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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여직원과 카풀, 아내한테 말하지 않은 건...

[직장인 일기②] 남녀가 카풀하면 생기는 오해, 사서 하지는 말자

등록|2013.11.07 10:40 수정|2013.11.07 21:30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KBS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편하게 있어'에 직장인들이 '폭풍 공감'하고 있다. 회식을 마치고 상사의 집에 간 부하직원은 빨리 귀가하고 싶지만 상사는 "편하게 있어"를 연발하며 더욱 힘들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직장을 구했지만, 상사에게 치이고 후배에게 쫓기며 늘 동분서주한다. 카드 값과 보험료, 대출금 이자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통장 잔액. 가족 앞에서도 어깨를 펴지 못하고 갈수록 왜소해진다. 이렇듯 누구나 공감할 만한 직장인이 겪는 애환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기자주

출근 시간은 오래 걸리지, 버스는 세 번이나 갈아타야 하지, 택시는 승차를 거부하고 지하철은 계단에 또 계단이다. 매일 같은 출근 길이지만 아침마다 '지옥철'에서 시달릴 것을 생각하니 회사 한 번 갔다 오려면 큰 맘 먹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한 대의 승용차로 함께 출근하는 '카풀'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초고유가시대에 접어들면서 기름 값 절약은 물론 지루한 출근길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직장인들 사이에선 동료들과 함께 차량을 이용하는 카풀이 일반화됐다. 그런데, 문제는 남여 2명일 때다. 특히 기혼 상사와 부하 여직원과의 카풀이다.

아내 입장에선 젊은 여직원이 아침저녁 회사에서 계속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다니는 일은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이밭에서 신발끈을 다시 매지 말라'는 속담도 있듯, 카풀로 인해 이유 없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아내에게 오해받을 행동은 애초부터 하지 말아야 하지만, 그게 또 말처럼 쉽지가 않다. 남자 입장에서 동료 여직원이 태워달라는데 그걸 또 딱 잘라 거절하기는 더욱 어렵다. 몇 년 전이었다. 어느 날 아침 출근 준비로 바쁜 나에게 휴대전화벨이 울린다.

일반화된 '카풀'... 문제는 남여 2명일 때

▲ 남자 입장에서 동료 여직원이 태워달라는데 그걸 또 딱 잘라 거절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때 아내의 허락은 필수다. ⓒ SXC


"왜 안 오세요? 벌써 8신데…."
"응…. 조금만 기다려요. 바로 갈게요~"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회사로 다니느라 고속도로를 경유, 30여분을 달려야만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2주 전 새로 들어온 여직원은 시골 외곽으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대중교통으로는 벅찰 때가 많았다. 버스도 두 번을 갈아타야 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방향이 같아 자연스럽게 카풀을 하게 된 것이다. 대화를 듣고 있던 아내가 한 마디 한다.

"누구야? 여자 목소리 같은데?"
"어…. 회사 여직원인데, 갈 때 태우고 가라는 전화야."
"뭐? 여직원? 누군데…. 언제부터 태우고 다녔는데?"
"한 보름쯤 되었나?"
"그래? 근데 왜 말 안 했어?"


정말이지 속이려고 한 건 결코 아니었다. 특별히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아내들의 특성상 별것도 아닌 것을 놓고 짜증내고 화내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게 뭐가 대수라고 일일이 이야기를 하냐? 나 이럴 줄 알았다니까. 당신이 괜히 이렇게 불필요하게 피곤하게 굴까봐 그랬다, 왜?"
"아니, 태우고 다니는 자체가 싫단 건 아니고…. 그걸 왜 나한테 말도 안 했냐는 거지?"
"아니 들어온 지 이제 2주정도 밖에 안 됐는데, 버스 편도 없다는데 어떻게 거절해? 같은 방향이라 한두 번 태웠는데 뭐가 문제야?"


"아무리 직장동료라도 다른 여자 태우는 거 불쾌하거든? 오늘부터 당장 태우지 마! 그 여직원도 여직원이지만 당신도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다른 사람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어. 며칠전에 시내 좀 내려다 주라고 했더니, 돌아가는 길이라 안 된다고 하더니…. 다른 여자들 챙기지 말고 당신 아내나 좀 챙기시지?"

여직원과의 카풀이 부부 관계의 걸림돌이라는 말을 무수히 들어보긴 했지만, 20대의 멀쩡한 신입 여직원을 이상한 여자로 몰아가는 건 한 순간이었다. 아내 역시 나와 같은 회사 동료로 만나다 연애를 시작한 케이스였기 때문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당장 내일부터 약속이 있다고 하던지 둘러대서 충분히 빠져나가라고 경고한다.

"왜 거절을 못해? '오늘은 들를 데가 있다', '애들 학교 태워주기로 했다'….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할 핑계가 수십 가지도 넘겠구만…. 그럼, 내가 전화할까?"

그게 뭐가 어렵냐고 쉽게 말하는 아내. 그럼 여직원에게 내 입으로 '그냥 아내가 태워주지 말래요'라고 말해야 하는가. 동료 여직원이 태워 달라는데 안 태워주기가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인지 아내는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유를 불문하고 아내가 싫다고 하니 안 태우는 게 백번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내가 싫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태우고 다닌다면 그건 더욱 큰 문제를 유발할 것 같았다. 이후 그 여직원과의 카풀은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동료 여직원과의 카풀, 아내와 상의부터...

실은 나도 2주간의 카풀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쩌다 조금 늦게 출발하거나 길이 막히는 날이면 기다리는 그 여직원에게 미안해 '좌불안석'이 따로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차라도 없는 날이면 식전부터 젊은 여성의 핸드폰에 전화해야 하고…. 아침에 다른 곳에 들렀다가 태우러 가려면 밤잠까지 설쳐야 했다.

단언컨대, 카풀은 아내가 상상한 것처럼 그리 즐거운 일만은 아니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밀폐된 공간의 어색함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타는 사람이야 처음엔 태워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맙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느새 주객이 바뀌며 '타는 권리'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직원이 집 방향이 같으니 카풀을 하자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꼭 카풀을 해야만 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라면, 미혼이 아닌 이상 반드시 아내와 상의 후 결정해야 한다. 이후 카풀로 출퇴근을 하기로 했더라도, 반드시 처음부터 뒷좌석에 타라고 해야 한다. 오히려 그게 동료에 대한 배려가 될 수 있다. 밖에서나 집에서나 오해 받을 일도 줄어든다.

감정보다는 가정의 평화를 먼저 고려하여 자기최면을 걸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별 다른 생각 없이 타고 태워주는 거라 할지라도 미리 문제가 생기기 전에 싹을 잘라내야 한다. 이성적인 감정 개입이 되지 않더라도 동료 여직원과의 카풀 하는 자체만으로도 가정의 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혹시라도 아내가 몰래 계속 카풀을 하는 일을 알게 된다면, 이미 무너진 신뢰를 수습하기는 너무 어렵다. 또, 둘 중에 한 사람이라도 직장 내 동료가 아닌 이성으로서 보이는 순간, 사내 소문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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