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남자들이 피임약 먹을 날? 멀지 않았다

[서평] 춤추는 분자가 만드는 마법의 세계 <교실 밖 화학이야기>

등록|2013.10.30 15:37 수정|2013.10.30 15:37

▲ 가을 단풍, 알고 보면 화학이 연출하는 마법입니다. ⓒ 임윤수


학생A : "너, 양잿물 알지?"
학생B : "수산화나트륨? 어, 알아."
학생A : "소금도 알고, 물도 알지?"
학생B : "당연히 알지"
학생A : "그럼 양잿물과 소금 그리고 물 분자식이 NaOH, NaCl, H2O인 것도 알지?"
학생B : "어."
학생A : "그럼 소금과 물을 함께 먹으면 양잿물을 먹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도 알겠네?"
학생B : "에이~, 그런 말이 어디 있어?"
학생A : "자, 봐봐. 양잿물이 NaOH이고 소금과 물이 NaCl과 H2O잖아. NaCl과 H2O가 섞이면 NaOH와 HCl이 나오잖아!"
학생B: "???"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화학 시간에 분자식과 화학반응을 막 배운 후 주고받을 수 있는 일화 중 한 토막입니다.

수업시간, 학교 교실에서 배우는 화학은 어렵습니다. 복잡합니다. 외울 것도 많고, 무슨 반응이 그렇게 많은지 외워도 워도 헷갈립니다. 주기율표를 통째로 외고, 이온화경향서열 또한 "칼·칼·나·마·알·아·철·니…"(K·Ca·Na·Mg·Al·Zn·Fe·Ni) 하며 외워보지만 뭐에 써먹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쓸데없는 걸 너무 많이 배우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복잡한 걸 왜 배우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나둘 배워 가다보면 '어! 이게 이거였어?' 하며 점차 재미있어 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화학은 시험을 보기 위해서나 공부하고, 문제를 풀기위해서나 하는 공부라는 생각이 앞섭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세상은 온통이 화학이고 화학반응입니다. 화학과 무관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 몸 자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하나하나가 화학이며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이 화학과 관련된 반응이거나 화학입니다.

눈에 보이는 온통이 화학 <진정일 교수의 교실 밖 화학이야기>

▲ <진정일 교수의 교실 밖 화학이야기>┃지은이 진정일┃펴낸곳 궁리출판┃2013.10.21┃1만 3000원 ⓒ 임윤수

<진정일 교수의 교실 밖 화학이야기>(지은이 진정일, 펴낸곳 궁리출판)는 우리 일상에 스며있는 화학을 재미있게 실감하며 화학이 무엇인가를 터득해 나갈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 당장 내 입안에 고이고 있는 침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화학물이며, 앞산을 물들여 오는 가을단풍들 역시 눈으로 볼 수 있는 화학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화학을 뜻하는 영어 'chemistry'는 이집트어인 'chemi'에서 유래하였으며 chemi(흑술, 黑術)는 흙 색깔이 까만 나일강 유역에서 발달한 연금술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화학'이라는 용어는 1860년 일본인 가와모토 고민이 출간한 <만유화학>(万有化學)이라는 번역서에서 처음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1884년 초 <한성순보>에 실린 기사에서 화학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여러 제약회사가 남성 피임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연 어떤 원리를 이용하여 연구하고 있을까? 지금까지는 정자 생산을 중지시키는 화합물 개발이라는 간단한 원리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해왔으나, 대부분의 경우 악영향이 많아서 문제였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아미노산 열 개 정도가 결합한 인공 펩티드 호르몬이 성적 충동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후 여러 제약회사에서 정자 생산만 선택적으로 방해하는 펩티드 호르몬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머지않아 여성들만 피임약을 먹는 불평등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본문 106쪽)

책에서는 우리 인체에서의 생리적 작용,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생필품·의약품·공산품·식품 등은 물론 자연에서 관찰되는 제반 현상과 과학수사에 이용되는 여러 가지 반응 등이 화학이 연출하는 마법, 화학 드라마라는 것을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사례들을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화학이 발달함으로 앞으로 다가올 미래 세상, 응당 여자가 먹어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던 피임약을 남자가 먹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도 알 수 있고, 알루미늄이나 구리로 된 주방기구들은 왜 녹이 잘 슬지 않는 지도 알 수 있습니다.

▲ 단풍만 화학이 연출하는 매직이 아니라 녹슬지 않는 창살도 화학이 연출하는 마법입니다. ⓒ 임윤수


책에서는 이론과 공식, 반응과 실험결과가 아닌 생활 속 이야기로 화학을 이야기합니다. 인류문명과 역사, 의술과 전자과학, 식품과 의약품 등 현대산업 요소요소에서 드러나고 있는 결과 들이 화학과 어떤 연관성이 있으며, 화학이 어떻게 응용(적용)되고 있는가를 눈으로 보여주듯이 설명하며 경험과 일상 속에서 더듬어 이해하게 합니다.

화학은 결코 어렵고, 복잡하고, 외울 것만 많은 쓸 데 없는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온통이 화학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한 토막 한 토막으로 정리 된 화학 이야기를 읽다보면 시나브로 화학을 알아, 실생활 속에서 화학을 연구하는 화학자, 화학으로 인생(생활)을 개선해 나가는 멋진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어느 날 누군가 가 '화학이 뭐냐?'라고 물었을 때, <진정일 교수의 교실 밖 화학이야기>에서 '똑 떨어지는 답, 재미있으면서도 어렵지 않게 화학을 답할 수 있는 화학'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진정일 교수의 교실 밖 화학이야기>┃지은이 진정일┃펴낸곳 궁리출판┃2013.10.21┃1만 3000원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