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애 낳은 청소년은 학교 그만둬라?

[현장] 여가부 주최 '청소년 한부모 권리보호 개선방향 대책 토론회' 열려

등록|2013.11.01 15:27 수정|2013.11.01 16:02

▲ 지난달 31일 한국관광공사 회의실에서 여성가족부 주최로 '청소년 한부모 권리보호 개선방향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소득 하위계층, 사회적 차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 한부모를 위해 실질적으로 펼쳐야 할 정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 김고은


현재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24세 이하 청소년 한부모 가구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의 0.07%에 해당하는 1만 2848가구(통계청, 2010)로 집계된다. 24세 이하 청소년 분만 건수는 매년 2만 건(CYS-Net)을 상회하고 있는 실정. 그러나 이들을 위한 경제적, 사회적 지원과 이들의 권리보호에 대한 부분은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다동 한국관광공사 대강당에서 여성가족부 주최로 '청소년 한부모 권리보호 개선방향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청소년이 한 명의 국민으로서, 한 아이의 부모로서 사회에서 자립하고 본인의 주권을 주장할 수 있게 하는 정책적 대안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조아미 명지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아 토론을 이끌고 김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 발제자로, 이준일 고려대학교 교수, 전연진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팀장, 최형숙 입양인원가족모임민들레회 사무국장, 양진솔 홍천고등학교 학생, 한정민 한양공업고등학교 학생이 토론자로 나서 여러 의견을 제시했다.

"출산, 양육 의지 생기게 돕고 사회적 차별 방지 장치 마련해야"

먼저 김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청소년 한부모라고 규정할 수 있는 유형이 다양해 정책 대상의 범주가 넓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 위원은 "한가족지원법에는 현재 청소년 한부모를 18세 미만 아동을 양육하는 24세 이하 청소년 모, 부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19세 미만 미성년자, 19세 이상 성인, 18세 미만의 아동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 대상을 한 번에 아우를 수 없어 다부처가 긴밀하고 섬세한 연구와 정책 실현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청소년 한부모에게 필요한 지원 방안에 대해 제시했다. 김 위원은 "저출산 극복이 국가적 어젠다인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국내·외로 입양 나가는 영아 수만 해도 연간 2000명이 넘는데, 10명 중 9명은 미혼모가 낳은 아이다, 그 미혼모의 63%는 24세 미만의 청소년이다"라며 "이들에게 양육할 의지가 생기게 도와주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 주장, 청소년 한부모가 직접 양육을 결정하면 우리나라의 출산율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청소년 한부모의 기본적 권리에 관해서 강조했다. 김 위원은 "무엇보다도 임신과 출산의 여부, 임신의 지속이나 포기를 결정하는 권리는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여성에게 보장되는 권리여야 한다. 양육, 입양도 마찬가지다. 개인이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해 권리를 주장하면 인정해줘야 한다. 청소년이라서 임신과 출산을 차별받지 않을 권리,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로서 사회복지서비스 등을 제공받을 수 있는 기본 권리도 그들이 주장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사회가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 대부분이 임신, 출산으로 인한 사회적 차별, 학업에서의 불리한 조치를 경험한다. 이로 인해 낮은 자아존중감, 우울을 경험하고 이것은 다시 영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들이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게 하려면 임신 출산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아직 학칙개정 없이 학교장 재량으로 임신 청소년에 대한 휴학을 허가하는 학교가 많은데, 직장 여성에게 주어지는 출산 휴가, 육아 휴직처럼 이들에게 질병 등을 사유로 한 휴학쯤은 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0년부터 여가부가 진행 중인 청소년 한부모 자립지원사업에 대해서는 "지원대상 수가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청소년 한부모 가정 중 대부분이 월평균 소득 70만 원을 밑도는 소득 하위계층으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난, 저학력 등의 대물림은 다시 또 청소년 한부모를 만들어내는 양상을 빚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사회적 인프라를 보강하면 이들이 자립해 아이를 키우며 살 수 있게 할 수 있다. 청소년 한부모 가정은 그저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며 사회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본인의 인생 설계 본인이 할 수 있도록 도와야"

▲ 권용현 여성가족부 가족정책실장, 김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이준일 고려대학교 교수. ⓒ 김고은


이준일 고려대학교 교수는 청소년 한부모를 위한 법적 개정이 필요함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청소년 임신 출산을 도덕적,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냐는 잣대를 들이미는데, 일단 법적으로는 이들을 비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중요한 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결정할 권리를 정해진 연령에 따라서가 아닌 스스로 설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자보건법상 경제적 사회적 사유로 인한 낙태는 불법이지만, 사회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한 미혼모에게만큼은 예외적 허용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 베이비박스의 경우에도 버려지는 아이의 인권 얘기가 많지만, 그 부모의 인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걸 간과하면 안 된다.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죄의식을 줄이고 아이의 생명과 건강을 구할 수 있는 출구를 찾아주는 게 옳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청소년을 위한 실질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 

최형숙 입양인원가족모임민들레회 사무국장은 "아이들의 성교육 현장에 가서 보니 사회적인 권리보호를 떠나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성교육이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아이들이 성에 너무나 무지하다. 성교육에서 임신 출산에 대한 책임, 본인의 미래에 대한 부분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러고도 임신이 이뤄졌다면 출산한 청소년들이 안정적으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심리 정서적인 부분에서의 지원을 충분히 해줘야 한다. 이들 대부분이 우울감이 높고 자존감이 낮다. 이걸 케어해주지 못하면 다시 아이와 양육자 모두에게 반복되는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계속되는 걸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 대표로 참석한 양진솔양과 황정민군도 청소년 입장에서 한부모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의견을 피력했다. 이들은 "단순한 정보를 얻는 곳이 아닌 서로의 고충을 토로할 수 있는 장의 마련이 필요하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끝나는 방식의 성교육을 중단하고 실질적 내용을 더한 성교육을 도입해야 하며, 무엇보다 청소년 한부모의 생존을 위한 국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용현 여성가족부 가족정책실장은 "미진하지만 한부모 청소년에게 주거문제와 소득문제 그리고 학습문제에 대해 지원을 펼치고 있다. 청소년 역시 한 국민으로서 국민 행복 반열에 오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계속 반성해가며,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다. 무엇보다 한부모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해소하는 데 노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