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억새단지에 보리밭 경작을?
공주 죽당리 억새단지 불법경작 논란... 해당 업체 "수확 목적 아니다"
▲ 거대억새단지를 조성한다며 6만평에 보리밭을 경작해 놓았다. ⓒ 김종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대강사업으로 인해 약 3200만 평의 경작지(여의도의 40배 규모)가 사라졌다. 농민들에게 빼앗은 하천부지는 생태공원이라는 명목으로 각종 공원이 조성됐다. 농민들이 떠나간 자리에는 '하천변 경작은 불법으로 하천법에 의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판이 세워졌다.
충남 공주시는 지난 4월 대전지방국토관리청과 거대 억새단지 조성에 대한 업무 협의를 마쳤다. 사업 내용은 공주 우성면 죽당리·어천리에 2016년 5월 29일까지 39억 원을 투입, 거대억새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이 억새단지는 43만790㎡(약 13만 평)으로 갈대로 유명한 신성리 갈대밭(6만 평)의 2.1배 규모다. 현재 이 사업은 ㈜남지종합건설과 계약을 체결해, 공사중이다.
하지만 이 업체는 억새단지를 조성하면서 약 6만 평 규모에 보리를 심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쪽에는 배추까지 경작하고 있다. 하천변 농업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 하천에 비닐을 깔고 억새를 심어 놓았다. ⓒ 김종술
이에 대해 공주시 담당자는 이번 사업에 대해 "농경지 방치 시, 인근 주민들의 무단경작 우려, 축산농가의 조사료 단지화 요구 민원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해 억새단지를 조성한다, 또 수상무대·공주보·오토캠핑장(추진 중)·억새단지를 연계해 관광벨트화하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불법 경작에 대해서는 "공사를 맡은 사업자가 인근에 보리를 심어 놓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계약사항을 위반한 불법행위로 농민들의 오해를 막기 위해 업체에 원상복구명령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해당 업체 대표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풀이 너무 많아서 풀씨를 잡는 방법을 놓고 기술자들끼리 협의하다가 농민들에게 자문을 받았다. 내년까지 방치하면 풀이 더 많이 나 제초작업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어 보리를 파종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표는 "우리는 풀을 잡기 위한 목적으로 보리를 심었을 뿐 수확을 목적에 두지 않았다"며 "오해의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전부 다 갈아 버릴 것"이라고 답변했다.
"갈대밭 훼손하고 억새 조성? 코미디 같은 짓"
▲ 하천 변에 농작물 경작은 엄연한 불법임을 알리는 경고판 ⓒ 김종술
정민걸 공주대환경교육과 교수는 "국민으로부터 농토를 빼앗아 개발 구실을 내세워 농사를 짓다가 들통 나니까 갈아 얻겠다는 것은 4대강 사업 같이 쓸모없는 일을 하면서 국민 혈세만 낭비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억새밭을 만든다고 39억을 퍼붓지 말고 그 돈을 시민을 위해 써야 한다. 억새밭을 조성하면 가을에 억새가 죽으면서 수질오염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사업 자체에 대해 비판했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도 "백사장과 갈대밭은 금강의 상징적인 모습이었다. 그런데 4대강사업 준설 과정에 갈대밭을 다 훼손하고 억새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완전 코미디 같은 짓"이라고 주장했다. 양 사무처장은 "4대강 사업이 '사기'로 드러난 마당에 불법으로 농작물을 심는 것은 농민들을 두 번 기만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된 공간을 기준도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추가적인 예산낭비나 환경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4대강 현장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나 검증이 하루 빨리 되어야 대책과 대안이 나올 것"이라며 "이런 것이 없다 보니 자치단체가 예산만 낭비하는 사업들만 추가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인근의 한 농민은 "농지가 없어서 하천변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에게 돈 몇 푼 집어주고 다 내쫓더니 지금은 대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다"며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가 아니고 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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