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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박근혜 정권 사람심기? 국민 실망할 것"

새누리당 초선 소장파 실종, '민심이반' 우려하는 다선 중진들

등록|2013.10.30 11:35 수정|2013.10.30 11:37

▲ 지난 3월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황우여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정몽준 의원. ⓒ 유성호


"정권이 바뀌었으니 자기 사람을 심겠다는 의도가 있다면 이것은 국민을 실망케 하는 일이다."

새누리당 7선 중진인 정몽준 의원의 말이다. 정 의원은 30일 이석채 KT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정치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새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반복되는 전 정권 인사에 대한 축출 과정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견제한 것이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 23일 국가정보원의 '트위터 공작' 등 새롭게 밝혀진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정황을 두고 공식석상에서 새누리당 내 자성론을 처음 제기한 바 있다. 5선의 이재오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권력은 입맛대로 하지만 정치는 입맛대로 해서는 안된다"며 새누리당의 야당 공세에 제동을 걸었다. 당내 소장파 초선의원들은 자취를 감춘 채, 대신 5~7선 중진 의원들이 나서서 민심이반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새 정권 출범하면 반복되는 전 정권 인사 축출... 5년 전과 비슷"

정몽준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 "밖에서는 말이 많은데 당에서는 논의가 없는 것 같아 말한다"고 운을 뗀 뒤 "KT, 포스코 등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대기업에 대한 검찰수사나 세무조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것이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최고경영자 교체를 위한 것이 아니냐고 해 세간에 말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5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되풀이되고 있어 법치가 아닌 인치라는 얘기도 나온다"면서 "개인적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 정권에서 임명된 남중수 전 KT 사장이 사퇴를 거부하다가 결국 검찰 조사로 중도 낙마한 사례를 두고 한 말이다.

이후 이석채 회장이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으로 KT 회장에 입성했지만, 5년이 지난 현재 남 전 사장과 똑같은 처지에 놓이게 됐다. KT가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의원은 "이석채 회장과 저는 좋은 인연이 별로 없다"고 전제 한 뒤, "죄가 있으면 조사를 받고 처벌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번 일에 대해 새 정권이 출범하기만 하면 반복되어 왔던 전 정권 인사의 축출 과정이 아니냐는 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좁은 대한민국에 자기 사람이라는 것이 따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오얏나무 아래서 갓도 고쳐 쓰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는데 이런 점에서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몽준·이재오 등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우려... 초선 소장파는 어디에?

앞서 정몽준 의원은 지난 23일 회의에서도 "안보를 지키는 핵심 기관인 국가정보원과 군이 이러한 활동(대선개입)을 조직적으로 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며 "만약 이들 기관이 조직적으로 이러한 일을 했다면 여야를 떠나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의 일 때문에 정치가 마비되고 국정이 차질을 빚고 있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우리 새누리당으로서는 이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당당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당내 일부 소장파를 중심으로 국정원의 '트위터 공작'과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정치댓글' 의혹 등에 대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개인적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김용태 의원은 지난 2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군사이버부대의 댓글논란 수사가 미진하다면 국회 내의 검증절차를 밟아보자고 못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지난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수사 축소 외압 논란을 불러온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에 대한 직무 배제를 옹호하면서도 "(국정원 트위터 글은) 참 쓰레기 같은 글이었고 국정원 직원들이 대선 관련해 그런 글을 올렸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개인적 차원이냐, 국정원장 지시 하에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이냐는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윤석렬 전 팀장을 "소영웅주의에 빠진 정치검사"로 몰아가자, 검사 출신인 박민식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은 제가 아는 한 최고의 검사입니다, 소영웅주의자라고 몰아가지 마세요"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같은 목소리는 일회성에 그치거나 개인의 소신 발언 정도로 치부되는 분위기다. 이는 지난 18대 국회 때와 대조적이다. 당시 새누리당 소장파들은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55인 서명파동을 일으켜 당내 주류와 정면으로 맞섰다. 또한 소장파들의 모임인 '민본 21'은 2010년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문제가 터지자, "검찰 수사는 어떠한 성역이나 예외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며 집단적인 목소리를 냈다.

반면 19대 국회 들어 정치권에 진입한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은 '정권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체 의원(153명)의 절반이 넘는 78명이 초선의원이지만,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8개월 동안 인사 파동이나 불통 정치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을 옹호하거나 야당의 공격수를 자임하고 나서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초선 비례대표 의원 모임인 '약지(약속지킴이) 26'이 성명을 통해 "사이버사령부가 국정원의 사주를 받아 조직적으로 총선·대선에 개입했다는 억지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주장"이라며 "민주당은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19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친박 핵심 인사들이 관료와 학자 등 말 잘 듣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공천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소장파의 주축이었던 김성식·정태근 전 의원이 당을 떠났고, 남경필 의원이나 원희룡 전 의원도 현안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소장파 초선 의원들 대신 오히려 다선 중진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새누리당이 급속히 노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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