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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일방 교체 논란 탓에, 갈 길 잃은 KBS <진품명품>

사쪽, 제작진 반대에도 새 진행자 투입... KBS "공식 절차 따른 결정"

등록|2013.10.31 20:58 수정|2013.10.31 20:58

▲ KBS <TV쇼 진품명품> 홈페이지 화면 ⓒ <진품명품> 홈페이지 캡처


올해로 방송 18년째를 맞는 KBS 1TV 장수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 녹화가 회사의 일방적인 진행자 교체로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KBS는 31일 오후 12시 30분께 본관 제1스튜디오에서 가을개편 이후 프로그램 첫 녹화를 진행하려 했지만, 제작진과 사내 PD들이 회사의 일방적인 진행자 교체에 반발하면서 녹화를 진행하지 못했다.

가을 개편을 앞둔 KBS는 지난 16일 <TV쇼 진품명품>의 진행자를 윤인구 아나운서에서 김동우 아나운서로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제작진에게 일방 통보했다. 제작진과 사내 PD들은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개편 전후로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바뀌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제작진에게 진행자 교체 사실을 일방 통보하는 일은 드물다는 것이다.

PD로 근무하는 언론노조 KBS본부 관계자는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방송법에서 보장하는 프로그램 제작 자율성을 무시하고 일부 간부들이 공식 절차 없이 논의를 해 진행자를 교체키로 결정한 것"이라면서 "명백한 제작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PD 반발·감정위원 촬영 거부 등으로 녹화 중단"

▲ KBS 교양문화·기획제작국 PD들은 31일 오전 <TV쇼 진품명품> 진행자 교체 문제를 규탄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회사는 현장에 청원경찰을 투입했다. ⓒ 언론노조 KBS본부 제공


▲ KBS 교양문화·기획제작국 PD들은 31일 오전 <TV쇼 진품명품> 진행자 교체 문제를 규탄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 언론노조 KBS본부 제공


교양문화·기획제작국 PD들은 이날 오전 <TV쇼 진품명품> 진행자 교체 문제를 규탄하는 총회를 연 뒤 해당 프로그램 녹화 스튜디오로 가서 손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회사는 청원경찰을 동원해 접근을 통제했다고 참가자들은 전했다.

또한 스튜디오 안에서는 진행자를 누구로 정해 녹화할지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져 감정위원들이 녹화를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침묵시위에 참여했던 한 PD는 "기존 진행자인 윤 아나운서와 회사가 정한 김 아나운서 모두 녹화를 위해 대기 중인 상태였고, (담당 제작자인) 박상조 PD는 진행자 일방 교체를 거부하며 윤 아나운서로 녹화를 하자고 간부들을 설득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아나운서실장 부장이 스튜디오로 들어와 윤 아나운서를 밖으로 데려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PD는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감정위원들이 '녹화를 못 하겠다'며 출연을 거부했고, 담당 간부가 오늘 녹화를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당장 이번 주에 나갈 방송 분량을 촬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기존에 나온 방송을 재편집하는 형식의 '<TV쇼 진품명품> 스페셜 판'을 오는 3일 내보낼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회사 쪽은 해당 프로그램의 진행자 교체가 공식 절차를 거쳐 결정된 일이라는 입장이다. KBS 홍보팀은 "<TV쇼 진품명품> 진행자 교체는 공식적인 내부 절차와 결재 라인을 통해 가동되는 'MC 조정 회의'를 거쳐 결정된 일"이라며 "특정 인력에게만 일이 편중되는 경향을 막고, 아나운서 인력의 효율성 차원에서도 이 회의체는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녹화 중단과 관련해서는 "방송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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