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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부르는 색다른 인사, 감성캠핑

국민 캠핑 용품은 가라, 나만의 '감성캠핑'이 뜨고 있다

등록|2013.11.01 20:09 수정|2013.11.01 20:09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캠핑은 오지로 떠나는 유목민이나 카우보이의 험난한 여정과는 거리가 멀다. 땅값 비싼 대한민국의 특성상 오토캠핑의 오토가 정확하게 구현되지는 못하지만 문명의 이기들을 한 차 가득 실어 나르는 편한 캠핑이다.

모닥불을 일찌감치 밀어내고 그 자리에 화로대가 한자리를 꿰찼고 껄끄러운 담요 대신 감촉이 보드라운 면침낭이 말았던 몸을 도르르 푼다. 최근에는 전자제품 바람이 불어 여름에는 제빙기, 가을에는 프로젝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 일렁이는 불꽃만큼 감성을 자극하는 게 또 있을까? ⓒ 강현호


미국식으로 말해보자면 우리의 오토캠핑은 카우보이 캠핑과 캠핑카의 중간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경향에 변화의 바람이 솔솔 불었는데 바로 '감성캠핑'이다. 난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확실하게 의미가 손에 잡히지는 않았다. 감성과 캠핑이라. 오지를 찾아다니는 캠핑 경향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감성캠핑이라는 카테고리에 많이 따라붙는 아이템들이 있다. 인디언 패턴이 연상되는 알록달록 패턴의 매트와 블랭킷, 목재 체어와 테이블, 화려한 색조합이 돋보이는 가렌드, 일렁이는 불꽃이다. 화려한 실내용품과 분위기 잡기용 아이템이 한데 섞여 있다.

▲ 요즘 이런 색색깔의 천 제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 강현호


그러고보면 우리의 오토캠핑은 너무나 단조로웠던 게 사실이다. 텐트 색깔은 맞춘 듯이 골드 일색이고 국민 여배우, 국민 여동생, 국민 장난감 하듯이 화로대는 **사의 **화로대, 타프는 **사의 ****타프를 제일로 쳐 주고 그걸 가져야 캠핑장에서 어깨 좀 펴고 다닐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게 캠핑장에 하얀 면텐트가 보이고 수입업체 대신 국내 기업, 국내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 혹은 개인 자체 제작의 캠핑 용품들이 늘어나면서 캠핑, 정확히 말하자면 캠핑용품은 다양화의 길을 걷게 된다. 누구나 탐내는 아이템은 여전히 있지만 대부분의 캠퍼들은 꼭 그게 아니라고 해서 주눅이 들거나 하지 않는다. 대신 나만의 캠핑용품에 선호가 커졌다. 브랜드보다는 개성을 좇아가는 거다.

감성캠핑도 그 한 축으로 보인다. 문패를 달고 그릇에 이름을 박는 것보다야 유니크함에서는 떨어지겠지만 단색 대신 화려한 패턴으로 모양을 내고 용품재질을 스테인리스와 플라스틱 위주에서 목재로 바꿔가다 보면 특색이라는 게 여러 조합을 통해 생겨난다. 초창기에 알록달록 매트를 면테트 안에 깔고 사람들을 초청한 캠퍼라면 사람들의 놀란 눈과 마주하는 과정이 꽤 길었으리라. 그 놀란 눈을 보며 캠퍼는 남들과 다른 집을 지었노라 만족해하지 않았을까?

그럼 그 감성캠핑의 실체는 뭘까?

▲ 면텐트의 형태도 다앵해지고 있다. ⓒ 강현호


분명치는 않다. 이것이 어느 한 브랜드의 캠페인이 아니라 다수 캠퍼들의 의지이고 진행형이며 개별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라 명확한 분류는 불가능하다. 대신 이렇게 생각해볼 수는 있다. 감성 캠핑이라는 말 뒤에 자주 보이는 아이템들이 감성캠핑의 공통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감성캠핑은 새로움이다. 희거나 골드인 것보다는 색색깔 패턴이, 파랗게 직진하는 불꽃보다는 일렁이는 불꽃이, 차가운 스틸보다는 따뜻한 나무는 분명 새로운 것이다.

그 새로움이 감성과 맞닿아 있다면 감성캠핑의 분류로 들어온다. 감성은 어떤 상황에서 더 쉽게 움직일까? 단순한 직진보다는 곡선에, 단색보다는 형형색색에, 정지보다는 움직임에, 차가움보다는 따뜻함에 더 마음을 주지 않을까? 인간 감성의 시작을 담고 있는 아이들이 더 쉽게 반응을 보이는 것들이기도 하다.

캠핑장에서 새로움과 감성이 만나서 감성캠핑이 발생했다. 그리고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다. 그럼 감성캠핑은 지금 어느 정도 위치일까? 한때의 유행일까? 캠핑 문화의 한축이 될 대세일까?

그건 순전히 캠퍼들의 호응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많은 캠퍼들이 감성캠핑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현상으로 저변이 확대될지는 의문이다. 특이함이 걷힌 일반적인 현상으로 넘어가기 위한 대중의 환영을 받았다면 텐트의 색이 감성 패턴으로 바뀌고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는 릴렉스체어의 프레임이 목재로 바뀌었을 것이다. 아직은 그렇지 못하니 대세로 나아갈 추진력은 얻지 못한 셈이다. 어쩌면 이 정도의 인기 때문에 캠퍼들은 감성캠핑을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는지도 모른다.

감성캠핑이라는 새로움을 경험해 보려는 사람들은 거기에서 무엇을 찾고 있을까? 대부분의 캠퍼들에게는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잡는 데 큰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작게는 남보다 화려한 패턴 매트를 깔고 남의 시선 받음을 즐기는 일일 테고 값비싼 목재 테이블과 의자가 사용성과 보관성이 떨어지더라도 캠핑 가구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깔맞춤'을 한다면 그건 부를 자랑하기 위함일 것이다. 실제로 그 마음을 길어 올리는 업체들도 많다.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든 남들과 달라지려고 캠핑용품을 바꾸었지만 아무도 몰라주면 곤란하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를 따라해버리면 곤란하지만 눈 밝은 사람이 내 변화의 가치를 알아봐주고 말을 걸어주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고서야 유행에 동참할 이유가 없다. 내가 가서 말을 걸지 않아도 남이 나와 나의 유니크함을 알아봐주고 말을 걸어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하긴 그게 애초에 우리가 도시의 일상을 박차고 번거롭고 불편한 캠핑을 떠난 이유이기도 하지 않던가. 가족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잃어버린 우리의 아버지, 살과 뼈를 내주고도 외면받는 어머니의 늙음, 부모의 사랑보다는 돈과 교육열에 쫓겨 살던 아이들이 도망한 곳이 캠핑장 아니었던가.

결국 감성캠핑도 이웃에게 말을 거는 거다. 옆자리를 내어 주겠다는 손짓이다. 돋보이겠다는 건 결국 나를 남들에게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 아닌가. 다른 데서라면 잘난 체가 되겠지만 캠핑장이니까 새로운 방식의 인사가 된다. 남과 섞여 튀지 않으려고 애쓰며 숨죽여 사는 도시의 일상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달려가 안아줘도 좋고 빙그레 웃고 지나가도 그들은 마음 나눈 이웃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http://cafe.naver.com/analoguecamping
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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