중경제론'에 큰 영향을 미친 고 박현채 교수는 당시에도 가장 좌파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그러한 박현채와 의사 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김대중은 진보적인 사람이었다는 것.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나이 70이 넘어서 집권하자 노동자 투쟁 중심의 경제관에서 벗어나 미국, 영국에서 새롭게 구상되어지던 신진보노선을 적극적으로 채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세상의 수많은 결을 이해한 실천자입니다."
또한 김 저자는 유교에서 말하는 가장 이상적인 통치인 덕치의 개념을 실현한 정권이 참여정부였다고 말했다. 유교에서 법치(法治), 예치(禮治)보다 높은 수준의 통치 방식인 덕치(德治)는 철두철미하게 신하들에게 자율권을 보장해주는 국가 형태라는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국가 사정기관인 국정원, 검찰, 감사원, 국세청 등의 권한도 스스로 내려놓았습니다. 그 이후 대통령들이 이 기관들을 가지고 하는 짓을 보십시오. 노무현 대통령의 행위는 보통 사람이 행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닙니다."
결국 이념의 프레임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던 두 대통령은 진보와 보수 양쪽으로부터 모두 공동체의 배신자라는 비난을 들어야만 했고,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평가 속에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르네 지라르는 이렇게 공동체의 희생양이 된 사람은 죽고 나서 역설적으로 영웅의 지위를 얻게 된다고 말하는데, 최근 NLL 대화록 논란에도 불구하고 역대 대통령 중 노무현 대통령의 호감도가 박정희 대통령을 추월해 가장 높게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민주주의가 어려운 이유는 소통 때문
결국 저자는 민주주의가 현실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이유로 소통이 힘들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자신의 프레임을 넘어서 다른 프레임을 가진 상대를 이해하기 어렵고, 경계선에 선 김대중과 노무현 같은 사람들은 더욱 더 오해를 사기 쉽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세상에는 다양한 프레임이 존재함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에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김창훈 소장은 그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신유학에 관점에서 본 김대중주의>에 관한 책을 집필 중에 있다.
한편 다준다 연구소는 매주 토요일 오후 한국 사회의 청년리더와 전문가들을 초청해 저자와의 대화 및 공부 모임을 갖고 있다.
▲ 다준다 청년정치 연구소 김창훈 저자와의 만남 ⓒ 박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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