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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눈쇠올빼미는 왜 공사장에서 살았을까

돌인지 새인지 구분 안 되는 그것... 혹시 날 축하해주기 위해서였니?

등록|2013.11.09 12:32 수정|2013.11.09 12:32

▲ 요즘은 자전거 타고 다니는게 일상이 되었다. ⓒ 김어진


가을이 가고 겨울이 다가오는 계절이다. 공릉천의 황금들녘을 떼지어 날아다니는 참새들은 혹독한 겨울에 대비해 부지런히 살을 찌워야하고 여름 동안 새끼를 낳아 길렀던 저어새들은(멸종위기종 1급 천연기념물 205호) 따듯한 남쪽으로 떠날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 공릉천의 저어새 2마리. 남쪽으로 이동하기 위해선 부지런히 많이 먹어야 한다. ⓒ 김어진

이제 곧 들녘은 지금쯤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에서 한국으로 열심히 날아오고 있을 겨울 철새들로 가득 찰 것이다. 이 계절엔 새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바쁜가보다.

내 친구들은 요즘 수능 때문에 공부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수시를 준비한 난 최근에 자전거에 빠져 자전거를 타고 파주 공릉천까지 가서 탐조를 하고 돌아오는 게 일상이 되었다.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고 공릉천에 가서 새를 본 뒤 다시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거리가 약 25km 정도라 집에 돌아올 때쯤이면 해가 뉘엿뉘엿 지고 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한다. 콧물이 훌쩍 훌쩍 나오는 걸 보니, 이제 확실히 겨울이 다가오고 있긴 한가보다.

어쩌다 마주친 새... "대박!"

'시화호에는 벌써 황새가 3마리 나타났다고 난리고(텃새황새는 멸종해서 복원단계에 있고 극소수의 겨울철새 황새가 한국에 찾아온다. 천연기념물 199호 멸종위기종 1급) 강릉에는 희귀 새 북방쇠종다리가 나타났다고 난리인데 멀어서 갈 수도 없고……. 내 주변엔 새가 안 보이니….'

공릉천 환경이 예전과 같지 않아 철새들의 수가 많이 줄어든 탓에 볼 수 있는 새가 없어서 탄식하던 순간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던 내가 위협적으로 보였는지 풀숲에서 무언가 휙 날아올라 옆에 있던 컨테이너 꼭대기에 올라앉았다. 지나가면서 곁눈질로 힐끔 쳐다보았는데…. 그 새를 본 순간, 하마터면 놀라서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 했다.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던 금눈쇠올빼미. ⓒ 김어진


"그… 그… 금눈쇠올빼미! 대박!"

금눈쇠올빼미 바로 앞에서 급정거를 하면 녀석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전거 페달을 좀 더 밟아 멀리 떨어진 곳에 멈춘 뒤 카메라를 꺼냈다. 녀석과 너무 갑작스럽게 만난 거라, 무척 흥분됐다. 흥분을 하면 신중함도 떨어지고 경솔해져서 녀석의 습성에 대해 알아내기도 전에 실수를 해서 놓칠 확률이 크다.

금눈쇠올빼미는 우리 한국을 찾아오는 올빼밋과 새 중 제일 작으며 앙증맞고 귀여운 새다. 전 세계적으로 따지자면 흔한 새이지만 한국에서는 발견하기가 힘든 희귀 겨울철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찾기가 힘들 뿐 개체수가 희귀한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너무 보고 싶어서 애를 태워왔던 새 중 하나다. 누구라도 이 녀석을 한 번이라도 본다면, 그 귀여운 외모에 안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 스트레칭을 하는 금눈쇠올빼미 ⓒ 김어진


이날은 우선 사진을 찍는 것보다 녀석이 어디에 자주 앉는지 어디에서 활동을 하는지 알아내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에 멀리서 바라만 보았다. 주변의 창고 건물들과 주민들이 쌓아놓은 음식물쓰레기들….  창고는 금눈쇠올빼미가 낮에 숨어서 잠을 자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이고 음식물쓰레기들 때문에 쥐들이 많이 꼬일 테니 사냥터로도 제격이다.

이러한 서식환경을 고려했을 때 이 녀석은 이 지역을 잠시 들렀다 가는 나그네 개체가 아니라 이곳에서 월동하는 개체일 확률이 높다. 나그네 개체라면 반드시 사진을 찍고 가야겠지만 만약에…. 만약에 월동개체라면 앞으로도 겨울 동안 볼 기회가 많을 것이다. 그렇게 나중에 또 찍을 기회가 있으리라 믿고 이날은 근접촬영을 하지 않았다. 차들이 다니는 도로도 있고 사람이 사는 건물들도 많은 이런 곳에 이런 희귀한 새가 있다니 참 신기할 따름이었다.

전봇대로 날아갔던 녀석이 논밭에 있던 무언가를 덮쳤다. 여러 번 푸드덕 거리며 날갯짓을 하는걸 보니 뭔가 잡았나보다. 녀석은 다시 날아 전봇대에 앉았다.

'음… 주로 전봇대처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바라보려는 습성이 있네.'

녀석의 행동패턴을 조금씩 파악해갈 때쯤 한 마을주민이 의도치 않게 금눈쇠올빼미를 멀리 날아가게 하고 말았다. 그래도 녀석의 습성을 어느 정도 파악했으니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겠지…라고 기대했건만, 애석하게도 또다시 그녀석을 볼 수는 없었다.

내 예상과는 달리 월동개체가 아니라 나그네 개체였는지…. 애타는 마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여러 날 그 지역을 돌아다니며 녀석을 찾아봤지만 녀석이 싸놓은 듯한 똥들만 발견했을 뿐 녀석을 보진 못했다. 아, 그때 가까이 있었을 때 찍기라도 할 걸… 이렇게 허망하게 끝이 날 줄이야.

돌인지 새인지 구분 안 되던 '그것'

금눈쇠올빼미가 자취를 감춘 후 내 마음은 허망함으로 가득 찼다. 이런 적이 예전에도 한번 있었다. 2010년 공릉천에 금눈쇠올빼미가 나타났다고 탐조동호인들 사이에 난리가 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나는 금눈쇠올빼미를 찾기 위해 여러 날을 돌아다녔었지만 겨울이 다 되어가도록 찾지 못했다. 결국 지인의 도움을 받아 공릉천 금눈쇠올빼미를 만나는데 성공했다. 그 녀석이 내 인생 처음으로 만났던 금눈쇠올빼미였다.

공릉천에서 월동하는 개체이니 앞으로도 자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앞으로도 계속 금눈쇠올빼미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좋아한 것도 잠시. 바로 다음 날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금눈쇠올빼미가 주거지로 삼던 공터에 건물을 짓는 공사를 시작하는 바람에 녀석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또 사진동호인들이 시도 때도 없이 사진을 찍어대는 바람에 다음 해부터는 아예 찾아오질 않았다. 이렇게 아쉬움으로 남아있던 새였기에 금눈쇠올빼미는 내가 언제나 보기를 갈망했던 새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나는 금눈쇠올빼미를 찾는 수색을 멈추지 않았다.

▲ 저게 돌이야? 새야? ⓒ 김어진


10월의 마지막 날, 수시합격자 발표가 나는 날이었다. 긴장되는 마음을 추스를 겸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고 공릉천을 향해 가기로 했다. 소똥 냄새가 심하게 나는 구간을 빠르게 지나가려던 찰나 하천 건너편에 있던 공사장 돌무더기 위에서 무엇인가 보였다.

'저게 돌이야? 새야?'

혹시나 싶어서 급하게 자전거를 세우고 쌍안경으로 살펴봤다. 꼼짝 않고 가만히 있는 저 돌 같은 것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나서야 그것의 머리가 조금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와우! 금눈쇠올빼미!!'

망할 자식, 드디어 찾았다. 처음 발견했던 장소에서 2km나 떨어진 장소였다. 여기서 다시 발견할 줄이야. 자전거 페달을 미친 듯이 밟아 녀석이 있는 공사장까지 들어갔다. 땅이 울퉁불퉁해서 산악용 자전거가 아니었으면 못 들어올 정도였다. 자전거에서 내린 뒤로는 조금씩 흥분되는 마음을 추스르고 아주 살금살금 접근해나갔다.

드디어 내 시야에 금눈쇠올빼미가 들어왔다. 이름 그대로 금색의 눈을 가지고 있는 녀석의 눈동자가 해질녘 햇빛에 반사되는 모습이 멀리서도 잘 보였다. 이 순간을 위해서 요 며칠간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 스트레칭 하는 금눈쇠올빼미 ⓒ 김어진


.머리 큰 귀염둥이 ⓒ 김어진


시간이 많으니 여유를 가지고 조금씩 접근하자 녀석은 나를 5m 거리까지 허락해줬다. 다른 새들에 비해서도 올빼밋과 새들은 움직이는 것에 잘 반응하기 때문에 녀석이 나를 쳐다보지 않을 때만 반 발자국씩 접근했다. 일명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나 다름없는데 올빼밋과 새들은 사람처럼 동공을 굴릴 수 없기 때문에 녀석이 정확히 어디를 쳐다보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어서 접근하기가 쉽다.

포클레인 2대가 여전히 삽질을 하고 있는 이 요란한 공사장에서 녀석은 어째서 살고 있는 걸까? 공사할 때 쌓아놓은 몇 돌무더기들이 녀석에게 알맞은 서식환경이라 주변이 좀 소란스럽더라도 이 장소를 고집하는 것 같았다. 우선 이런 돌무더기들은 덩치가 작은 금눈쇠올빼미가 몸을 숨기기에 적합하다. 또 갈색의 깃 색이 바위의 색깔과 비슷해서 나도 처음엔 돌로 착각을 해서 그냥 지나갈 뻔 했으니, 아마 이러한 효과를 노리고 이 공사장 돌무더기에서 지내는 게 아닐까, 한다.

고양이와 새매 공격을 받을 뻔한 금눈쇠올빼미...

.하품하는 금눈쇠올빼미 ⓒ 김어진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던 금눈쇠올빼미 ⓒ 김어진


대부분의 올빼밋과 새들이 야행성이지만 쇠부엉이와 금눈쇠올빼미는 낮에도 활동을 하는 편이다. 다른 올빼미 같았으면 쿨쿨 자고 있었겠지만 이 녀석은 낮임에도 불구하고 날개를 펴서 자주 스트레칭을 하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쥐나 도마뱀 같은 먹잇감들이 주변에 충분히 있으려나? 금눈쇠올빼미가 한 곳을 응시하기에 쳐다봤더니 누룩뱀 한 마리가 스멀스멀 금눈쇠올빼미가 앉아있는 돌무더기 틈으로 들어갔다. 내심 금눈쇠올빼미가 누룩뱀을 사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지만, 녀석은 그저 쳐다만 볼 뿐이었다.

'뱀은 먹이가 아닌가? 그나저나 공사 때문에 잠시 모아놓은 돌무더기일 텐데 이곳에 동면하러 들어간 건 아니겠지….'

금눈쇠올빼미가 있던 장소엔 천적들이 조금 있었다. 제일 큰 천적은 말할 것도 없이 공사장의 사람들과 기계였고 두 번째가 고양이들과 동네 개들이었다. 개들이야 올빼미를 발견도 못 하고 이리저리 뛰며 노는 게 전부지만 금눈쇠올빼미에게는 무서운 존재들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고양이들은 금눈쇠올빼미를 발견하고 아주 노골적으로 접근했다.

'설마 잡히진 않겠지…?'

걱정되는 마음이 앞섰지만 다행히 금눈쇠올빼미는 고양이의 존재를 눈치 채고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하긴 네발 달린 놈이 날개 달린 놈을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지. 고양이도 사라지고 이제 한시름 놓겠다 싶었는데 평소 잘 울지 않던 금눈쇠올빼미가 갑자기 "뀩-!"
소리를 내고는 놀란 표정으로 다른 돌무더기로 날아갔다.

'갑자기 왜 저러지?'

▲ 기습적으로 금눈쇠올빼미를 덮치는 새매. 금눈쇠올빼미는 바위굴 아래 숨어 구사일생했다. ⓒ 김어진


카메라를 들고 천천히 녀석을 쫓아가봤다. 녀석이 여전히 놀란 표정으로 돌 위에 앉아있는 걸 확인한 순간 갑자기 바람이 갈리는 소리가 머리 바로 위에서 들렸다. 내 생애 그런 소리는 처음 들었다. 듣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와 동시에 금눈쇠올빼미는 바위 틈 사이로 쏙 들어갔고 순식간에 어디선가 나타난 새매 한 마리가 금눈쇠올빼미를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꺼내들었지만 아주 간발의 차이로 금눈쇠올빼미는 새매의 공격을 피했다. 덩치가 워낙 작다보니 다른 맹금류한테도 죽음을 당할 수 있다.

갑작스런 새매의 공격에 보는 내 심장이 다 철렁했다. 내가 만약 저 금눈쇠올빼미였다면 새매의 저런 기습을 피하지 못했을 것 같다. 보는 순간 몸이 얼어붙을 텐데 저걸 어떻게 피해. 잘 피해준 금눈쇠올빼미가 대견하다. 새매는 앉아서 바위 구멍 안에 있는 금눈쇠올빼미를 찾다가 나를 보고는 멀리 날아갔고 금눈쇠올빼미는 정말 많이 놀랐는지 모습을 통 보이지 않았다.

"거기 무슨 일로 오셨어요?"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아……. 여기 새 보고 있었어요. 금눈쇠올빼미라고 귀한 새가 여기 돌무더기에서 살거든요. 여기서 겨울을 보내다가 봄에 떠나요."
"여기 올빼미가 있어요? 공사하면서 한 번도 못 봤는데, 아 나는 여기 공사하는 사람인데 뭐 찍고 있나 궁금해서……. 그나저나 이 돌무더기들 다음 주면 치워야 해서 올빼미가 못 살 텐데……. 아무튼 좋은 사진 많이 찍고 가세요."

아 이런, 애초에 여기가 공사장이고 공사 때문에 쌓아놓은 돌무더기들이라 역시 오래 갈 수 없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공릉천 금눈쇠올빼미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또 공사 때문에 못 보게 됐다.

곧 있을 공사 때문에 이곳이 녀석의 안정적인 서식지가 못 되기 때문에 곧 있으면 더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겠지만 계속해서 녀석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해 겨울을 한국에서 무사히 보내다가 잘 돌아갈 수 있기를.

고마워, 날 축하하려고 나타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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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눈쇠올빼미.스트레칭하고 깃을 고르는 녀석. ⓒ 김어진


금눈쇠올빼미는 굴에서 안 나오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라 어머니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어진아… 엄마가 기다릴 수가 없어서 뚜껑 열었어."
"뚜껑요? 무슨 뚜껑이요?"
"합격 발표자 공지 봤는데…. 너 합격했어! 어떡해! 너무 잘 됐다."

수화기 너머로 기쁨에 가득차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세대 창의인재전형 수시에 합격했다는 소식이었다. 하하…. 며칠 간 안 보였다가 갑자기 이날 금눈쇠올빼미가 보인 이유가 어쩌면 이녀석이 날 축하해주려고 한 걸지도 모르겠다. 금눈쇠올빼미 땡큐!

.합격 소식을 듣는 순간. 하늘도 나를 축하해주는 듯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 김어진


덧붙이는 글 2010년에 보았던 금눈쇠올빼미 이야기는 제 책 <도시소년이 사랑한 우리 새 이야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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