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님들도 억울하시겠지만... 책임 좀 지세요
[주장] 기업의 이사는 언제까지 객노릇만 할 것인가
최근 한국 경제에서 가장 많이 회자 되는 이슈는 아마도 '동양그룹' 사태가 아닐까 싶다. 동양사태는 과거의 기업 부실화 과정과는 조금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은행 차입금이 있어 자칫 기업의 부실화가 금융권의 부실화로 연결될 수 있어 국민경제 전체에 우려를 만들어 내곤 했다.
하지만 이번 동양사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각도에서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은행에 의존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회사를 믿고 이를 매입했던 많은 투자자들이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 국정감사장에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동양그룹 사태발생에 대해 거듭 송구스럽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비단 최수현 원장뿐만 아니라 신제윤 금융위원장 역시 마찬가지로 송구스럽다는 뜻을 피력했다. 시장을 감독하는 수장들이 사과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필자는 이 짧은 지면을 통해 금융당국의 시장감시 실패라든지 그룹의 부실화 과정에 대해 세세히 곱씹어 보고 싶은 의도는 없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감사 모두 잘못했다
동양그룹이 이처럼 처절하게 찢기고 공중분해 과정을 겪고 있는데 그 많은 계열사에 몸담고 있던 이사나 감사들이 변변한 사과 한 번 했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그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한 자산을 다 날릴 위기에 놓여 있는 판에 이사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표이사만이 여기저기 불려나가 사과 조금 한 것이 전부이다. 다른 이사나 이사회는 왜 침묵하고 있는가?
동양그룹에 몸 담고 있던 모든 사내이사 사외이사 감사들은 지금쯤 "내가 뭘 잘못 했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회사는 회장이 다 알아서 결정하고 다 알아서 망해 먹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사내이사들은 그저 회사에서 주는 월급 꼬박꼬박 받고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참석해서 회사경영에 고매한 의견을 전해준 것 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감사는 열심히 장부 들여다 보고 제대로 기록되어 있는지 확인했다고 강변할 수도 있다. 만약에 그랬다면 그들은 처음부터 이사나 감사가 될 자격이 없었다.
주식회사에서 이사회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로부터 위임 받은 권한을 가진 회사내 최고의결기구로서 감독권과 업무집행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어려운 말을 쉽게 풀어 보면 "이사는 곧 회사의 주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대표이사만이 혼자 주인이고 나머지는 들러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월급 꼬박꼬박 받고 자기 일 열심히 할 거라면 굳이 이사가 될 필요가 없다. 주인이라는 의식이 조금만 있더라도 대표이사가 자기 맘대로 결정해서 회사가 망해가는 꼴을 그대로 보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앞날이 보이지 않는 계열사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대표이사가 밀어부친다면 몸을 던져서라도 말려야 하는 것이다.
회사가 망했기 때문에 그들보고 뒤늦게 책임지라는 것이 아니다.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흥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진정한 주인의식'을 갖고 눈에 뻔히 보이는 잘못된 결정에도 자리 보전에 급급해 반대하는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데 있다. 우리의 이사들은 잘못된 충성심에 사로잡혀 있다. 회장이나 지배주주에 대한 충성이 회사에 대한 충성인양 착각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이사는 일부 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고 보호하도록 그 자리에 선임이 된 것이다.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능력을 갖춘 이사를 필요로 하는 시대
하기야 누가 이들만의 잘못이라고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에서 최고라고 손꼽히는 법무법인에 근무하는 회사법 담당 변호사가 어느 토론회에 나와 "회장이 횡령을 저지르는데 왜 이사가 책임을 져야 합니까?"라는 말을 하는 마당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상법을 30년 이상 연구했다는 어느 고명하신 상법학자께서 회사의 배임과 기업의 지배구조개선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되묻는 판에 더 이상 무슨 말로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도의적인 책임까지는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다. 이사의 법적 책임마저도 사회전체에서 이렇게 잘못 이해되고 있는데 동양그룹 계열사 이사들에게만 잘못을 지적한다는 것이 어찌 생각해 보면 그들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이사회에서 혹시라도 회장님께 반대를 하는 경우엔 당장 그 다음날 사표를 써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에게만 책임을 돌린다는 것이 가혹할 수도 있다. 오랜 관직 생활을 접고 잠깐 휴식차 용돈벌이 하러 와서 사외이사 하는 분들에게 "사외이사의 본연의 임무는 경영진과 지배주주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주주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귀가 따갑게 이야기한들 뭐가 달라질 것인가?
하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하는 인식이 적용돼서는 안 되는 곳이 회사의 이사회이다. 꼼꼼히 따져보고 미심쩍은 것이 있으면 추가적인 자료를 갖고 오도록 해야 할 의무가 그들에게는 주어진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회사를 제대로 감시하기 위해서는 보고된 내용만을 기초로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필요에 따라 더 많은 자료를 요구하고 더 깊게 들여다 볼 능력을 갖춘 이사를 필요로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사 한 번 잘못해서 패가망신한 미국의 사례
1985년 미국의 델라웨어주 최고법원은 오늘날까지도 회사법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판례인 Smith v. Van Gorkom 판결문을 내놓는다. 미국 회사법에 조금이라도 익숙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판결이다. 지면 관계상 사건의 자세한 내용까지는 소개하지 못하지만 대강을 요약하면 트랜스유니온(Trans Union사)의 CEO인 반고컴(Van Gorkom)이 자신의 회사와 다른 회사와의 합병건을 논의하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하고 이를 의결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중요 의제를 논의하는 이사회는 2시간 만에 졸속으로 끝났고 이를 의결하는 이사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전달이 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델라웨어 법원은 이사들에게 이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는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이러한 판결에 접한 소송 당사자는 부랴부랴 주주 원고들과 합의하기에 이른다. 합의금이 2300만 달러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당시 트랜스유니온사가 이사들의 책임과 관련해 보험으로 보상해줄 수 있는 한도가 1천만 달러였다. 두말 할 것 없이 나머지 1300만 달러는 책임 있는 이사들이 연대하여 보상을 해야 했다. 판례를 자세히 읽어보면 우리나라 기준으로 봤을 때 이사들이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다고 여길 만한 것이 발견되지 않는다. 합병건과 관련해서 이미 CEO인 반고컴 대강의 가격에 합의했고 이를 무려 2시간이나 논의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사회에서 2시간 이상 논의한 이사회가 일년에 몇 번이나 열리는지 알 길이 없지만 한 개의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별로 짧은 시간은 아닌 것 같다.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지 못했다는 판결문의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기준을 적용해 보면 그것 또한 별로 문제가 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에게는 참담한 결과로 돌아왔다.
이사의 책임, 더 엄격하게 따져야
우리나라에서도 미국과 같은 정도의 이사의 책임을 묻자고 한다면 아마 세상이 난리가 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사내이사든지 사외이사는 그들이 왜 무엇을 하기 위해 그 자리에 주주로부터 선임이 되었는지를 곱씹어 봐야 한다. 또한 어떻게 하면 이사로서 책임을 다할 것인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그저 은퇴한 후 소일거리로 맡을 만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잘못된 의결을 설렁설렁했다가는 미국과 같이 패가망신은 아니더라도 평생 씻을 수 없는 금전적 부담과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는 막중한 자리라는 것이다. 회장에게 잘 보여 자리를 연명하기 보다는 이사로 선임한 전체 주주를 위해 "의장님 저는 반대합니다!"라고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이 선임이 될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동양사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각도에서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은행에 의존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회사를 믿고 이를 매입했던 많은 투자자들이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 지난 달 17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나와 "국민 앞에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이희훈
얼마 전 국정감사장에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동양그룹 사태발생에 대해 거듭 송구스럽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비단 최수현 원장뿐만 아니라 신제윤 금융위원장 역시 마찬가지로 송구스럽다는 뜻을 피력했다. 시장을 감독하는 수장들이 사과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필자는 이 짧은 지면을 통해 금융당국의 시장감시 실패라든지 그룹의 부실화 과정에 대해 세세히 곱씹어 보고 싶은 의도는 없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감사 모두 잘못했다
동양그룹이 이처럼 처절하게 찢기고 공중분해 과정을 겪고 있는데 그 많은 계열사에 몸담고 있던 이사나 감사들이 변변한 사과 한 번 했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그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한 자산을 다 날릴 위기에 놓여 있는 판에 이사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표이사만이 여기저기 불려나가 사과 조금 한 것이 전부이다. 다른 이사나 이사회는 왜 침묵하고 있는가?
동양그룹에 몸 담고 있던 모든 사내이사 사외이사 감사들은 지금쯤 "내가 뭘 잘못 했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회사는 회장이 다 알아서 결정하고 다 알아서 망해 먹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사내이사들은 그저 회사에서 주는 월급 꼬박꼬박 받고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참석해서 회사경영에 고매한 의견을 전해준 것 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감사는 열심히 장부 들여다 보고 제대로 기록되어 있는지 확인했다고 강변할 수도 있다. 만약에 그랬다면 그들은 처음부터 이사나 감사가 될 자격이 없었다.
주식회사에서 이사회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로부터 위임 받은 권한을 가진 회사내 최고의결기구로서 감독권과 업무집행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어려운 말을 쉽게 풀어 보면 "이사는 곧 회사의 주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대표이사만이 혼자 주인이고 나머지는 들러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월급 꼬박꼬박 받고 자기 일 열심히 할 거라면 굳이 이사가 될 필요가 없다. 주인이라는 의식이 조금만 있더라도 대표이사가 자기 맘대로 결정해서 회사가 망해가는 꼴을 그대로 보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앞날이 보이지 않는 계열사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대표이사가 밀어부친다면 몸을 던져서라도 말려야 하는 것이다.
회사가 망했기 때문에 그들보고 뒤늦게 책임지라는 것이 아니다.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흥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진정한 주인의식'을 갖고 눈에 뻔히 보이는 잘못된 결정에도 자리 보전에 급급해 반대하는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데 있다. 우리의 이사들은 잘못된 충성심에 사로잡혀 있다. 회장이나 지배주주에 대한 충성이 회사에 대한 충성인양 착각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이사는 일부 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고 보호하도록 그 자리에 선임이 된 것이다.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능력을 갖춘 이사를 필요로 하는 시대
▲ "동양그룹 대국민 금융사기극 엄벌하라"9일 오후 여의도 금융감독원앞에서 동양그룹 금융상품 피해자들이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하기야 누가 이들만의 잘못이라고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에서 최고라고 손꼽히는 법무법인에 근무하는 회사법 담당 변호사가 어느 토론회에 나와 "회장이 횡령을 저지르는데 왜 이사가 책임을 져야 합니까?"라는 말을 하는 마당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상법을 30년 이상 연구했다는 어느 고명하신 상법학자께서 회사의 배임과 기업의 지배구조개선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되묻는 판에 더 이상 무슨 말로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도의적인 책임까지는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다. 이사의 법적 책임마저도 사회전체에서 이렇게 잘못 이해되고 있는데 동양그룹 계열사 이사들에게만 잘못을 지적한다는 것이 어찌 생각해 보면 그들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이사회에서 혹시라도 회장님께 반대를 하는 경우엔 당장 그 다음날 사표를 써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에게만 책임을 돌린다는 것이 가혹할 수도 있다. 오랜 관직 생활을 접고 잠깐 휴식차 용돈벌이 하러 와서 사외이사 하는 분들에게 "사외이사의 본연의 임무는 경영진과 지배주주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주주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귀가 따갑게 이야기한들 뭐가 달라질 것인가?
하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하는 인식이 적용돼서는 안 되는 곳이 회사의 이사회이다. 꼼꼼히 따져보고 미심쩍은 것이 있으면 추가적인 자료를 갖고 오도록 해야 할 의무가 그들에게는 주어진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회사를 제대로 감시하기 위해서는 보고된 내용만을 기초로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필요에 따라 더 많은 자료를 요구하고 더 깊게 들여다 볼 능력을 갖춘 이사를 필요로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사 한 번 잘못해서 패가망신한 미국의 사례
1985년 미국의 델라웨어주 최고법원은 오늘날까지도 회사법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판례인 Smith v. Van Gorkom 판결문을 내놓는다. 미국 회사법에 조금이라도 익숙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판결이다. 지면 관계상 사건의 자세한 내용까지는 소개하지 못하지만 대강을 요약하면 트랜스유니온(Trans Union사)의 CEO인 반고컴(Van Gorkom)이 자신의 회사와 다른 회사와의 합병건을 논의하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하고 이를 의결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중요 의제를 논의하는 이사회는 2시간 만에 졸속으로 끝났고 이를 의결하는 이사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전달이 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델라웨어 법원은 이사들에게 이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는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이러한 판결에 접한 소송 당사자는 부랴부랴 주주 원고들과 합의하기에 이른다. 합의금이 2300만 달러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당시 트랜스유니온사가 이사들의 책임과 관련해 보험으로 보상해줄 수 있는 한도가 1천만 달러였다. 두말 할 것 없이 나머지 1300만 달러는 책임 있는 이사들이 연대하여 보상을 해야 했다. 판례를 자세히 읽어보면 우리나라 기준으로 봤을 때 이사들이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다고 여길 만한 것이 발견되지 않는다. 합병건과 관련해서 이미 CEO인 반고컴 대강의 가격에 합의했고 이를 무려 2시간이나 논의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사회에서 2시간 이상 논의한 이사회가 일년에 몇 번이나 열리는지 알 길이 없지만 한 개의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별로 짧은 시간은 아닌 것 같다.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지 못했다는 판결문의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기준을 적용해 보면 그것 또한 별로 문제가 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에게는 참담한 결과로 돌아왔다.
이사의 책임, 더 엄격하게 따져야
우리나라에서도 미국과 같은 정도의 이사의 책임을 묻자고 한다면 아마 세상이 난리가 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사내이사든지 사외이사는 그들이 왜 무엇을 하기 위해 그 자리에 주주로부터 선임이 되었는지를 곱씹어 봐야 한다. 또한 어떻게 하면 이사로서 책임을 다할 것인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그저 은퇴한 후 소일거리로 맡을 만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잘못된 의결을 설렁설렁했다가는 미국과 같이 패가망신은 아니더라도 평생 씻을 수 없는 금전적 부담과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는 막중한 자리라는 것이다. 회장에게 잘 보여 자리를 연명하기 보다는 이사로 선임한 전체 주주를 위해 "의장님 저는 반대합니다!"라고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이 선임이 될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지수 기자는 미국 변호사로 경제개혁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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