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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미래대통령 요구, 문재인에 보고했더니..."

[인터뷰] 지난 대선 비화 담은 <비망록> 펴낸 홍영표 민주당 의원

등록|2013.11.04 20:42 수정|2013.11.04 20:42

▲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등의 뒷이야기를 담은 <비망록>을 펴낸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미래 대통령' 문건과 관련해, "당시 문재인 의원도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 유성호


4일 오전 홍영표 민주당 의원과 마주 앉았다. 그가 지난 10월 31일 펴낸 <비망록>에 대한 몇 차례 질문과 답변이 오가자, 휴대전화가 몸을 떨었다. 같은 시각에 진행된 안철수 의원(무소속)의 기자회견을 취재한 후배 기자였다. "안철수 의원이 질의응답 과정에서 '<비망록>에 대해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비망록>은 주말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12월 2일 문재인·안철수 의원의 공동선거운동을 협의하기 위한 접촉 채널에서 안 의원 쪽이 안 의원을 '미래 대통령'으로 표현하고 신당의 전권을 요구하는 문건을 건넸다는 주장은 파문을 일으켰다.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자, 결국 안 의원은 나서 홍 의원의 주장을 일축하고 나선 것이다.

안 의원의 발언을 바로 홍 의원에게 전했다. 그는 몇 초의 침묵 끝에 입을 뗀 뒤 "저는 있었던 일을 있었던 대로 이야기한 것뿐이다, 사실관계를 부인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미래 대통령' 문건과 관련해, "당시 문재인 의원도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을 지냈던 그는 당시 문 의원의 반응을 우회적으로 전했다.

"유력한 경쟁 상대가 어찌됐건 결단을 내리고 사퇴를 했으니, 다른 쪽에서는 모든 것을 줘서라도 보답하고 싶지 않았겠나. 또한 단일화 이후 조그마한 갈등이나 분란이 보여주는 것을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 책이 가져온 파문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굳이 아픈 상처를 후벼 파야겠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홍 의원은 이를 '진통'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오해로 생긴 앙금을 마음속에 깊은 곳에 쌓아두고 향후 협력이나 통합을 하면 오히려 불신이 쌓일 수 있다"며 "(안철수 의원 쪽과) 같이 대선평가를 한 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대선 1년을 앞두고 그때를 성찰하고, 다음 대선 승리를 위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단일화를 불가피했다"고 강조한 그는 "단일화가 진통을 겪더라도 두세 달 전에 끝났다면 어려움을 극복했을 것"이라면서 "다음에도 후보 등록에 임박해 단일화를 하는 일이 반복되면, 우리는 결코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와 홍영표 의원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다음 대선 승리 위한 교훈을 얻기 위해 책 썼다"

▲ 홍영표 의원은 <비망록> 내용에 대해 당내 비판이 이어지자, "오해로 생긴 앙금을 마음속에 깊은 곳에 쌓아두고 향후 협력이나 통합을 하면 오히려 불신이 쌓일 수 있다"며 "(안철수 의원 쪽과) 같이 대선평가를 한 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 <비망록>을 쓴 계기가 있나?
"대선 패배 후 무력감에 빠졌고 역량의 한계를 느꼈다. 내가 출마한 선거에서 떨어져도 3일이면 일어날 수 있었지만, 지금도 지난 대선만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 대선 패배의 무조건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조용히 있었다. 하지만 한상진 서울대 교수가 이끈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가 '친노의 비선 그룹이 대선을 망쳤다'와 같은 잘못된 사실을 평가해, 이를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우리가 대선 1년을 앞두고 그때를 성찰하고, 다음 대선 승리를 위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지난 10월 31일 책이 발간된 후 논란이 거세다. 지금 이 시점에 출간한 이유가 있나?
"7월 말에 초고를 완성했다. 9월 초에 출판기념회를 하려 했다가 9월 말로 미뤘다. 그때 10·30 재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다시 미뤘다. 출판 시기를 두고 뒷말이 나오는데, 만약에 책이 지방선거 전에 나왔거나 안 의원의 신당 출범 시기와 맞물리면, 더욱 논란이 커지지 않았겠나."

- <비망록> 출간 전후로, 문재인 의원과 책을 두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나?
"문재인 의원과는 상의하지 않았다."

- 당내에서조차 책의 출판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책을 쓰기 전에 '아픈 상처 들춰내서,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한 사람들이 있다. 책이 나온 후에도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오해로 생긴 앙금을 마음 속 깊은 곳에 쌓아두고 향후 협력이나 통합을 하면 오히려 불신이 쌓일 수 있다. 실체적 진실을 두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면서 대선을 재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정권교체를 바랐던 수많은 국민들도 실체적 진실을 알아야할 당사자다."

"문재인 의원, '미래 대통령' 문건 보고받았다"

-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송호창 의원은 '미래 대통령' 문건에 대해 '사실무근이다' '민주당에서 만든 것 아니냐'라고 반박했다.
"'사실 무근이다' '조작됐다' 식의 반응은 동의하기 어렵다. 분명하게 근거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다. 또한 책의 내용은 문건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지난 3월에도 '미래 대통령'과 관련된 얘기를 했지만, (안 의원이) '그런 사실은 없다'고 해 이번에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안 의원 쪽이 건넨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 관련 문건도 두세 페이지다. 민주당이 이걸 만들었으면 소설가 수준이 되는 것이다. 송호창 의원은 좀 더 알아보는 게 좋겠다."

- 안철수 의원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 제가 (안 의원에게) 뭐라고 얘기할 수 있겠나. 저로서는 있었던 일을 있었던 대로 이야기한 것뿐이다. 사실 관계까지 완전히 부인할 줄 몰랐다. 좀 더 지켜봐야겠다."

-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문건을 건넨 사람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은 어떤가?
"그런 식의 논쟁은 원하지 않는다."

- '미래 대통령' 문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만약에 그런 것을 합의해서 공개가 되고 국민들이 알게 됐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였겠나. '너희들끼리 나눠먹기 하는 것이냐'고 하지 않았을까. 한 국가의 지도자는 한 두 사람이 합의하고 약속한다고 해서 실현되지 않는다. 과연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을까 우려스러웠다."

- 문재인 후보에게 '미래 대통령' 문건을 보고했나?
"(문 의원은) 보고받았다. 유력한 경쟁 상대가 어찌됐건 결단을 내리고 사퇴를 했으니, 다른 쪽에서는 모든 것을 줘서라도 보답하고 싶지 않았겠나. 또한 단일화 이후 조그마한 갈등이나 분란이 보여주는 것을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 지난 3월 한상진 교수가 '야권후보 단일화협상 때 안 의원이 문 의원에게 '내가 단일후보가 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했던 것으로 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문 후보는 협상할 때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지금까지 안 후보는 그런 말을 안했다. 안 의원 쪽에서 당시 제안의 하나로 가져왔는데 단독 협상에서는 꺼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 의원 쪽의 몇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당시 안 의원은 민주당을 구태정치 세력을 규정해 인기를 얻었다. 안 의원이 민주당 입장을 얘기한 것은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

- 책의 내용을 두고 '남 탓만 한다'는 비판이 있다. 
"안철수 의원을 비판하거나 책임을 묻기 위해 책을 낸 게 아니다. 민주당 경선도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고 본다. 대선 후보 확정이 늦어지니까, 정책을 준비하고 홍보하는 기회를 잃었다. 또한 작년 대선에서는 지역 구도가 살아있었다. 그런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물음을 던지고 교훈을 얻기 위해 책을 쓴 것이다."

"후보등록 임박 단일화, 선거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

▲ 홍영표 의원은 "다음에 또 다시 후보 등록에 임박해, 단일화나 야권연대를 한다면 절대로 우리가 이길 수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 단일화 협상 당시 안철수 의원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것 같다.
"당시 안 의원 쪽은 '시대정신은 새 정치다, 민주당은 안 된다, 내가 후보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만나는 것도 협상하는 것도 어려웠다."

- 안철수 의원 쪽도 '문재인 의원이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의원이 마지막 담판을 하러 갈 때, 당 원로들은 문 의원이 덜컥 양보할까봐 난리가 났다. 100만 명의 당원과 국민이 참여해서 뽑은 후보가 개인적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문 의원이 맘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최선의 방법은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방식을 통해 단일화를 하는 것이었다."

- <비망록> 발간으로 인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등에 대한 야권 공조에 균열을 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기관의 불법 선거 개입과 국기 문란 사건은 대한민국의 근간을 위협하는 문제다. 정치인 개인이든 정치세력이든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싸워야 한다. 책 내용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대선 평가 때문에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문제에 대해서 다른 판단을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 '친노 결집'이나 '안철수 흠집 내기'라는 목적을 위해 책을 낸 것이라는 일부의 비판도 있다. 
"나는 전통적인 친노와 다르다. 참여정부의 성과를 계승하면서도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다. 친노와 비노를 가르는 것은 보수 쪽의 프레임이다. 또한 안철수 의원은 국민적인 지지를 받는 분이고, 민주개혁세력이라는 큰 틀 안에서 함께 해야 하는 정치인이다. 일시적인 진통을 겪더라도 서로 오해하는 부분을 푸는 것이 필요하다. 안철수 의원 쪽과 같이 대선 평가를 했으면 좋겠다."

- 어떤 교훈을 얻었나?
"단일화는 불가피했다. 단일화를 하지 않았다면 싸움 자체가 안 됐을 것이다. 단일화가 어떤 진통을 겪더라도 두세 달 전에 끝났다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논의를 하다보면 갈등과 앙금이 남을 수밖에 없는데, 단일화가 일찍 끝났다면 수습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에 또 다시 후보 등록에 임박해, 단일화나 야권연대를 한다면 절대로 우리가 이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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