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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무궁화 위성이 폐물? 해외 매각은 '국부 유출'

[주장] 무궁화 위성 개발자가 본 2·3호 헐값 매각 논란 이면

등록|2013.11.06 15:58 수정|2013.11.06 16:31
KT 무궁화 위성 해외 매각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국정감사에서 이석채 회장이 무궁화 위성 2, 3호를 정부 허락도 없이 홍콩 회사에서 헐값 매각했다고 지적하자, KT는 4일 이미 설계 수명이 다해 제값에 팔았다며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출신으로 1990년대 무궁화 위성 1, 2호 개발에도 직접 참여했던 정선종 통신위성우주산업연구회 고문이 국부 유출 관점에서 KT 무궁화 위성 해외 매각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기사수정: 오후 4시 32분]

▲ 무궁화 위성 3호 발사 장면. KT(한국통신)는 지난 1999년 9월 남미 프랑스령 가이아나 쿠루 기지에서 무궁화 위성 3호를 발사했다. ⓒ KT


1988년부터 체신부(현 미래창조과학부)가 무궁화위성 사업에 착수하여 당시 국영회사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로 하여금 1995년 8월 첫 상용위성 무궁화 1호를 발사하게 하였다. 그전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위성통신연구단을 만들어 무궁화위성 1, 2호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성능규격을 만들어 한국통신에 제공하였다.

금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KT가 무궁화 위성 2, 3호를 정부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홍콩 ABS사에 헐값 매각하였다고 지적하자,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그런 사실을 인정하고 조사하여 책임자를 밝혀내겠다고 답변하였다.

1호 발사 6개월 후인 1996년 1월에 발사된 무궁화 2호는 1호의 백업 위성으로 모두 설계수명이 10년이다. 설계 수명이 2007년에 끝나 폐기물로 외국에 매각했기 때문에 허가가 필요 없었다는 게 KT의 주장이다.

무궁화 위성 2·3호가 폐물? 수익성과 전략적 목적 커

한국전기통신공사가 2002년 민영화된 후 영리사업하는 국민기업 KT가 되었다. 수명이 다한 2호 위성과 무궁화 6호(올레 1호) 발사로 용도가 없어진 3호 위성을 폐기한 것은 KT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나, 50억 원 이하 상거래라는 핑계로 정부 허가절차를 거치지 않고 외국에 매각한 것은 잘못이다. 아직도 2호, 3호는 ABS가 돈벌이 목적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폐물 위성이라 보기도 어렵고 허가 없이 매각해도 된다는 억지 변명도 구차하게 들리는 것은, 무궁화 위성은 수익성과 함께 전략적 목적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 적도 동경 116도와 113도를 무궁화 위성 1호, 2호의 위성 궤도로 ITU 로부터 확보하였다. 위성궤도는 마치 번화가의 상가 부지처럼 선점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주파수는 인접위성끼리 상호 간섭이 없어야 하므로 여러 개의 이웃 위성 운용자와 상호 조정 절차를 거쳐서 ITU 산하 국제무선기구(WRC)에 등록하도록 되어 있다.  

유승희 의원이 무궁화 위성을 전략 물자라 부르는 것은 한국전기통신공사가 상업적 타당성만 보고 무궁화위성을 궤도에 올린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외국에 매각할 때에는 정부의 사전 허가를 얻었어야 했다. 600Kg 중량 무궁화 1호는 1995년에 동경 116도에, 2호는 1호 백업용으로 1996년에 동경 113도에 각각 발사되었으며 설계규격과 운용 주파수대역이 동일하다.

설계수명이 2006년에 끝나는 1호는 발사사고로 연료를 조기에 소진한 탓으로 2000년 4월에 폐기되어 유로스타에 '알박이 위성'으로 매각되어 같은 해 10월까지 동경 45.5도에 옮겨져 '유로스타(EuroSta)r-B'라는 명칭으로 위치하다가 2005년 1월 궤도 밖으로 영구 방출 되었다.

설계수명이 2007년에 끝나는 2호는 1호 백업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후, 1999년에 1호가 비워준 116도에 3호가 발사되자 임무를 물려주고 대기 상태에 있다가, 2006년 5호에 113도 자리를 비워주고, 2009년 말 홍콩 ABS사에 매각되었다. 매각 후 ABS 소유 궤도인 동경 75도에 '알박이 위성'으로 들어가 ABS-1A가 되어 현재도 6도 경사위성으로 운용 중이다.  

'알박이 위성'이란 ITU 등록 후 3년 지나도록 비어있는 궤도는 회수하기 때문에 중고품 위성을 사서 자체 위성 발사 시까지 끌어다 놓고 운용하는 위성이다.  

무궁화 3호 최대 2020년까지 운용 가능... 연 300억 원대 수입도

자세제어용 액체가스가 소진되어 위성이 비틀거리면 위성의 연료수명이 끝난다. 2.8톤 중량의 무궁화위성 3호는 중계기 용량이 1, 2호의 2배다. 2호 용량 부족과 동경 116도 궤도를 3년 이상 비워둘 수 없기 때문에 서둘러 3호를 주문하여 1999년에 동경 116도 궤도에 발사하였다. 3호는 설계수명이 15년(KT는 12년이라고 주장)이므로 2015년(2012년)에 퇴역이 가능하지만 연료수명은 2018~202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0년 말에 홍콩 ABS사에 이전하여 ABS-7이 되었으니, ABS-7의 잔여 수명은 8~10년으로 추정할 수 있다.

참고로 ABS사가 홈페이지에 게시해 놓은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9년 계약 당시 2호는 잔여 연료수명을 2~5년으로 보았고, 2010년 현재 3호는 잔여 연료수명이 6~7년이며, 추가로 경사궤도 운용가능 기간을 5~6년으로 산정했으므로 총 연료 수명을 11~13년으로 산정하였다. 

3호 위성은 중계기를 33개 싣고 있는데 중계기 1기당 연 임차료가 최소 150만 달러(16억 원)라 추정하고 60% 임차율일 경우, ABS사는 매년 300~350억 원의 수입이 예상된다. 따라서 수명 연한 9년 동안 최대 3000억 원 이상의 매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KT가 수명 연한 동안 총 200억 원의 용역비를 받는다 하니, 수명이 반밖에 지나지 않은 3500억 원짜리 3호 위성을 5억3000만 원에 매각한 것은 사실상 거저 준 것과 같다. 2호 위성도 ABS 사에서 ABS-1으로 제한적이나마 아직도 운용 중이라니 수익은 추가된다고 볼 수 있다. 

2006년 8월에 민간용 통신 중계기 24개와 군용 통신 중계기 12개를 탑재한 4.8톤 중량 5호는 2호가 비워준 동경 113도에 발사되었다. 위성통신 기술발전으로 통신용 중계기도 방송용 중계기처럼 동일한 위성방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 중계기의 구분이 어렵게 되었는데, 다만 일부 국가에서는 규제에 의한 경계가 남아있다. 

'외국 위성'에 방송중계기 빌려 쓰면 '수입 금지 규정' 위반

▲ KT는 지난 2010년 12월 30일 남미 기아나 위성발사센터에서 발사된 올레 1호(무궁화 6호)가 기존 무궁화 위성 3호 서비스 전환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당시 KT 용인 위성관제센터에서 KT 직원들이 위성안테나 조정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 KT


무궁화 위성의 주요 서비스는 위성방송이다. 스카이라이프에 6개의 방송중계기를 임차해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한 임무인데, 2호기, 3호기에 이어, 현재는 2010년에 동경 116도에 발사된 6호가 그 임무를 맡고 있다. 6호기 발사 직후 주 방송위성이던 3호가 백업위성으로 물러나고, 6호가 주방송위성으로 역할을 교대하였다. 백업 없는 위성중계기는 서비스 신뢰도 때문에 임차료가 낮아진다. 따라서 방송중계기의 경우 방송중단사고를 막기 위해 백업중계기는 필수 조건이 된다. 애초 6호 발사 계획시, 3호기는 백업위성으로 KT가 계속 운용하기로 하였다가 ABS에 매각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KT는 ABS에 매각한 3호 위성에서 백업중계기 18개(방송 6개+통신 12개)를 임차하여 스카이라이프에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임차는 상시 임차도 있고, 긴급 상황시 우선 제공하는 긴급임차도 방식도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계약서를 봐야 알 수 있다. 3호기 매각으로 스카이라이프는 방송중계기 백업서비스를 KT에서 임차하는 대신 ABS사에서 수입하게 된 것이다.

KT가 3호 위성을 5억3000만 원에 매각한 것은 헐값 매각도 문제지만 외국 위성에서 통신 중계기가 아니라 방송 중계기를 빌려 쓰는 상황이 더 문제다. 방송중계기는 각국의 방송주권 보호를 위해 WTO 시장개방 의무 항목에서 제외되어 있다. 외국중계기에 시장을 개방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KT가 홍콩 위성의 방송중계기를 백업용으로 임차했다면 정부의 수입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무궁화 3호는 한국의 궤도와 주파수를 매입했을 뿐 아니라 한국 땅에 있는 관제소도 함께 매입하여 KT 기술 인력의 도움으로 상용서비스를 하고 있으므로 전파관리법을 어기며 KT가 ABS에 편법지원을 하고 있다 할 수 있다.

위성망은 위성체와 지상관제소로 구성되므로 한 묶음으로 매각했을 것이다. 국내에 홍콩의 ABS 소유 외국관제소가 2개 존재하게 된 것이다. 외국 업체 소유 무궁화 위성 2, 3호 지상관제소가 국내에 위치하도록 허용하려면 전파감시 관리 차원에서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상관제는 KT 인력이 용역지원을 하고 인건비로 연 20~30억 원 정도 받고 있기 때문에 수명기간에 총 200억 원 받기로 했다는 KT 주장은 3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안겨 주고 그 1/15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위성사업의 경우 설계수명 연한 기간에 투자비를 회수하고 연료수명 기간 동안은 순익을 거둬들이게 된다. 그래서 ABS 같은 업체가 동남아 정부들이 설계 수명 후 버리는 중고위성으로 떼돈을 버는 것이다.
 
KT가 받은 위성 주파수 대역 해외업체 사용시 정부 승인 얻어야

관제소 문제는 돈 문제뿐 아니라 우주전파의 감시 관리에 관한 문제도 된다. ABS-7호(무궁화 3호) 우리 궤도 위치인 동경 116도에 올레 1호(무궁화 6호)와 동거하고 있다. 주파수도 6호와 동일하다. 다만 3호 빔을 서아시아 지역으로 틀어서 사용하기 때문에 간섭은 없다 해도, 한국이 사용등록을 마친 3호 위성 주파수 대역을 ABS가 소유하고 같은 궤도에서 사용하게 할 경우에는 정부 주관청 승인을 얻어야 한다.

우주전파, 위성자원 보존과 관리제도와 규정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궁화 위성 사업은 우리나라의 상용위성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익사업이요 우주기술 축적을 위한 전략사업으로 출발하였다. 정책 사업으로 시작하여 2002년 KT 민영화와 함께 순수 영리사업으로 변질되면서 전략사업 요소에 공백이 생기고 있다.

한국위성통신주식회사를 발족시켜 위성 사업을 KT에서 독립시켜 추진하도록 하는 것이 원래 무궁화위성 사업 시작 당시의 경영 방향이었다. 국내 서비스로는 적자를 면치 못하므로 전화 사업에서 적자 보전을 받는 형편이므로 아마 국제시장 진출에 생존 희망을 걸고 있을 것이다.

ABS(Asia Boradcasting Satellite)사는 2000년 초 한국계 미국인 톰 최가 로키드 마틴 추린 변호사 그렉 다프너와 공동으로 설립한 중계기 임차업을 위한 홍콩 소재 벤처회사다.  ABS는 2006년 대규모 투자자에 의한 인수합병 후, 다프너는 떠나고 톰 최가 지분 소유 유급사장이 되었다. 톰 최는 미국 남가주대학(USC)에서 공학을 전공한 우주기술자로 미국 위성제작사에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위성운용 사업을 시작한 경영 귀재로 알려져 있다. 현재 ABS사는 6개의 위성을 매입 혹은 임차하여 주로 중동, 동서남아 지역에 중계기임대, 인터넷, 비디오 중계 등으로 완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

ABS-7(무궁화 위성 3호)의 통신 및 방송중계기 빔을 모두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중동으로 재배치 한 것으로 보아 미국 정부가 중계기를 임차해서 사용 중인 것 같아 보인다. 특히 한국 정부가 할당받은 위성방송용 주파수를 홍콩 국적 위성이 파키스탄 지역에서 사용하는 상황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ITU가 방송용 위성주파수는 타국 사용을 금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강대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제기구의 권고사항일 뿐으로 국내법으로 규제할 수밖에 없다.

KT-ABS 밀착 관계 주목... 한국 위성사업 해외에 넘어갈 수도

▲ KT 이석채 회장이 지난달 29일 저녁(현지시간) 르완다 키갈리 세레나호텔에서 열린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TAS)에 참석한 후 수행기자단을 만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KT 위성사업단과 ABS 사의 국제협력 정도를 이해하려면, 콘도샛 프로젝트(Condominium Satellite Project)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KT와 ABS가 발표한 공식문서에 따르면, 콘도샛 프로젝트는 ABS 가 KT, 룩셈부르크 GTSS사 등과 합작으로 89개의 중계기를 탑재한 초대형 국제 통신방송위성 ABS-2를 발사하여 아시아, 중동 지역의 위성중계기 임차 및 직접서비스 시장에 공동 진출하자는 사업계획이다. 콘도처럼 중계기중 일부를 KTSat이 분양받아 운용하게 된다. KT가 무궁화 2호, 3호를 매각한 것 외에 콘도샛 프로젝트에 수천 억 원을 투자하게 될 것이라 한다.

한편, KT는 무궁화 위성 사업이 국내서비스로는 적자를 면치 못하므로 사업을 자회사로 독립시켜 국제시장에 진출하여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타당성 있는 주장을 해 왔다. KT 위성사업단은 실제로 2009년부터 자회사로 독립하는 수순을 밟아 왔는데, 현재 KTSat이 되어 전무급 사장과 상무급 부사장을 두고 있다.

콘도샛 프로젝트는 해외시장 진출 전략의 일환으로는 타당하게 보인다. 그러나 무궁화 위성사업이 KT의 자회사로 독립한 후, 국민 자긍심이 걸린 사업인데도 해외자본에 팔릴 수 있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만일 KTSat이 해외투자자에 개방된다면 ABS가 경영권을 인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와 국민의 눈에 안 보이는 우주공간에서 무궁화 위성사업이 송두리째 해외에 매각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KT로부터 나머지 무궁화위성 5,6호도 물려 받은 KTSat과 ABS사가 무궁화 2호 3호 헐값 매매뿐 아니라, 콘도샛 약정에 따라 앞으로 발사할 무궁화 위성 7호(ABS-1), 무궁화 위성 8호(ABS-2)를 단일 명칭으로 공동운영할 계획을 추진하는 것을 보면 마치 두 회사가 합병단계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KT(KTSat)와 ABS의 밀착관계는 상업적 타당성은 가지고 있으나, 모험사업(Global Adventure)임을 빌미로 외국의 자본과 힘을 동원하여 국내 통신 시장에서는 아직도 3자 독점지위를 정부로부터 부여받고 있다는 사실과 전략산업의 특성을 간과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데서 국민정서와의 괴리도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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