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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공사 헬기, 무허가 운행 논란

대책위, 정보공개청구 통해 밝혀... 한전 "헬기, 적법하게 운행했다"

등록|2013.11.06 09:35 수정|2013.11.06 14:40
[기사보강 : 6일 오전 11시 40분]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밀양구간' 공사로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속에, 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가 헬기로 공사장비·자재를 운반하면서 관계 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운행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6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공동대표 김준한 신부)는 밀양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이 헬기를 무허가 상태로 사용해왔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2일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한전은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에 있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4공구 장비 적치장'(일명 '금곡 헬기장' '4공구 헬기장')에서 철탑 현장까지 헬기로 장비·자재를 운반했다. 하루 수십 차례 헬기를 운행한 적도 있었다.

▲ 한국전력공사는 태풍 영향으로 잠시 중단했던 밀양 송전탑 공사를 9일 오전부터 재개했다. 사진은 지난 7일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4공구 공사장비 적치장'에서 헬기로 장비를 나르는 모습. ⓒ 윤성효


대책위는 지난 10월 22일 밀양시에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 관련 허가 정보공개청구'를 했고, 밀양시는 국토교통부 부산지방항공청에 이관했으며, 11월 5일 회신을 받았다. 부산지방항공청의 헬기 운항허가 내용을 보면, 금곡 헬기장의 경우 비행시간은 10월 27일부터 12월 31일까지로 화물운송·급유가 목적인데 허가일자는 10월 24일이다.

또 다른 지역인 밀양 단장면 고례리(3공구)의 경우 10월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비행시간인데 허가일자는 10월 21일이며, 밀양 청도면 요고리(5공구)의 경우 비행시간은 10월 9일부터 12월 31일까지인데 허가일자는 10월 7일이다.

'금곡 헬기장'은 10월 27일에서야 헬기 운항 허가가 났는데, 한전은 10월 2일부터 이곳에서 헬기를 통해 공사장비·자재를 운반해 왔다.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나섰던 주민들은 헬기가 운행되자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뿐이었고, 당시 일부 주민들은 항의의 뜻으로 도로에 드러눕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도 벌어졌다. 특히 경찰이 '금곡 헬기장'을 막고 있어 주민들은 도저히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책위, 한전 사장 등 관계자 항공법 위반 고발

대책위는 "주민과 연대 시민들 수백명이 매일 4공구 헬기장을 에워싸고 시위를 하였고, 경찰병력 또한 매일 200~300명씩 교대로 헬기장을 지켜주기 위해 근무했다"며 "당시 헬기가 주는 위압감은 대단하여 주민들은 헬기가 자재를 나르는 장면을 지켜보며 속수무책으로 좌절감을 곱씹으며 울부짖었다"고 밝혔다.

송전선로 126번·125번 철탑 현장에 집중적으로 자재와 레미콘을 날랐던 청도면 요고리 5공구 헬기장은 10월 9일~12월31일까지의 운항허가를 10월 7일이 돼서야 받았다. 대책위는 "이곳은 실제 10월 2일부터 매일 많게는 10여 차례씩 자재와 레미콘을 나르면서 현장에서 농성중인 부북·상동면 주민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와 공포감을 심어주었다"고 밝혔다.

송전선로 82번~89번 현장에 자재와 레미콘을 운송하는 단장면 고례리 3공구 헬기장은 10월 25일~12월31일까지의 운항허가를 10월 21일에서야 얻었다. 대책위는 "이곳에서는 지난 10월 24일 경찰과 충돌이 발생해 할머니가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경찰에도 책임을 물었다. 대책위는 "한전의 불법적인 무허가 헬기 운항으로 수많은 충돌과 부상자가 발생하였으며, 경찰은 불법 행위를 방어하기 위해 연인원 수천명의 경찰을 동원한 셈이 된다"며 "주민들의 작은 저항의 행위 하나에도 불법의 낙인을 붙여서 위압적으로 해산을 종용하거나 연행, 구속으로 이어진 상황에 비춰보면, 한전과 시행사들의 이러한 불법 행위에는 더 높은 수준의 책임 추궁과 처벌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밀양시는 단순한 사실관계 확인에 불과한 이번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회신을 법정 회신 시한인 14일이 끝나는 직전까지 계속 미루면서 이 문제에 대한 여론 형성을 의도적으로 연기한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지 엿새째인 10월 7일 오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송전선로 공사장비 적치장' 쪽 움막 앞에서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 반대 현장미사"를 올렸다. 미사가 열리는 동안 공사장비를 실어나르는 헬기가 떠오르고 있는 모습. ⓒ 윤성효


한편 주민들은 헬기 불법 운행에 대한 항의집회를 열고 관계자들을 고발하기로 했다. 대책위는 8일 오전 11시 금곡 헬기장 앞에서 4개면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전의 불법적인 헬기 운행 규탄 집회'를 열 예정이다.

또 대책위는 한전 사장과 밀양 송전탑 3개 공구(3·4·5공구) 시공업체 관계자들을 항공법 위반으로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에 고발하기로 했다. 현행 항공법(112조 제1항)에는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항공 운송 사업 또는 항공기 사용 사업을 경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또 대책위는 "(헬기 소음이)자체 측정으로 최저 79.5db, 최고 93.6db까지 이르렀다(법정 기준치 70db)"며 "주민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공사용 헬기 소음의 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헬기 불법 운행에 주민 격앙된 반응

한전이 헬기를 무허가로 불법 운행한 사실이 알려지자 밀양 주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책위는 "대책위 상황실에는 어제 밤부터 오늘 오전까지 주민들의 분노 섞인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동면 주민 A(66)씨는 "우리는 라면도 못 끓여먹도록 불만 피워도 소화기로 꺼 버리고, 소변보는 것까지 감시하면서 따라다니더니, 헬기 운항 허가를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는 왜 감시하지 않느냐"며 분노했다.

부북면 주민 B(55)씨는 "불법, 불법 하더니, 경찰은 불법 지켜주려고 그 난리를 쳤느냐, 공사 현장으로 날랐던 자재와 레미콘을 다시 원위치로 철수시켜야 한다"며 "부북면 127번 움막을 지켰던 할머니들은 '헬기가 자재 나르는 소리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나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또 산외면 주민 C(71)씨는 "헬기장 앞에서 한달 넘게 먹고 자면서 헬기장을 지켰는데, 우리도 경찰도 다 바보짓을 했다"면서 "한전은 마을 주민 얼굴은 물론이고 가족관계까지 다 파악해서 자식들한테까지 전화를 해서 현장에 못나가도록 공작을 하더니, 시공사들이 헬기 허가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왜 확인도 안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전이 하는 불법은 다 로맨스고 우리가 하는 일은 모조리 불륜이라는 것 아니냐"면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한전 "송전공사용 헬기 적법 절차에 따라 운항"

이에대해 한전은 밀양 송전탑 공사 헬기 사용은 적법 절차에 따라 운항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의 주장과 관련해 낸 자료를 통해 "송전 철탑 공사용 화물은 '국내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받은 적법한 항공업체가 부정기편 운송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항공업체는 화물 운송 비행 전에 항공기 기종, 이착륙시간 등 비행계획에 관한 정보가 포함된 비행계획(flight plan)을 관련기관에 통보한 후 운항하므로 항공운항허가를 받지 않고 운항하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정기편 운송은 일정 노선이 아닌 필요 개소를 한시적으로 운항하는 것으로서 화물을 운송하다가 화물 운송용 헬기가 일정 장소에 착륙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해 이착륙허가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3공구와 5공구에 대해, 한전은 "'비행장 외의 장소에서의 이착륙' 허가를 받아 화물용 헬기가 적법하게 운항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3공구 헬기는 9월 30일부터, 4공구는 7월 1일부터, 5공구는 10월 9일부터 올해 말까지 '비행장 외의 장소에서의 이착륙'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한전은 "일부에서 4공구는 10월 27일에야 항공운항 허가를 득했다고 하나, 단장면 단장리 야적장에 10월초 이후에 투입된 헬기회사가 운항에 앞서 추가 허가를 신청한 것에 대한 잘못된 언급으로 10월초부터 운항 중인 헬기사들은 이미 허가를 받아 적법하게 운항하고 있으므로 불법운항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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