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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노도 문재인 지지" 새누리당 발언은 '딴죽'

등록|2013.11.01 20:57 수정|2013.11.01 20:57
"앞으로 정부는 모든 선거에서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공무원 단체나 개별 공무원이 혹시라도 정치적 중립을 위반 않도록 엄중히 지켜나갈 것이다."

지난 달 30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 말이다. 국정원과 군사이버사령부의 부정선거 개입 의혹 그리고 국가보훈처와 통일부가 DVD동영상 강의를 통해 정치중립을 위배했다는 논란이 확산되자 나온 발언이다.

그런데 국가정보기관과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공무원 단체와 개별 공무원도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국공무원노조(아래 전공노)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틀어막겠다는 발상으로 들린다. 청와대도 이를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노컷뉴스>는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치러진 선거에서 전공노나 전교조 등이 특정 후보를 지지해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 아니냐"며 "이 역시 국정원 사건과 마찬가지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1일 <노컷뉴스> 전공노·전교조 겨냥하나?…朴 "공무원단체, 개별 공무원 정치적 중립").

박 대통령 발언이 나오기 무섭게 새누리당도 전공노가 지난 대선에서 SNS를 통해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달 31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공노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투표 기호 2번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자, 이명박 집권 재앙의 5년을 또다시 되풀이할 수 없다'는 글이 올라왔다며 "댓글 선거개입은 야당이 더 많은데, 왜 그 부분은 수사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국정원이 SNS를 통해 글을 쓴 것은 부정선거라고 수사하면서 전공노가 선거에 개입한 것은 왜 수사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김태흠 원내대변인도 1일 브리핑을 통해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전국공무원노조 소속 공무원들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자신을 지지하도록 하는 불법 선거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기본 양심이 있다면 전공노와 공모하여 저지른 전대미문의 불법선거에 대해 스스로 참회와 국민들에게 속죄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을 맹비난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국정원 부정선거 개입과 군사이버사령부 부정선거 개입 물타기로 보인다. 김 원내대변인도 밝혔듯이 문재인 당시 후보 측과 전공노는 지난해 12월 7일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전공노는 이를 누리집에 공개했다. 그리고 전공노는 SNS를 통해 문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썼다.

하지만 국정원과 군사이사령부는 국가기관이 직접 개입했다. 국정원은 국내정치에 개입할 수 없고, 사이버사령부는 북한 심리전이 주 임무다. 그런데 야당 후보는 비방하고, 박근혜 후보는 지지하는 댓글을 달았고, 트위터를 했다. 보훈처와 통일부는 DVD 동영상을 통해 정치중립을 어겼다. 용납할 수 없는 국가기관 부정선거 개입이 '별 것' 아닌 것으로 몰아가면서 전공노도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는 새누리당 주장은 국정원 부정선거 물타기하고, 딴죽걸기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직선거법 60조는 공무원 선거 개입을 막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여당 후보 당선을 위해 공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한다. 공무원과 공무원 노조가 자신들 정치 이익을 위해 특정 세력을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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