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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을 둘러싼 '사기극'... 내용은 이렇습니다

신고리원전 3호기 제어케이블 교체에 많은 시간 걸릴 듯... "사회 합의 거쳐야"

등록|2013.11.03 15:33 수정|2013.11.03 16:39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호기를 둘러싼 대국민 사기극, 즉각 중단하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공동대표 김준한 신부)가 3일 논평을 통해 이렇게 지적했다. 신고리원전 3호기 제어케이블이 부품 성능시험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1년 안에 재설치를 완료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발이다.

▲ 한국전력공사는 밀양 구간의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송전철탑 공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89번 철탑 현장에서 야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한국전력공사


신고리원전 3호기 부품 성능 시험에서 '하자'가 발생하자 10월 18일 정부와 한수원은 "문제가 되는 신고리 3호기 제어케이블에 대해 1년 이내에 교체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말 제품에 대한 미국 업체의 시험(EQ테스트)이 끝나면 12월부터 케이블 생산에 들어가고, 설치까지 포함해 1년 내 재설치 공사를 완료하겠다는 것이다.

조경태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케이블 구매 소요 예상 기간은 64개월이고, 지금껏 소요된 일정을 제외하고도 54개월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한수원은 19개월 안에 이를 해치우겠다고 한 것이다. 2014년 10월까지 제어케이블을 뜯어내고 새롭게 제작한 케이블을 설치하는 작업을 완료해 2015년 5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밀양 송전탑은 신고리원전 3·4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경남 창녕에 있는 '북경남 변전소'까지 옮기는 송전선로다. 한전은 지난 10월 2일부터 공사를 재개하면서 내년 여름철 전력 수요에 대비해 송전선로 공사를 그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에 가까운 정황 드러나"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신고리 3호기 제어케이블 부품성능시험 불합격으로 신고리원전 3호기의 가동이 2015년 이후로 연기된 가운데, 정부와 한수원이 1년 이내에 재설치를 완료하겠다고 밝힌 일정은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밝혔다.

▲ 밀양 송전탑 공사와 관련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속에, 주민들은 공사차량으리 출입을 막기 위해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입구 옆에 있는 대추밭에서 비닐을 설치해 놓고 농성하고 있다. ⓒ 윤성효


대책위는 "신고리원전 3호기는 세계 최초의 고유 독자모델이자, 고리원전 1호기의 3배에 해당하는 초고용량 원전으로 실로 정밀하고도 엄격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고리 3호기의 첫 가동을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추진하는 건 엄청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제어케이블 공급자 도면 검토와 승인, 제작기간은 통상적으로는 30개월~32개월이지만, 한수원은 이를 6~7개월 만에 해치우겠다는 계획이고, 케이블 교체와 설치 또한 초스피드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책위는 "신고리 3호기에 새로 설치해야 하는 케이블은 제어케이블 외에도 전력 케이블, 계장 케이블 등 총연장 900km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책위는 "이 케이블들은 원자로 안팎, 그리고 기기 설비 안팎 거의 모두에 걸쳐 있어서 사실상 원전 전체 설비에 연관된다"며 "이들을 다 뜯어내고 교체해서 재설치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하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러한 교체 설치에 관한 국제적 검증기준도 전무한데, 정교함과 엄밀함이 요구되는 이 작업을 초스피드로 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부품 손상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이는 원전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대책위는 "산업부와 한수원은 신고리 3·4호기의 제어케이블만 교체하면 되는 것으로 이야기한다"며 "하지만 제어케이블 외에도 방사선 감시설비 부품이 1년 전부터 사전 평가에 들어갔지만, 수준 미달로 아직도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밀양 송전탑 공사와 관련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속에, 주민들은 공사차량으리 출입을 막기 위해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입구 옆에 있는 대추밭에서 비닐을 설치해 놓고 농성하며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UAE 원전 수출 문제도 설명했다. 대책위는 "밀양 송전탑을 이렇게 몰아치는 이유도, 2015년 9월로 명시된 UAE와의 수출계약 때문"이라며 "정부는 UAE에 수출하기로 한 원전의 참조모델인 신고리3호기를 제때 가동하지 않으면 물게 될 위약금과 해외 신인도 하락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신고리 3·4호기 제어케이블 재설치 공사는 밀양송전탑 문제뿐 아니라 원전의 안전을 위해서도 이렇게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며 "밀양 송전탑 공사는 이 신고리3호기 제어케이블 교체의 시한과 기술적 문제를 정밀하게 따지면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신고리 3호, 방사선 감시설비 승인 없이 '개문발차')

이어 대책위는 "그 시간동안 밀양 주민들과 충분한 대화와 밀양 송전선로 문제의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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