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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슬파마머리 국어선생님은 어디 계실까

가을, 국화, 국화향연 그리고 곱슬 파마머리 국어선생님

등록|2013.10.31 17:30 수정|2013.10.31 17:30

▲ 화순 도심속 국화향연 ⓒ 박미경


가을 바람을 맞으며 진한 향기를 내뿜는 국화를 보면 서정주님의 시 <국화 옆에서>가 생각난다.

지금 아이들은 어떨지 몰라도 학창 시절 대부분의 국어 선생님은 교과서에 나오는 시란 시는 모두 외우도록 했다. 시험에 꼭 나온다면서... 시뿐 아니라 교과서 속 시조들도 암기의 대상이 됐다.

중학교 다니던 때인 거는 확실한데 몇 학년 때 선생님이었는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작은 키에 늘 곱슬곱슬 파마머리를 하고, 손에 빗자루 기둥을 들고 다니며 긴 치마를 즐겨 입으셨던 그 선생님은 특히 그러셨다.

숙제로 내 준 시암송을 해내지 못하면 책상에 무릎을 꿇고 앉아 허벅지를 빗자루대으로 맞아야 했다. 하여 국어 교과서에 시가 등장하면 교실에는 음울한 기운이 감돌았고, 국어 수업 전 교실은 중얼중얼 벼락치기 시암송하는 소리로 가득찼다.

하지만 당시 맞아가며 외웠던 시들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감성을 채워준다.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시작하는 유치환의 <깃발>, '님은 갔습니다'로 시작하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찼습니다'로 시작하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 등등...

화순 도심속 국화향연

ⓒ 박미경


<국화 옆에서>도 그 당시 외웠던 시다. 뭐 지금은 전체를 다 외우지는 못하지만.

하지만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하는 귀절은 잊어지지가 않는다.

그래서일까. 국화를 보면 소쩍새와 누님 생각에 가슴 한켠이 싸아해지고 아파진다. 눈물이 나려고 한다. 그리고 작은 키 곱슬파마 국어 선생님의 얼굴이 선명히 떠오르며 그리워진다.

그리고 지금, 화순 남산과 고인돌유적지에서는 '국화'를 주제로 한 '화순 도심 국화향연'이 열리고 있다. 11월 10일까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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